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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요지역 특급열차에서 큐슈와 호쿠리쿠의 주력 차량으로.
1964년 도카이도 신간선 개통과 함께 도쿄에서 큐슈지역까지 한번에 직통하는 열차들의 구간이 신오사카에서 출발하는걸로 잘리면서 산요지방 특급열차망에도 전동차의 물결이 몰아닥쳤다. 특급 "츠바메", "하토"와 같이 큐슈지역으로 넘어가는 특급열차는 직교류형 차량이 등장해야 했지만 아직 481계가 막 호쿠리쿠본선 지역에서 성능을 테스트 하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일단 남는 151계를 투입하고 중간에 기관차와 전원공급차량을 물려 운행하는 특이한 운용이 1년간 이어졌다. 그리고 1965년이 되서야 드디어 481계가 투입되면서 산요지역에도 본격적으로 485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당시의 운용은 오사카의 무코우마치 운전소(현재의 교토종합차량소) 에서 담당했고 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583계같은 침대열차가 중심이어서 485계는 "하토", "츠바메"와 오오이타까지 가는 "미도리", 우노선으로 가는 "우즈시오", 시모노세키 까지만 운행되는 "시오지"에 투입되는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75년 산요신간선이 하카타까지 개통하면서 산요본선의 특급이 폐지되고 그 차량들을 큐슈로 보내면서 큐슈지역에도 485계가 운용되기 시작했다. 74년 닛포본선의 "니치린"을 시작으로 75년 "아리아케", 76년에는 나가사키, 사세보선의 전철화로 "카모메", "미도리" 등의 특급열차에 485계가 투입되기 시작했고 닛포본선과 가고시마본선의 전철화 구간이 늘고 도호쿠지역의 485계가 밀려오면서 디젤동차들을 밀어내고 주력 특급으로 활약하게 되었다.
한편 전철화 초기인 64년부터 481계가 투입되기 시작한 호쿠리쿠본선은 크게 오사카-카나자와 구간의 무코우마치 운전소가 담당하는 "라이쵸"(75년 코세이선 경유로 변경), 카나자와 운전소(현재의 카나자와 종합차량소)에서는 489계가 우스이고개를 넘어 우에노까지 가는 특급 "하쿠산", 토야마에서 죠에츠선을 경유해 우에노로 가는 "하쿠타카"와 나고야로 가는 "시라사기", "카에츠"가 모두 485계 패밀리로 활약하고 있었다. 오사카 지역의 485계는 상당히 노는 차가 많았기 때문에 85년 키세이반도의 "쿠로시오" 라던가 86년 후쿠치야마 등 이곳저곳에 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 485계가 처음 운행되었던것도 이 "라이쵸"였다. (출처 : Wikipedia spaceaero2)
2. 130km/h 스피드 업! 무코우마치 운전소의 "슈퍼 라이쵸"
호쿠리쿠본선의 "라이쵸"나 "시라사기"를 굳게 지켜온 485계는 민영화 후에도 줄곧 그 자리에서 활약해왔다. 1989년부터는 최고속도를 130km/h로 올리고 유선형 파노라마 그린샤와 식당차를 개조한 라운지 등을 갖춘 2000번대 "슈퍼 라이쵸"가 등장해 끊임없이 활약했지만 1995년 신형 681계가 도입되면서 "슈퍼 라이쵸"는 "선더버드"로 변경되어 주력특급에서 서서히 빠져나가 결국 1999년 "슈퍼 라이쵸"가 폐지되었다. 2000번대는 일부가 카나자와로 소속을 옮겨 "시라사기"에도 투입되었지만 2003년 683계 2000번대가 대량으로 몰려오면서 다시 교토로 모여 "라이쵸"로 운용되었다. 하지만 노후화와 더불어 683계가 끝없이 밀려오면서 하나둘씩 퇴역해 2011년 특급 "라이쵸"가 폐지되며 근 50년에 이르는 기나긴 역사를 마무리 했다.
한편 후쿠치야마에서 운행되는 485계들은 1990년부터 나나오선 전철화가 시작되면서 415계 800번대 제작을 위해 교류기기를 떼어주고 183계 800번대로 개조됐다. 교류기기를 떼지 않더라도 직교류전환장치와 MCB를 투입상태로 고정해 183계 200번대가 되었다. 이들은 일부가 485계로 원복된 경우도 있지만 총 108량이 개조되어 2012년 287계와 381계에 교체되어 퇴역할 때 까지 후쿠치야마를 중심으로 한 키타긴키 빅X네트워크 열차망의 주력열차로 활약했다.
