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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한국의 명산인 계룡산 아래에 작업실을 두고 60여년 계룡산을 짝사랑 하며 계룡산의 사계(四季)를 그리는 화가가 있다. 바로 계룡산 작가인 신현국 화백이다.
신현국 작품의 대표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산의 울림'은 마티에르 중심의 거칠고 무게감있는 표현으로, 때로는 힘찬 기운으로 모두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작품에서 보여지는 감성의 깊이는 감상자들로 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신 화백의 계룡산은 작품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한 장엄함과 힘이 더해져 완성도가 정점 (頂點)에 이르게 한다.
<미술여행>은 갤러리인사아트에서 개최되었던 신현국 화백의 기획초대전: '산의울림'전시를 카메라에 담았고, 이어 충남 공주시 계룡면 왕흥장악로에 위치한 신 화백의 작업실을 찿아 계룡산 작가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고있는 한국화단의 거목 (巨木)의 작품세계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계룡산 화가로 잘 알려진 한국화단의 거목 (巨木) 신현국 화백
신현국 화백과의 특별한 인터뷰는 <미술여행>의 문화국장이자 연극배우인 장두이 국민대 교수(미디어 연기과)가 직접 진행했다.
사진: 신현국 화백과의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미술여행'의 문화국장이자 연극배우인 장두이 국민대 교수(미디어 연기과)
Q: 안녕하세요. 신현국 화백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신 화백님은 계룡산 작가로 이미 한국화단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정점에 이른 작가로 알려져 계십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신 화백님은 이미 개인전을 포함해 초대전, 국전 등 100여회가 넘는 전시회를 개최해 오셨는데, 선생님을 대표하는 계룡산의 '산의 울림'은 저에게 특별한 제목 같다고 여겨 집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이곳에 오래 계시면서 그것에 대한 영감이 작품에 묻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는지 알려 주십시요.
사진: 신현국 화백과의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미술여행'의 문화국장이자 연극배우인 장두이 국민대 교수(미디어 연기과)
A: 네. 작가들의 세월은 흘러가면서 변화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대학을 다닐때 비구상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제는 비구상을 다 잊어 버리고 구상으로 변화게 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계룡산에 와서부터 시작이 된 것입니다. 왜 그럴까 하고 묻는다면, 제가 계룡산에 와 보니 계룡산의 능선이 아름답고 계룡산 사계절의 아름다운 칼라가 제 가슴속에 와 있는 것이었어요. 사실 처음에 저는 계룡산의 소리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계룡산의 소리'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하게됬습니다. 그러다 점차적으로 '울림'으로 표현하게 됐습니다. 울림이라는 것은 하나의 정신적인 세계고 소리는 귀로 들리기 때문에 현실적입니다. 울림을 가슴으로 느끼다 보니 마음으로 느낀다는 것을 알았고 이제는 가슴을 그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그림들은 가슴으로 그린 그림들 입니다. 이번 저의 전시는 심오한 무개를 느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신현국 화백의 작업 공간
Q: 저 역시 선생님의 전시 오프닝에서 선생님의 작품을 보았지만 여느 어떤 작품보다도 이번 선생님의 전시회를 통해서 느낀 것이 색채라든가, 구도, 회화적인 측면에서 아주 특별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드려봅니다. 우리나라에는 대략 4만 7천여 산이 있다고 하고, 남한과 북한의 산을 모두 합하면 약 10만여 산들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 수 많은 산중에서 선생님은 특별히 계룡산의 어떤 묘미, 느낌 등 계룡산에서 얻는 영감이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왜 계룡산을 택하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요.
