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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축제 때 군중이 몰려 한꺼번에 156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부상한 인명 피해가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데다, K팝과 영화 등에서 최근 글로벌 유행을 주도하는 문화 선진국에서 벌어진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치안과 안전 등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을 보여줬지만 이번 사고로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의 책임 공방 속에, 사고 4시간 전부터 약 80건의 신고 전화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당시 사고의 상황적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에 빠져 나갈 곳이 없는 좁은 경사로에 1평방미터당 12명에 달하는 사람이 몰렸고, 양방향에서 동시에 진입하려는 압력이 가해지면서 중간에 끼인 많은 이들이 질식사했다. 문제는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없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다.
군중 행동 및 군중 관리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자 군중에 대한 사회심리학 연구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킬(Keele09 대학의 클리포드 스토트(Stott-57)교수를 지난 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나, 좀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분석과 처방을 들었다.
선-후진국 모두 벌어질 수 있는 사고
-한국처럼 발전한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충격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97명이 사망한 1989년 영국 힐즈버러(Hillsborough) 경기장 사고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 특정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밀집도가 어느 수준을 넘아가면 나타난다. 이 상황에서 군중은 물리적 압력과 에너지에 의해 움직이는, 마치 유체의 파동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군중 속 개개인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의 의지와 상관 없이 군중 전체에 작용하는 군중의 물리법칙 (crowd physics)이 상황을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나.
“주최자 없이 일상적 시간, 일상적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는 아슬아슬하게 피해 갔을 여러 악조건이 겹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복합위기) 상황이었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가 끝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벤트 산업의 발전, 소셜미디어와 같은 대중 영향 매체의 발전으로 한꺼번에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모일 수 있게 됐다. 현장에 사람의 흐름을 막는 여러 요소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한국인이 콩나물 시루 같은 만원 버스-지하철 등 사람이 붐비는 상황에 익숙한 탓에 위험을 인지하는 게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적 요소가 의미가 없지만 결정적 원인은 군중 심리(crowd psychology)다. 인종과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은 자신이 이해와 정체성을 요구하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믿으면 붐비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축구 경기나 록 콘서트의 관중, 거리 응원의 군중들을 보라. 그날 이태원에도(갖은 분장을 하고 핼러윈을 즐기려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인간은 또 북적거리는 공간과 장소에 모여 타인들과 일체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붐비는 곳을 찾는다. 이태원도 그런 장소였다. 이번 사고를 문화의 실패 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스토트 교수는 사고가 난 장소의 과거(history of place)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래 붐비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이런 사고가 나지 않는다. 이태원의 과거 사례를 잘 조사해 보라. 분명히 비슷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운이 좋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위험을 제때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공간을 재설계하거나, 다른 대비책 마련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는 이태원처럼 전반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지역은 지자체와 경찰이 이미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체크했어야 하는 지역이라며 과거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그런 노력을 해오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인과 해결책 모두 군중 심리에 있어
-사람들이 우측 통행을 철저히 지키거나 사람 간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군중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군중 심리에 사람들이 경계 심리를 잃어 버릴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은 군중에 있지 않다. 극도로 제한된 크기와 용량의 공개적 공간에 대한 흐름 조절이 실패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위험과 함께 여러 다양한 다른 요인이 결합하면서 참사가 벌어진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위험을 알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모여들었고, 뒤에서 빨리 전진하라고 미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는 군중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이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좁은 거리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든다. 개개인 위험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들은 하나의 군중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각자 판단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군중이지만, 심리적으로 군중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일사불란함이 없이 결국 사고가 난다.
클리퍼드 스토트-플리머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엑서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심리학 분야의 대가로 군중에 대한 경찰 통제와 대규모 군중 모임에서 사고가 벌어지는 이유 및 예방책 등을 연구했다. 포르투갈 정부와 유럽축구연맹(EUFA) 등의 자문에 조언했고, 지난 5월 벌어진 파리 챔피언스리스 경기에서 벌어진 군중 소요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알려져 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 뉴욕타이스(NYT) 등과 다수 인터뷰를 했다.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나,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만드는 것, 즉 역으로 군중 심리를 일으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전체 집단의 일부로, 심리적 군중의 일부로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중 전체가) 하나로 소통이 되면서 일체감 있게 움직여 군중의 물리법칙을 이겨 낼 수 있다. 그 공간에 있는 사람 모두가 자기 통제 능력을 발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개인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공간 내 군중이 모두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장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대형 표지판이나 신호, 구호 등을 동원해 명확한 메세지를 전해야 한다. 대형 전광판을 동원해 뒤로 돌아 전진하면서 물러나 라고 외치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 가도 중요하다. 예컨대 고객 이나 관중이 아닌 통행자-행인으로 사람들을 지칭해야 한다. 이는 현장의 군중이 머무는 사람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만든다.
