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속삭임, 신성리 갈대밭
20년 전 개봉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보름달만 덩그러니 떠오른 어둑한 밤에 북한군 송광호와 남한군 이병헌이 흔들리는 갈대밭 속에서 조우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곳이 금강하구의 신성리 갈대밭이다.
갈대숲을 거닐면서 나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그 곳을 찾았다. 하긴 군대시절 국방부 ‘배달의 기수’에서 배고픈 북한병사로 나온 적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지만 지금은 뱃살이 삐져나와 배부른 장교가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 드라마 추노, 킹덤에도 등장했으니 대다수 성공작들은 이 갈대밭에 감사해야 한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 폭 200m의 갈대밭이 1km이상 뻗어 있다. 면적만 30만㎡이 넘는다. 여름철 싱그런 초록 갈대도 멋지지만 가을이면 갈색 옷을 갈아입을 때 최고의 경치를 선사한다. 금년에 갈대밭 한 가운데 둥지모양의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명란젓은 원래색이 먹음직스러운데 일본은 핑크빛 염료를 넣어 질리게 한다. 요즘 핑크뮬리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역시 수수한 우리 갈대가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갈대숲 속내로 들어갔다. 2m가 넘는 갈대가 키를 뽐내며 하늘을 향해 올라가 있다. 신발에 진흙이 잔뜩 묻을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 자갈을 깔아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산책길도 여럿 있다. 마치 미로 찾기 하는 것처럼 한번 빠져 들어가면 헤어나기 힘들다. 시를 읽으면서 거닐 수 있는 갈대숲, 물가 쉼터, 나무다리, 흔들다리 등 다양한 테마 숲길 덕에 갈대가 더욱 사랑스럽다.
요즘 다시 가보니 스카이워크를 조성해 놓았다. 한쪽은 금강을 다른 한쪽은 갈대밭을 감상하며 거닐게 된다. 애절하게 흐르는 금강과 어우러져 근사한 그림을 보는 듯하다. 강둑에 앉아 흔들리는 갈대만 바라봐도 시간이 강물처럼 흘러간다. 거기다 바람까지 불면 갈대는 집단 가무로 바뀐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가 서로 비벼대는 소리가 참 오묘하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작은 속삭임
"서걱서걱"
웅포 곰개나루
낙조가 드리워질 때 황금색이 출렁이는 갈대밭을 한번 감상해보라. 운이 좋으면 수백 마리 철새 떼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강 건너는 익산의 웅포다. 정자에 올라 느티나무에 드리어진 노을에 눈물을 쏙 뺀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건너편 갈대밭에서 바라본 웅포의 모습이 새롭다.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첫댓글 내가 처음 모놀을 만났을때
대장님과 모놀님 들의 여행기에 반하여 가슴뛰던 그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대장님의 여행기 그리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