- "슈퍼 라이쵸" 로 운행된 485계 2000번대. 485계 패밀리중 유일하게 130km/h 운행이 가능했다. 선두차 뒤에 있는 차량은 원래 "단란" 좌식차량으로 운행되던 옛날 식당차를 매점+라운지+그린샤 합조차로 개조한 것이다. (출처 : Wikipedia spaceaero2)
3. 호쿠리쿠 지역 특급열차를 책임진 카나자와의 485계와 489계들
카나자와 운전소를 중심으로 활약한 485계와 489계는 카나자와를 중심으로 하여 도쿄, 니가타 방면이나 오사카, 나고야방면 양방향으로 활약했다. 차량이 485계인 만큼 오사카로 가는 "라이쵸"도 운용했지만 나고야에서 마이바라를 거쳐 카나자와로 올라오는 "시라사기"나 "라이쵸"가 코세이선 경유로 바뀌면서 호쿠리쿠본선 대체로 투입된 "카에츠" 뿐만 아니라 우스이고개를 넘는 489계의 "하쿠산", 죠에츠선을 경유하는 "하쿠타카"도 활약했다. 시간이 흘러 "하쿠타카"는 죠에츠신간선의 개통으로 폐지되었으나 오사카->카나자와<-니가타라는 양방향 신간선 연계열차의 역할은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민영화 직후인 88년 485계의 거주성을 업그레이드 한 마이바라 방면의 "키라메키"나 나가오카까지 가는 "카가야키"가 96년까지 운용된 적이 있으며 이후에는 신설된 호쿠에츠급행선을 따라 죠에츠선의 바이패스 역할을 하는 특급 "하쿠타카"로도 운용되었다. 2002년 "하쿠타카"가 681, 683계에 대체되어 빠져나가고 "시라사기"또한 683계에 대체되어 빠져나가면서 하나둘씩 퇴역 2005년까지 카나자와의 485계가 모두 퇴역했다 한편 같은 해 나가노신간선의 개통으로 우스이고개가 폐지되면서 남는 489계는 "라이쵸"나 " "하쿠타카" 등으로 이리저리 돌려지다가 퇴역하고 본넷형 마지막 세개 편성이 야간급행 "노토"로 운용되다 2011년 3월 퇴역후 1년 뒤인 2012년 영화촬영에 잠깐 사용된 뒤 폐차되었다. "최후의 본넷"인 489계 1호차인 쿠하 489-1 한량은 교토 우메코지증기기관차관 부지에 세워질 새 철도박물관에 전시되며 쿠하 489-501호는 코마츠역 근처에 있는 토이하라 본넷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
- 최후의 본넷. 야간급행 "노토"로 운행되던 489계. 역시 JR패스 배낭여행자들의 몇 안되는 희망이었다.
- 카나자와-나가오카간의 신간선 연계역할로 운행했던 특급 "슈퍼 카카야키" 호쿠에츠급행선 개통 후 역할은 "하쿠타카"가 이어받았고 신간선 개통 후 애칭만 승계되었다. (출처 : Wikipedia spaceaero2)
- 특급 "하쿠타카"로 운행되는 서일본용 485계. 위의 "카카야키" 편성을 재조합해 만든것으로 전차로고! 시리즈에도 단골로 등장했다. (출처 : Wikipedia spaceaero2)
4. 디젤+전기 협조운전부터 새빨간 큐슈본능까지 각양각색 큐슈의 485계
큐슈지역의 485계는 원래 산요본선 경유의 장거리 열차나 도호쿠 지역의 남는 485계가 건너와 민영화 직후 큐슈에 남는 485계는 총 324량이었다. 닛포본선, 가고시마본선, 나가사키, 사세보선 등 주요 간선의 전철화가 완료되고 차량이 속속 들어오면서 80년 키하 80계 디젤동차 특급과 급행열차를 모두 통합해 큐슈에 485계 전성시대를 열었다. 가고시마본선의 "아리아케", 나가사키선의 "카모메", 사세보방면의 "미도리", 닛포본선 방향으로 가는 "니치린"과 미야자키-가고시마를 잇는 "기리시마", "휴우가" 가 모두 485계로 운용되었다. 민영화 직전인 87년부터는 "아리아케"의 일부 열차를 구마모토에서 호히본선 스이젠지까지 연장했는데 이때 호히본선은 비전철 구간이었기 때문에 DE10 디젤기관차와 발전차(12계 객차중 하부에 발전기가 달린 스하후12형 한량 혹은 차장차를 개조한 요8000형 28000번대)를 물려 1999년까지 운행했다. 또한 일본 철도역사상 처음으로 영업열차의 디젤+전기 협조운전도 이루어졌다. 1989년 모지코발의 "아리아케"와 하우스텐보스로 향하는 키하 183계 1000번대 "오란다촌 특급"을 병결해 한쪽 운전실에서 두 열차의 제어가 가능하도록 하여(이것은 키하183계쪽이 개조되었다) 하카타까지 운행했다. 1992년부터는 하우스텐보스쪽도 전철화되어 "카모메", "미도리", "하우스텐보스"의 485계 3병결 다분할 운행이 2000년까지 지속되었다.
