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는 하느님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해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이끌라는 소명을 받았다.
탈출 3,8-10 그래서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족과 히타이트족과 아모리족과 프리즈족과 히위족과 여부스족이 사는 곳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 나는 이집트인들이 그들을 억누르는 모습도 보았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
느보 산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이끌어 내어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으시고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거친 후 도달한 출애굽 여정의 마지막 장소였다. 모세가 느보 산 피스가 꼭대기에 올라가자 주님께서는 그에게 유다의 온 땅을 눈으로만 보게 하시고 그 땅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하셨다. 모세는 백스무 살의 나이었으나 아직 눈이 어둡지 않았고 기력도 없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뜻이었기에 이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민수 27,12-14; 신명 32,48-52; 34,1-7).
민수 27,12-14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아바림 산으로 올라가,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준 땅을 바라보아라. 그 땅을 바라본 다음에는, 너의 형 아론이 간 것처럼 너도 선조들 곁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는 친 광야에서 공동체가 시비를 걸어올 때, 그들이 보는 앞에서 물로 나의 거룩함을 드러내라는 내 분부를 너희가 거역하였기 때문이다.” 이 물은 친 광야에 있는 므리밧 카데스의 물을 가리킨다.
신명 32,48-52 바로 그날에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너는 예리코 맞은쪽, 모압 땅에 있는 아바림 산맥의 느보 산으로 올라가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소유하라고 주는 가나안 땅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너의 형 아론이 호르 산에서 죽어 선조들 곁으로 간 것처럼, 너도 네가 올라간 산에서 죽어 선조들 곁으로 가야 한다. 그것은 너희가 친 광야에 있는 므리밧 카데스 샘에서, 이스라엘 자손들 한가운데에서 나를 배신하였고, 이스라엘 자손들 한가운데에서 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는 땅을 멀리 바라보기만 할 뿐 들어가지는 못한다.”
신명 34,1-7 모세가 모압 평야에서 예리코 맞은쪽에 있는 느보 산 피스가 꼭대기에 올라가자, 주님께서 그에게 온 땅을 보여 주셨다. 단까지 이르는 길앗, 온 납탈리, 에프라임과 므나쎄의 땅, 서쪽 바다까지 이르는 유다의 온 땅, 네겝, 그리고 초아르까지 이르는 평야 지역, 곧 야자나무 성읍 예리코 골짜기를 보여 주셨다. 그리고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저것이 내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너의 후손에게 저 땅을 주겠다.’ 하고 맹세한 땅이다. 이렇게 네 눈으로 저 땅을 바라보게는 해 주지만, 네가 그곳으로 건너가지는 못한다.”주님의 종 모세는 주님의 말씀대로 그곳 모압 땅에서 죽었다. 그분께서 그를 모압 땅 벳 프오르 맞은쪽 골짜기에 묻히게 하셨는데, 오늘날까지 아무도 그가 묻힌 곳을 알지 못한다. 모세는 죽을 때에 나이가 백스무 살이었으나, 눈이 어둡지 않았고 기력도 없지 않았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눈앞에 둔 모세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온갖 시련을 겪으며 걸어온 40년간의 여정에 대한 회한은 없었을까?
모세는 주님께 간구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주님의 뜻이 아니었다.
신명 3,23-27 “그때에 내가 주님께 이렇게 간구하였다. 주 하느님, 주님께서는 이제 당신 종에게 당신의 위대함과 당신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기 시작하셨습니다. 하늘이나 땅에 있는 어떤 신이 당신의 업적과 위업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저를 건너가게 해 주시어, 제가 요르단 건너편에 있는 저 좋은 땅, 저 아름다운 산악 지방과 레바논을 보게 하여 주십시오.’그러나 주님께서는 너희 때문에 나에게 진노하시어 내 말을 들어 주지 않으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그만 됐다. 더 이상 이 일로 나에게 말하지 마라. 피스가 꼭대기에 올라가서, 서쪽과 북쪽과 남쪽과 동쪽으로 눈을 들어, 네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너는 이 요르단을 건너지 못할 것이다.
성경에 의하면 모세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전승이 있는데 그 하나는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반도에서 하느님께 반역한 때문이다(신명 1,34-37 참조).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모세가 친 광야에 있는 므리밧 카데스 샘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지팡이를 집어 들고 형 아론과 공동체가 보는 앞에서 바위더러 물을 내라고 명령 하라’고 하였는데 모세는 이를 따르지 않고 지팡이로 바위를 두 번 쳐서 물이 터져 나오게 하였기 때문이다(민수 20,1-13 참조).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전승에 따르면 모세는 미카엘 대천사에 의해서 느보 산에 묻혔고 그 장소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신명 34,6 참조). 비록 오경의 저자는 이스라엘 백성과 모세의 불충함으로 인해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하느님께서 손수 그의 무덤을 마련하셨다는 것은 모세가 요르단 강을 건너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하느님의 계획임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느보 산은 모압 임금 발락이 발라암 예언자를 ‘파수병의 밭’이라고 부르는 피스가 산꼭대기로 데려다가 이스라엘에 저주를 내려달라고 청한 두 번째 장소이기도 하다. 시야가 성당 왼쪽에 있는 둥근 언덕이 발락이 발라암에게 모압 평지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을 향하여 저주를 퍼부어 달라고 요청했던 곳이라고 한다.
민수 23,13-14 발락이 그에게 말하였다. “나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그들을 바라보십시오. 그러나 그들의 끝자락만 보고, 전체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거기에서 나를 위하여 그들을 저주해 주십시오.”그리하여 그는 발라암을 피스가 산꼭대기, ‘파수병 밭’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거기에 제단 일곱을 쌓고, 각 제단에서 황소와 숫양을 한 마리씩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