-역으로 군중 심리를 활용하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는 보통 군중 심리를 부정적으로 본다. 사람들이 모이면 군중 심리에 휩쓸려 폭력적 상황이 생기고, 죽고 다치는 사람이 생긴다고 인식한다. 공산-전체주의 사회가 이러한 군중 심리를 악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군중 압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군중 심리를 형성함으로써,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군중의 물리법칙을 극복할 수 있다.”
군중에 대한 경찰 인식 바뀌어야
-경찰이 군중을 다루는 데 있어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방식, 즉 시위대를 다루는 방식에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말도 일리는 있다. 경찰은 흔히 군중의 위협으로부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경찰이 그렇다. 그런 경찰은 군중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언제든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본적 인식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경찰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경찰은 군중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데는 특별한 계기와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 경험, 경찰 조직 및 운영 방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경찰을 향한 비판과 책임론은 비켜갈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의 경찰에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겠지만, 운이 좋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올게 왔다고 봐야 한다. 한국 경찰이 이전에 공공 안전에 중점을 둔 구조적 전환을 했다면, 더 이른 예방 조치가 가능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라도 이러한 재난에 대해 배우고 성찰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재난을 변화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군중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군중 과학을 연구하고, 이를 국가와 지자체, 경찰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CCTV 등을 이용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연구해야 한다. 익명의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이용해 군중의 밀도를 파악해 사전 경고 지표로 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 2022년 11월 7일 월요일 A30면 위 제목 정철환이 만난 사람에서 인용).
①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축제 때 군중이 몰려 한꺼번에 156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부상한 인명 피해가 국내에서 전례가 없었던 데다, K팝과 영화 등에서 최근 글로벌 유행을 주도하는 문화 선진국에서 벌어진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동안 치안과 안전 등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을 보여줬지만 이번 사고로 안전한 나라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의 책임 공방 속에, 사고 4시간 전부터 약 80건의 신고 전화를 받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당시 사고의 상황적 원인에 대해 여러 분석과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에 빠져 나갈 곳이 없는 좁은 경사로에 1평방미터당 12명에 달하는 사람이 몰렸고, 양방향에서 동시에 진입하려는 압력이 가해지면서 중간에 끼인 많은 이들이 질식사했다. 문제는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없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다.
② 군중 행동 및 군중 관리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자 군중에 대한 사회심리학 연구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킬(Keele09 대학의 클리포드 스토트(Stott-57)교수를 지난 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나, 좀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분석과 처방을 들었다.
③ 선-후진국 모두 벌어질 수 있는 사고/-한국처럼 발전한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충격받았다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97명이 사망한 1989년 영국 힐즈버러(Hillsborough) 경기장 사고와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벌어질 수 있다. 특정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밀집도가 어느 수준을 넘아가면 나타난다. 이 상황에서 군중은 물리적 압력과 에너지에 의해 움직이는, 마치 유체의 파동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군중 속 개개인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의 의지와 상관 없이 군중 전체에 작용하는 군중의 물리법칙 (crowd physics)이 상황을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있나./“주최자 없이 일상적 시간, 일상적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는 아슬아슬하게 피해 갔을 여러 악조건이 겹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복합위기) 상황이었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가 끝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이벤트 산업의 발전, 소셜미디어와 같은 대중 영향 매체의 발전으로 한꺼번에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모일 수 있게 됐다. 현장에 사람의 흐름을 막는 여러 요소도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④-한국인이 콩나물 시루 같은 만원 버스-지하철 등 사람이 붐비는 상황에 익숙한 탓에 위험을 인지하는 게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문화적 요소가 의미가 없지만 결정적 원인은 군중 심리(crowd psychology)다. 인종과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은 자신이 이해와 정체성을 요구하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믿으면 붐비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축구 경기나 록 콘서트의 관중, 거리 응원의 군중들을 보라. 그날 이태원에도(갖은 분장을 하고 핼러윈을 즐기려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인간은 또 북적거리는 공간과 장소에 모여 타인들과 일체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붐비는 곳을 찾는다. 이태원도 그런 장소였다. 