A: 네. 계룡산을 택하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때 은사이셨던 이종건 교장선생님이 대전에 계셨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계룡산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계룡산에 머물게 되면서 아! 계룡산이 참 좋은 산이구나 하는 것을 자꾸 더 느끼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곳에 칩거를 하게 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 했습니다. 전에는 비구상, 형상을 파괴하는 비구상을 그렸다면은 지금은 나도 모르게 구상의 산의 아름다움과 산에서 오는 울림과 소리를 느꼈기 때문에 구상으로 바뀐것입니다. 그래서 장 교수님이 말씀하신 울림, 소리를 느끼셨다고 하니까 저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 입니다. (웃음)
사진: 신현국 화백의 작품들
Q: 그것은 저만이 아니라 전시장을 방문하신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느낀 부분이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A: 고맙습니다. 원래는 제가 대학을 다닐때만해도 모던이즘(modernism)이라고 해서 소위 추상화가 많이 발전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구상이리는 것이 흔치 않았습니다. 좋지 않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이곳에 와서 구상이라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을 나도 모르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변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은 기분 좋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한 때 미국 같은 경우에 환경 예술이라는 것이 있었는데요. 연극 쪽에서도 환경 연극이라는 것이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것들이 있었죠. 근데 특별히 비주얼을 담당하는 비주얼화 같은 것처럼 선생님 같은 화가 분들은 시각적인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울림이라는 것이 저에게는 깊이 있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계룡산의 사계절 가운데 선생님께서 특별하게 이 계절이 좋다라고 생각하신 계절이 있을까요?
A: 아! 그런 질문을 저는 수없이 많이 받고 있답니다. 그런데 사실은 산은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다 좋습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의미가 깊고 넓기 때문에 계룡산의 사계는 의미있는, 잊지못할 절절한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계절이 좋다라고 꼭 꼬집어 말할 수 없답니다. 사계절 다 좋은 곳이 계룡산 입니다(웃음)
Q: 이번 전시회 작품들 가운데 겨울에 느낌을 보시고 작품을 만드신 것도 있었고, 봄, 여름, 가을 등 계룡산의 모습을 작품화 하신것도 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다른 어떤 작가들 보다 색채감이 너무나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선생님께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굼합니다.
A: 아!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제 작품을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작가들 세계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군요. 그래서 평론을 하고 있는 신항섭 평론가가 이번에 제 작품에 대해 한 말씀 했다고 하더군요. 신 평론가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색채에 대한 감각의 조짐이 예민하다. 신 화백은 색채에대한 감정이 매우 풍만하다라는 말을 제가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색채에 있어서도 매우 강하고 연한 것을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제가 그린 그림속에서는 색채가 매우 강하다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젊음을 느끼고 굉장히 강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좋은 이야기 인지, 나쁜 이야기 인지는 알 수 없겠으나 저로서는 굉장히 기분 좋은 이야기로 들립니다. (장 교수가 웃음과 박수로 호응을 했다.)
사진: 신현국 화백이 하루종일 머물며 작업하는 작업실
Q: 선생님은 초창기, 우리가 보통 피카소를 이야기 하면 청색시대를 연상합니다. 또 아티스트가 겪어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에 신 화백이 그렇다고 화답)그래서 하나의 아티스트가 겪어야 하는 과정, 선생님께서 그동안 연륜을 쌓아오시면서 지난 과거와 현재 작가로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저희로서는 매우 궁굼합니다.
A: 예. 저는 참 변한게 많습니다. 계룡산에 들어온지 60년이 다 되었는데 교직을 가지고 있다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교직을 그만 두었습니다. 교직을 그만 두고 지금까지 작가 생활을 하면서 내가 느낀점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 봤을때 내가 너무 잘했다. 내가 고생을 했고 어려움을 많이 당했지만 오늘의 신현국이 있기까지는 내가 교직을 떠난 것이 다행이었다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금전 장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소위 변화의 세계가 나도 모르게 변화가 오는 것이지 작가가 의식적 (意識的)으로 이렇게 변해야 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가상적이라 하겠죠. 꾸민다고 할까 하는 꾸밈의 가짜, 진실에 진실이 아닌, 순수성이 아닌, 가짜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 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변해온 작품세계는 순수함 그대로, 내모습 그대로 해 온 것이지 내가 변화하려고 하는 애씀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내가 이렇해 해야 겠다는 의식을 가지고 변한 것은 아닙니다.
Q: 네. 잘 알겠습니다. 저희들 입장에서 선생님께 여쭙고 싶은 것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가 궁굼합니다.
