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身)은 아이를 가져 배가 불룩한 여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로 임신(姙娠)하다가 본래의 뜻이다.
갑골(甲骨)의 복사(卜辭)에 ‘부호가 임신하였다(婦好身)’, ‘왕이 말하기를 임신하였다(王曰有身)’는 말이 보인다.
금문(金文)에 이르러 배가 불룩한 채 옆으로 선 듯한 여자의 모습으로 발전하여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되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신(身)을 몸이란 뜻의 궁(躬)으로 해석한 것처럼 임신(姙娠)하다에서 몸이란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고대 임신[身]이란 글자가 생겨날 무렵, 생명을 잉태하여 불룩 나온 배의 모습은 생명 탄생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인류의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인류애적 주체에 대한 찬사였을 것이다.
인구의 증가와 빈번한 교류, 천재지변이나 전쟁을 통한 생명의 대량상실 등은 몸의 역할을 출세(出世)와 생명 보전을 위한 운신(運身)과 처신(處身)으로 바꾸어 놓았고 나아가 수신(修身)과 입신(立身)이라는 도덕적 주체로 변화시켰다.
때로는 살신성인(殺身成仁)에서처럼 도덕은 몸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역사의 진행과 문명의 발전으로 몸은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관찰하는 예술적 주체로까지 지평을 열어놓았다.
인간의 몸은 예술적 가치의 표출과 더불어 자연 상업적 가치도 추구하게 되었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 몸의 가치에서 두뇌의 가치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기존 가치의 상실에서 오는 몸부림은 처절하다.
몸을 줄이고, 몸을 깎고, 몸을 바꾸어야 위안이 되고 대중적 지지를 얻는다.
망신(亡身)이야말로 성공의 보증수표이다.
우리사회는 지금 소위 ‘얼짱’ ‘몸짱’이 화두다.
미남미녀의 식상한 스토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무용담이라 더욱 통쾌해하고 열광한다.
그러는 사이 대중적 가치를 향한 몸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