이번 사고를 문화의 실패 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스토트 교수는 사고가 난 장소의 과거(history of place)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래 붐비지 않던 곳에서 갑자기 이런 사고가 나지 않는다. 이태원의 과거 사례를 잘 조사해 보라. 분명히 비슷한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운이 좋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위험을 제때 발견하지 못함으로써 공간을 재설계하거나, 다른 대비책 마련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는 이태원처럼 전반적으로 사람이 붐비는 지역은 지자체와 경찰이 이미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체크했어야 하는 지역이라며 과거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그런 노력을 해오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⑤ 원인과 해결책 모두 군중 심리에 있어/-사람들이 우측 통행을 철저히 지키거나 사람 간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설사 그랬다 하더라도, 군중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군중 심리에 사람들이 경계 심리를 잃어 버릴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은 군중에 있지 않다. 극도로 제한된 크기와 용량의 공개적 공간에 대한 흐름 조절이 실패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런 위험과 함께 여러 다양한 다른 요인이 결합하면서 참사가 벌어진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위험을 알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모여들었고, 뒤에서 빨리 전진하라고 미는 사람까지 나타났다./“이런 상황에서는 군중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이어나는지 알지 못한다.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좁은 거리로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든다. 개개인 위험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들은 하나의 군중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각자 판단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군중이지만, 심리적으로 군중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일사불란함이 없이 결국 사고가 난다.
⑥ 클리퍼드 스토트-플리머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엑서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심리학 분야의 대가로 군중에 대한 경찰 통제와 대규모 군중 모임에서 사고가 벌어지는 이유 및 예방책 등을 연구했다. 포르투갈 정부와 유럽축구연맹(EUFA) 등의 자문에 조언했고, 지난 5월 벌어진 파리 챔피언스리스 경기에서 벌어진 군중 소요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다. 영국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알려져 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 뉴욕타이스(NYT) 등과 다수 인터뷰를 했다.
⑦-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나,/“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만드는 것, 즉 역으로 군중 심리를 일으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전체 집단의 일부로, 심리적 군중의 일부로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중 전체가) 하나로 소통이 되면서 일체감 있게 움직여 군중의 물리법칙을 이겨 낼 수 있다. 그 공간에 있는 사람 모두가 자기 통제 능력을 발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개인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공간 내 군중이 모두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현장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대형 표지판이나 신호, 구호 등을 동원해 명확한 메세지를 전해야 한다. 대형 전광판을 동원해 뒤로 돌아 전진하면서 물러나 라고 외치라고 지시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용어를 사용하는 가도 중요하다. 예컨대 고객 이나 관중이 아닌 통행자-행인으로 사람들을 지칭해야 한다. 이는 현장의 군중이 머무는 사람이 아닌,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만든다.
-역으로 군중 심리를 활용하는 것인가,/“그렇다, 우리는 보통 군중 심리를 부정적으로 본다. 사람들이 모이면 군중 심리에 휩쓸려 폭력적 상황이 생기고, 죽고 다치는 사람이 생긴다고 인식한다. 공산-전체주의 사회가 이러한 군중 심리를 악용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군중 압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군중 심리를 형성함으로써,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군중의 물리법칙을 극복할 수 있다.”
⑧ 군중에 대한 경찰 인식 바뀌어야/-경찰이 군중을 다루는 데 있어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방식, 즉 시위대를 다루는 방식에서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말도 일리는 있다. 경찰은 흔히 군중의 위협으로부터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경찰이 그렇다. 그런 경찰은 군중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언제든 무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본적 인식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경찰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경찰은 군중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데는 특별한 계기와 시간,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 경험, 경찰 조직 및 운영 방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경찰을 향한 비판과 책임론은 비켜갈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의 경찰에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겠지만, 운이 좋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올게 왔다고 봐야 한다. 한국 경찰이 이전에 공공 안전에 중점을 둔 구조적 전환을 했다면, 더 이른 예방 조치가 가능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라도 이러한 재난에 대해 배우고 성찰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재난을 변화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군중에 대한 인식과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군중 과학을 연구하고, 이를 국가와 지자체, 경찰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CCTV 등을 이용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연구해야 한다. 익명의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이용해 군중의 밀도를 파악해 사전 경고 지표로 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