A: 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는 것이죠?. 제 나이가 90이 다 되었는데 제가 지금까지 생활해 오면서 느낀 것은 누구든지 다 있겠지만 예술분야에서 빛이나는 것,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어떻게 하면 빛이나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나 하는 것입니다. 영원히 갈 수 있는 작품으로, 후진들이 이 작품은 신현국 화백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깊이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그런 내용의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네 그렇군요. 이미 신현국 화백의 그림이라고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그것보다도 더 많은 작품들이 나왔으면 하는 선생님의 간절함이 읽혀 지네요. 선생님은 끊임없이 탐구하고,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하고 계신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이쪽 분야에서 일을하고 있는 후학들에게 코멘트를 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진: 신현국 화백이 작업실에서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장섭 기자
A: 아. 그래요. 매우 중요한 이야기 입니다. 후배들에게 코멘트를 한다는 것이 사실은 어렵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론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하는 것을 저 스스로도 가끔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아침을 먹기전에 눈을 뜨면 화실에 와서 작품을 하고, 또 식사를 하고 나서는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또 화실에 와서 그림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늦은 저녁 집에 들어가 잠을 자려고 하기 전에 내가 오늘 어떤 그림을 그렸는가 하면서 그림을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발전이 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림은 연장하는, 연장선에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림을 그릴때만 그림을 그리는 거고, 그림을 그린 다음에 그림을 잊어버리는 것은 그림이 아니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눈으로만 그리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그림은 그때만 보는 것이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잊어버리는 그림이 됩니다. "그러나 작가가 마음으로 그린 작품들은 오래 오래 갈수록 더 빛이나는 것이다"라는 말씀을 저는 드리고 싶습니다.
Q: 네. 너무나도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연기 보다는 어떤 영성에 의한 연기를 할 수 있을때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은 모두가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선생님께서 조금전에 하신 말씀이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화, 일본화가 있고, 중국화가 있고, 극동 아시아쪽 그림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화가 미래를 어떻게 해야 개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A: 네 그래요. 사실은 어려운 이야기 이면서도 어렵지 않은 이야기 입니다. 지금은 그림이라는 것이 한국화, 서양화, 동양화라는 것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그림으로, 작품으로 통용이 되는 것이지 이건 동양화다. 이건 서양화다. 기름으로 그리기때문에 이것은 서양화고, 또 먹물을 이용해서 붓으로 그리기 때문에 이것은 동양화다. 화선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동양화라는 것은 이미 떠난 것입니다. 그래서 내용은 동.서양이 따로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는데 어떻게 하면 자기 그림을 풍부하게 노출 시키느냐에 따라서 좋은 그림이 될 수 있고, 좋지 않은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평가할 수 있어요.
Q: 이제 <미술여행>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주십시요.
A: 네. 아까 제가 잠깐 비췄던 것 중에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 것은 화가는 자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권력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 세계를 개발해 가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잊어서는 안됩니다. 조금 누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치켜 세워줬다고 해서 내가 제일이다하고 가슴을 펴고 으쓱대는 것은 건방지고 말이 안됩니다. 언제나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림이라는 것은 여럿이 함께 움직이고, 함께 그리는 것이 아니고 홀로 외롭게 혼자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외로운 것이 바로 작품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외로운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작품을 완성도 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저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술여행> 독자 여러분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Q: 오랜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서 계룡산에 오신 것은 정말 잘 하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미술쪽에서 일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연극이 됬건, 음악이 됬건, 선생님께 와서 좀 충고를 들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듭니다.(웃음) 선생님은 이 분야에서 매스터일뿐만 아니라 예술 전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시는 개척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산의 울림'전시를 다시 한번 보면서 많은 것을 느껴 보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좋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 신현국이 수십년 동안 일관되게 그려온 ‘산의 울림(Echo of the Mountain)'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읽혀진다. 그만큼 신현국 작가의 작품에서 계룡산의 표현은 구상성과 때론 형태를 일그러트려 강한 색감으로 남게 하여 순수‘그리기’를 반복한다.
또한 작가는 특별한 회화방식에 연연하지 않고 정성 어린 땀과 열정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계룡산 풍경화를 그려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캔버스화면 일정부분 여백을 남겨 작가의 영혼을 외부세계와 자연스러운 소통으로 이끌고 있어 그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신현국 화백은 계룡산을 통해 자유분방한 사고로 세상과 소통하며 행복을 그리고 영산인 계룡산 사계의 예술적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는 계룡산 작가이자 한국화단의 거목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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