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車)에 얽힌 내 인생 살피기 ② - 프라이드(Pride)
저는 1990년 4월에 목사 안수를 받고 그해 5월에 신촌성결교회의 부목사로 부름을 받게 되었습니다. 농촌 목회에서 제게 주어진 사례비는 15만 원 정도 되었는데, 부목사의 사례비는 64만 원이 책정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아내와 더불어 몹시 흥분하여 이 많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설레는 꿈도 잠시였고, 제 생애 두 번째 구매하게 된 프라이드의 할부금을 내느라 서서히 부서지게 되었습니다. 모아 놓은 돈이 한 푼도 없는 처지라 교회에서 200만 원을 미리 받아 계약금을 치르고 520만 원의 차 대금 중 320만 원은 36개월 할부로 사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임한 교회에서는 여전도사님과 함께 교구를 맡아 성도의 가정을 돌보는 심방이 주된 사역이 되었습니다. 여전도사님과 심방을 하던 중 홍익대 앞 서교동에서 약속 시각이 늦게 되었다고 재촉하는 소리에 급한 마음이 들어 중앙선을 넘어 유턴(U-Turn)하는 어리석은 짓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그때 마주 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하여 청년 하나가 길바닥에 나뒹구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다행히 청년은 크게 다치지 않아 보험처리를 하게 되었지만 저는 중앙선을 침범한 죄로 인하여 벌금 100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교회에 부임한 지 채 1년도 되기 전에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 빠져나가게 되므로 부임할 당시 그 많은 돈을 받게 되면 어려운 분을 도우며 살자는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사고로 인하여 정비를 받게 되어 새 차라는 들뜬 기분은 사라지고 매달 지급해야 하는 할부금으로 여유롭지 못하였지만 나름 웃음을 안겨주는 에피소드도 담겨 있었습니다.
제 둘째 딸이 6살 때였습니다. 제가 시무하는 교회에 농촌에서 한 목사님이 부임하였습니다. 저의 사택과 맞붙어 있는 한옥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 집에 제 딸과 같은 동갑내기 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외국의 여자 소프라노 가수가 나와서 열창을 합니다. 그 노랫소리를 듣고 있던 제 딸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옆구리를 툭 치며 “야! 너 저 노래 부르는 사람 누구인 줄 알아?” 그러는 겁니다.
이 아이는 시골에서 갓 서울로 온지라 약간은 주눅이 들어 있었는지 모깃소리만 한 목소리로 “아~니 몰라” 그럽니다. 제 딸은 의기양양하게 내뱉습니다. “그것도 모르니? 파파로티 아줌마야!”그러는 겁니다.
프라이드 차를 생각하면 이 장면이 떠올라 웃음을 짓게 합니다. 추측하건대 둘째 딸은 시골에서 낡은 봉고차를 타고 다니다가 새 차를 타게 되어 Pride가 생겨 어린 친구에게 으쓱거리고 싶었나 봅니다.
고후 10:17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할지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