한편 일부 485계는 민영화 직후 등장한 783계나 787계와의 거주성 수준을 맞추기 위해 783계의 시트로 교체하는 등의 리뉴얼과 더불어 철도 디자인의 명인 미토오카 에이지씨가 디자인 한 새빨간 "레드 익스프레스"도색등의 다양한 도색이 큐슈를 누비고 다녔다.
다만 오래된 485계만을 받아 운행하던 큐슈인지라 노후화로 인한 퇴역이 빠르게 진행되어 883, 885계와 큐슈신간선 개통등으로 주력 열차에서 빠르게 빠져나가 결국 2011년 3월 정기운용에서 모두 퇴역하고 한개편성 8량이 오오이타 차량센터에 남아 동태보존 되고 있다.
- 485계 큐슈용 차량의 보통차 실내. 783계와 수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 그린샤도 마찬가지로 783계에서 쓰는 시트를 가져왔다.
- 새빨간 큐슈본능. 485계 "RED EXPRESS" 이건 거의 기본형 도색이다.
- 새빨간 큐슈본능은 본넷형 485계도 피해갈 수 없었다. (출처 : Wikipedia spaceaero2)
- 이번엔 녹색으로 도색된 특급 "키리시마" 전용 485계.
- 아예 알록달록하게 도색한 "키리시마" "휴우가" 겸용도색.
5. 일본 국철의 부흥기와 정체기를 지탱해온 485계. 그 역사를 마무리 하며.
1960년대 급격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신간선 개통 등 큰폭으로 성장한 국철은 대도시 외곽 지역까지 전철화를 확대하고 신간선의 범위를 점점 넓혀가면서 이 신간선을 보조하거나 신간선이 없는 구간에서 대도시와 지방을 연결하는 장거리 특급열차로 485계를 대량으로 투입했다. 485계는 홋카이도, 도호쿠, 니가타의 눈속에서,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일본해종관선에서, 혼슈와 큐슈를 잇는 특급열차 등 일본열도 전역에서 활약하면서 지방과 대도시를 연결했다. 그리고 70년대 정체기를 맞아 적자로 허덕이는 국철의 안타까운 사정 속에서도 꿋꿋히 제 위치를 지켜냈고 80년대 국철의 대개혁과 분할민영화로 급행열차마저 흡수하고 신형 차량의 등장 속에서도 노송처럼 제 위치를 지켜왔다. 그리고 최초 운행이 시작된지 50년이 된 2010년을 넘어서야 겨우 물러날 수 있게 되었다. 50년대 일본 철도 전후 회복의 상징이 151계, 60년대 일본철도 부흥기의 상징이 신간선 0계라면 70년대 일본철도 정체기의 상징은 485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철도 팬들에게 이 485계가 가지는 상징성은 각별하다 할 수 있다. 필자도 485계 만큼은 기술적 사양으로선 한 문단에 그쳤지만 그 485계들이 운용된 이력을 3편에 나누어 적어야 할 정도로 많이 적었고 그만큼 많은 자료를 찾게 되었다. 앞으로도 485계는 동일본 지역에 일부 열차가 남았지만 일본철도의 구석구석에서 길게 활약을 해온 차량으로서 일본의 모든 철도 애호인들에게 마지막 차량이 퇴역하는 그날까지 사랑받을 것이다.
- 485계의 라스트 스퍼트. 이제는 추억이 될지도 모를 모습이지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글 : 송승학
사진 : 본인, 김성수, 일철연 공동사진DB, Wikipedia
참고자료 : 교우사 철도팬 2007년 8월호 특집 "라스트 스퍼트 485/583계"
2011년 6월호 특집 "485계 퍼펙트"
철도 픽토리얼 2014년 11/12월호 특집 "485/489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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