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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2006. 11. 27. 미리 쓰는 유서
강촌 추천 0 조회 88 06.11.28 01:44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2006. 11.27. 미리 쓰는 유서

 

 

 

 

 

아들 형제에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나는 천상병 시인의 이 詩가 참 마음에 든다.

이 시를 읊으면서 시어에 그려진 그런 마음으로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그래서 이름 없는 한 점 구름이 되고 별이 되고 한 줄기 바람이 되어

너희들과 영원히 함께 하리라. 

 

 

 

 

 

후회없이 열심히 살았노라.

아니 후회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았노라.

설사 뜻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순간엔 최선을 다했을테니까....

 

'후회하지 않는 삶' 은 어머니의 좌우명이었다.

 

그리고 가슴 뜨거운 사랑도 했노라.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뜨거운 사랑을 했노라.

너희 형제가 나의 아들로 점지 된 그날부터 오늘까지 

나는 늘 사랑으로 데워진 뜨거운 가슴 안고 살았노라.

길 가의 풀꽃 한 송이에도 뜨거운 사랑 보냈고,

푸른 하늘 쳐다보고도 사랑의 눈물을 흘렸노라.

 

네 아빠를 만나 가치관이 엇갈려 힘들었던 적도 있었지만,

너희 형제에게 아빠라는 그 한가지 사실만으로 도

네 아빠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수 있었단다.

 

소중한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나의 일생은

지금 돌아보면 아름다웠노라. 

아팠던 일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그때마다 지우고 있었기에

지금의 나에겐 아름다운 그림들만 남아 있단다. 

 

 

 

       

그러니 아들 형제야.

어머니 생각하면서 아파하거나 울지 말아라.

그러면서 너희들이 하는 일 행여라도 멈칫거려 질라.

어미의 부탁이 어떤 것인지는 익히 알고 있을 터이니

새삼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무덤을 만들지 말거라.

수목장을 하지도 말거라.

무덤을 돌보기 위해  지정된 나무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지어다.

그 얼마나 쓰잘데 없는 일이더냐

 

한 줌 흙으로 만들어 하늘 향해 뿌려 주려므나.

 

세상을 향하여 할 일이 많은 젊은 너희들은

촌음이라도 아껴 바르고 좋은 일에 소중하게 써야 하느니라..

 

너희들을 온 몸과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했었기에,

사랑할 수 있었기에

이미 너희들은 이 어머니에게 충분한 효도를 하였노라.

사랑받는 이보다 사랑하는 이가 더 행복하니라~~~.

 

그래도  

어미가 생각나면 그때마다 고개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보거라.

그게 낮이면 흘러가는 구름에 어미 모습 보여질 것이고

밤이면 어느 별 하나에 어미 모습 담겨 있을 것인 즉...

어디 그뿐이겠나, 

머리카락 날려 주는 실바람에도 어미의 숨결이 깃들어 있을지니.

가끔 고개 들어 하늘 올려다 보고 가슴 내밀어 바람을 안아보려므나.

 

'열심히 사셨던 어머니,

바르게 사셨던 어머니,'

 

라고 너희들이 회상해 준다면 어머니는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내가 살아온 하루 하루는 행복에 겨운 나날들이었다.
 나는 다행하게도 그 행복의 실체를 일찌기 읽었었다. 

 너희 형제 먹을 밥이 부족하여 허기지게 만들지 않았고

 너희들 책상에 들꽃이라도 꺾어다 놓을 수 있었던 여유를

 나는 행복이라고 여기면서 살았다.

   
 내 生이 내가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줄거리가 만들어 져 가도 

 나는 억울하게 생각지 않았고 나의 분수가 거기 까지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生의 길목을 함께 걸었던 사람들,

 내가 사랑했던 자연들에게 행여라도

나도 모르게 아픔을 주었다면 용서를 구하리라.

 

그리고 내 가슴 속을 뚫고 나오는 감정들을  글로 적으면서

살수 있었던 날들에게 감사하고,

나에게 끝없이 아름다운 글감을 제공해 준 너희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면서 조용히 눈을 감고 싶다.

 

어머니 행복했었다~~~!!!

 

사랑하는 아들 형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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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11.28 13:11

    첫댓글 가슴이 쨘하게 저려옵니다. 행복한 어머니의 모습...언제나 강녕하소서.

  • 작성자 06.11.29 14:49

    그랬나요. 고마워요, 八音님, 님도 건강하고 건필하세요.

  • 06.11.28 19:45

    내가 전혀 모르는 수필가의 작품을 읽었다면...하고 생각해 보았답니다. 쉽지않은 내용을 쉽지 않게 쓰셨네요. 옆에 계시면 손이라고 꼬옥 잡아 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나이 든 사람이 읽으면 눈물 날 것 같은 글은 자꾸 무서워 집니다.

  • 작성자 06.11.29 15:00

    감사합니다. 따뜻한 댓글 도요. 이런 글 한번 쓰고 싶었습니다.그리고 나름대로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뜻이 잘 통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연전에 자다가 그만 가버렸어요. 친구의 뒷 정리하는 것을 보았는데 친구의 뜻과 다르게 하더라구요. 누가 그리 일찌기 갈 줄이나 알았겠어요.귓띰도 해 둔 적이 없었죠. 그런 생각하면서 심심해서 써 보았어요. 무서워 마세요. 감사합니다.

  • 06.11.29 12:32

    너무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왠지 가슴이 짠합니다..후회없는 삶..참 아름다운 삶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미리 유서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삶을 한 번 되돌아 볼 기회를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진실로 후회없는 삶을 사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늘 건강하세요.

  • 작성자 06.11.29 15:05

    후회는 쓰잘데 없는 것이니까 아니하려 하는 것이지요. 아닌게 아니라 장난삼아 쓴다고 생각했지만 눈물 나던데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인가 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 또 오래 살아지면 추가하거나 고치는 일도 있겠지요. 고마워요, 정성스러운 댓글...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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