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왕10,1-10; 마르 7,14-23
+ 오소서 성령님
제1독서는 “스바 여왕이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 그를 시험해 보려고 찾아왔다”고 전합니다. 사실 어느 나라 지도자가 단지 호기심 때문에 자기 나라 비우고 남의 나라를 돌아다니겠습니까. 흔치 않은 일이죠.
스바는 ‘셔바’로 발음하는 것이 맞는데요, 보물을 많이 가져왔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가져왔나 셔바’ 그래서 셔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셔바는 오늘날 예멘으로 추정되는데요, 셔바 여왕은 무역과 정치적 동맹을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이방 사절단의 방문은 이사야서(60,4-14)에서도 예언되지만,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경배드리러 오면서(마태 2,1-12) 결정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독서의 첫구절은 “셔바 여왕이 야훼의 이름 덕분에 유명해진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라는 말로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명성’(שֵׁ֥מַע 셰마)이라는 단어와 ‘듣고’(שֹׁמַ֛עַת 쇼마트)라는 단어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습니다. ‘명성’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들리는 소문’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솔로몬은 일찍이 하느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고 꿈에서 물으셨을 때 ‘듣는(שֹׁמֵ֙עַ֙ 쇼메아) 마음’을 달라고 청한 바 있습니다.(1열왕 3,9)
이렇게 ‘듣다’라는 단어가 연결되고 있는데, ‘들음’과 연관된 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계명인, ‘셔마 이스라엘’, 곧 ‘들어아, 이스라엘아!’로 시작되는 신명기의 말씀입니다. “들어라, 이스라엘아! 야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야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4) 이 말씀을 ‘셔마’(שְׁמַ֖ע)라고 하는데, 첫 단어인 ‘셔마’를 따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고요, ‘셔마’는 ‘들어라’라는 뜻입니다.
이방 민족이 ‘듣는 마음’의 소유자인 솔로몬의 ‘명성’을 ‘들으면서’,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셔마’, 즉 ‘들어라’라는 이스라엘의 신앙 고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셔바 여왕은 이방인이면서도 “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을 영원히 사랑하셔서, 임금님을 왕으로 세워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게 하셨습니다.”라며 야훼께 대한 신앙을 고백합니다. 또한 “언제나 임금님 앞에 서서 임금님의 지혜를 듣는 이 신하들이야말로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며, 이 ‘들음’이 신하들에게까지 이어짐을 칭송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들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예수님께서는 어제 손을 씻는 문제에 대해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과 논쟁하신 이후, 오늘 복음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정한 음식이란 없다. 오히려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고 말씀하십니다.
구약의 율법에는 정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아직도 유대인들은 ‘코셔’라고 부르며 이를 지키고 있습니다. 초대교회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주목할 것은 사도행전 10장에서 베드로가 환시를 보았을 때, 모든 짐승이 들어 있는 그릇이 내려오고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사도 10,15)라는 말씀이 들려 왔는데, 이는 이방 민족에게도 복음을 선포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복음도 이방인에 대한 복음 선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어지는 내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딸을 고쳐주시고, 이어서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음은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으로서, 하느님께 응답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사랑, 슬픔, 걱정, 기쁨과 같은 감정이 마음에서 솟아나고, 생각, 의지, 양심도 마음에서 자라나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정함과 부정함이 외부에 있지 않고 내면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부정한 마음은 내면에서 흘러 나와 나를 힘들게 만들고, 말을 통해 남에게 전해져 다른 이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우리는 이것을 매우 경계해야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깨끗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우리도 듣는 마음을 청해야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듣는 마음, 다른 이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듣는 마음을 청하고, 실제로 들으려 노력해야겠습니다. 귀 기울여야 할 것에 귀 기울이고, 물리쳐야 할 것은 물리쳐야 하겠습니다.
https://youtu.be/U9FaoRJAgII?si=ISwhfs1pLnjChRG3
헨델,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셔바 여왕의 도착 (고음악 아카데미 연주)
*감상 포인트: 서로의 연주를 '듣고' '보면서' 함께 연주하는 모습
로베르트 렌베버(1845-1921), 솔로몬과 셔바의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