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91. 먼 곳의 태풍 (2)
밤새 비는 그치고 이른 새벽 잠결에 여늬 때처럼 온갖 새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청명한 새 아침이다. 너무나 맑고 깨끗하다.
아침 일찍 필드에 나가 걸어서 18홀을 돌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데 다시 먼 하늘에서 꾸르릉거린다.
Arnel이 말한다. " 맘, 지금은 비가 그쳤어도 먼 곳에 세 개의 태풍이 다시 생겼대요." 그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 아직은 상쾌하니까.
그런데 늦은 오후부터 다시 흐려지더니 간간히 비가 시작된다. 때로는 화사한 햇빛 속에 비가 내리는 진기한 풍경도 연출한다.
어둠이 내리자 비는 다시 거세어진다. 잠시 그쳤는가 보면 다시 쏟아진다.
인터넷 사정이 나쁘니 TV도 버퍼링이 되지 않는다. 전화도 끊겼다 이어졌다 해서 서로 알아듣지 못한다. 다만 카톡이 된다.
드디어 올 것이 온 모양이다. 밤새 잠결에도 거센 빗소리를 듣는다.
날이 새자 사정은 더욱 나쁘다. 진짜로 쉬지않고 내리는 비.
웬일인지 작은 방 창턱에 물이 고인다. 수건을 말아서 대 놓으니 얼마후 흠뻑 젖는다.
태풍이 지나면 Arnel을 시켜 창틀 사이에 실란을 쏘아 두어야겠다.
하루 종일 밖에도 못 나가고 TV도 인터넷도 없이 지내자니 좀이 쑤신다.
죠샙은 뒷짐을 지고 괜히 이방 저방 서성거리다 창가에 서서 할 일 없이 밖을 내다본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똑같은 행동을 한다.
긴 하루가 저문다. 7시 반 경,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 앞집도 옆집도 모두 까맣다.
후래쉬를 켜놓고 빗소리를 들으며 오두마니 앉았다가 8시도 안 된 시각에 할 수 없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여보, 물도 안 나오네." 죠셉의 한 마디에 온갖 근심이 솟아난다.
"우리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요? 생 고생을 하면서?"
"그래도 날이 들면 여기가 너무 좋잖아." "뭐가 좋은데?"
"숲 속 공원 같은 곳에 들어앉은 크고 예쁜 우리 집. 그리고 당신한테 뭐든 다 해 바치는 메이드....."
"온갖 소리로 지저귀는 새들." " 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 "쏟아지는 별." "우리 뜰에 매달린 크고 맛있는 잭푸릇." "뚜꾸 소리."
"비 갠 뒤에 무지개" "산소 탱크같은 우리 정원" "신비스러운 반딧불" "생활비도 적게 들지." "둘이 쳐도 한 번에 만 이천원밖에 안 드는 골프" "매달 내는 골프 회원비는 안 쳐?" "그거? 까짓 거 한 달에 십 이만 원." "그게 적은 돈이야?" "골프 치겠다는 사람이 그게 아까워? 한국에서 그렇게 칠 수 있어?" "하긴 그래."
"그래도 가끔씩 힘들어" "그렇긴 하지. 인터넷 땜에." "병원도..." "방충망을 쳤는데도 기어들어온 작은 개미" "아, 그건 나도 너무 싫어. 가끔씩 보이지도 않는데 물기까지 해." "그리고 해질녘엔 쓸쓸해져." "애들도 보고 싶구."
"괜찮아. 내일 아침이 되면 전기도 물도 해결 될 것이고, 인터넷도 또 살아날 거야. 아무 것도 걱정 하지 마. 느리게 사는 거야."
여기가 좋고 나쁜 이유를 서로 하나씩 꼽아 보다가 그래도 행복해 하며 잠을 청한다.
첫댓글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고
어려운 때가 있으면 즐거운 때도 있고.....................................
세상은 그리 간단하자도 않고
어느 사회,나라, 가정.개인에개도
밟은 면과 어둡고 힌든 면이 있지라 …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고 인생을 논하지 말고 …
총탄이 비오듯이 하는 전선의 첨호속애서 싸움을 해보지 않고
하나님의 존재를 … 신앙의 존재를 논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라
오늘은 금요일 山行 참가해야하는데
신변이 여의치 못해 동참하지 못했네유
세상사 두루 두루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