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의 한 사람인 단계 하위지는 진주 하씨로 경북 선산 출신의 과거 장원급제자에 그야말로 탄탄대로의 벼슬길이 열려 있었는데도 절의를 지켜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사지를 찢기는 거열형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그가 잡혀 죽었을 때 처자식이 다 고향인 선산에 있었는데 큰 아들은 이름이 호, 둘째는 박으로 세조의 명령을 받은 금부도사가 이들을 죽이려 들이닥치자 둘째 아들 박은 이 때 나이 스물이었는데 조금도 두려워 하는 빛이 없이 도사한테 말하기를 "조금만 늦춰 주십시오. 모친한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니 그러라고 허락하였습니다.
이에 박은 안으로 들어가 꿇어 앉아 어머니한테 말하기를 "죽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는데 어찌 자식이 혼자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조정의 명령이 없더라도 오히려 저는 자결할 것입니다. 다만 여동생 하나 있는 것이 시집갈 나이가 되었으니 비록 재산이 몰수당하여 천한 종이 되더라도 어머니께서는 도리를 가르쳐 마땅히 한 남편을 섬기고 개돼지 같은 행실은 하지 말도록 잘 깨우쳐 주십시오" 하고는 두 번 절하고 물러나 조용히 죽음을 받으니 사람들이 모두 "하위지에겐 아들이 있다" 했답니다.
※언론에 오르내리길 어떤 분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내년에 기념우표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이 자신의 부모를 높이는 일은 자연스럽고 인지상정일 수도 있겠으나 기약없는 불황탈출 소식에 서민들의 삶이 이리도 팍팍한데 그 백성들의 허락도 없이 아랫 것들이 국민세금으로 그런 일을 하겠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설마 입만 열면 경제회복을 외치는 그 분의 진심은 아니겠지요? .....설마가 사람잡는다고요?
옛 말에 '호부 아래 견자는 없다'고 했는데 죽음 앞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칭송을 받은 '하 박'과 역시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는 그 박은, 같은 근처 출신이면서도 아버지를 높이는 방법에 있어서 전혀 다른 모습이라 유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