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권 - 11. 장주 나한 계침화상
漳州羅漢桂琛和尙上堂 大衆立久 師曰 諸上座 不用低頭思量 思量不及
便道不用揀擇 委得下口處麽 汝向什麽處下口 試道看 還有一法近得汝
還有一法遠得汝麽 同得汝異得汝麽 旣然如是爲什麽卻特地艱難去
蓋爲不丈夫男子 [仁-二+蔑][仁-二+蔑]偰偰無些子威光 慼慼地遮護箇意根 恐怕人問著
상당하여 대중이 오래 섰으니 대사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 상좌들이여, 고개를 숙이고 헤아릴 필요가 없다. 헤아려도 미치지 못하므로 문득 간택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입 댈 곳을 알았는가? 그대들은 어디에다 입을 대고자 하는가 말해 보라. 어떤 한 법이라도 그대가 가까이할 수 있겠는가. 어떤 한 법이라도 그대가 멀어질 수 있는가? 그대와 같아지거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이미 이렇거늘 어째서 유달리 어렵게 여기는가? 대체로 장부다운 남자가 못되고, 그럭저럭해서 약간의 위광도 없고, 어물어물 의근을 감싸면서 남이 물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我常道 汝若有達悟處 但去卻人我披露將來 與汝驗過 直下作麽
不肯莫把牛跡裏水以爲大海 佛法遍周沙界 莫錯向肉團心上妄立知見以爲疆界
此見聞覺知識想情緣 然非不是 若向遮裏點頭道我眞實卽不得
只如古人道此事唯我能知 是何境界 還識得麽 莫是汝見我我見汝便是麽
莫錯會 若是遮箇我我隨生滅 身有卽有身無卽無 所以古佛爲汝今日人說
異法有故異法出生 異法無故異法滅盡 莫將爲等閑 生死事大
내가 항상 말하기를 ‘그대가 깨달은 곳이 있다면 너와 나를 여의고서 드러내 갖고 오라. 그대를 위해 시험해 주리라. 당장에 왜 수긍치 않는가? 소 발자국의 물을 바다로 여기지 말라. 불법은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세계에 두루했거늘 살덩이의 마음 위에 다 허망하게 지견을 세워서 영역으로 삼지 말지니, 이는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식상의 반연일 뿐이다. 그러나 옳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고 하였다. 만일 그 속을 향해 머리를 끄덕이면서 내가 진실하다고 하면 곧 얻지 못한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이 일은 오직 나만이 능히 안다’고 하였으니, 이게 무슨 경계인가? 알겠는가? 그대가 나를 보고, 내가 그대를 보는 것으로 문득 옳지 않겠는가. 잘못 알지 말라. 만일 그런 나라면 나는 생멸을 따르는 것이라서 몸이 있으면 있고 몸이 없으면 없다. 그러기에 옛 부처님께서 그대들의 오늘을 위해 말씀하시기를 ‘다른 법이 있으므로 다른 법이 생기고, 다른 법이 없으므로 다른 법이 없어진다’고 하셨으니, 공연한 말로 여기지 말라. 나고 죽는 일이 크다.
此一團子消殺不到 在處乖張不少聲色 若不破受想行識 亦然役得汝骨出在
莫道五陰本來空也 不由汝口便解空去 所以道 須得親徹須眞實也
不是今日老師始解恁麽道 他古聖告報 汝喚作金剛袐密不思議光明藏
覆蔭乾坤生凡育聖 [一/旦]古[一/旦]今誰人無分 旣若如此更藉何人
所以諸佛慈悲見汝不奈何 開方便門示眞實相 我今方便也汝還會麽
若不會莫向意根下掜怪
이 한 덩어리는 없애려고 해도 이를 수 없고 존재하는 곳마다 거두고 펴는 일이 적지 않으니, 소리와 빛깔을 파괴하지 못하면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도 그렇다. 설사 그대의 뼈가 나온다 하여도 5음이 본래 공하다고 말하지 말라. 그대가 말로 공을 이해하는 것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말하기를 ‘몸소 사무치기를 바란다면 모름지기 진실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오늘에야 내가 비로소 그렇게 안 것이 아니다. 옛 성인이 그대에게 말하기를 ‘그대를 금강비밀부사의광명장이라 부른다’고 하셨는데, 이는 건곤을 덮어 감싸고 범부와 성인을 기르고 고금을 꿰뚫는 것으로서 누군들 분수가 없으랴. 이미 이렇다면 다시 누구의 힘을 빌리랴. 그러므로 부처님들이 자비로써 그대들을 어쩔 수 없음을 보시고, 방편의 문호를 열어 진실상을 보여 주셨는데, 나도 이제 방편을 다 베풀었으니 그대들은 알겠는가? 모르겠거든 의근을 향해 더듬지 말라.“
僧問從上宗門乞師方便 師曰 方便卽不無 汝喚什麽作宗門
曰恁麽卽學人虛施此問 師曰 汝有什麽罪過
스님이 물었다. “위로부터의 종문에 대하여 스님의 방편을 빕니다.”
대사가 대답했다. “방편은 없지 않으나 그대는 무엇을 종문이라 하는가?”
“그러면 학인은 공연히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問佛法還受雕琢也無 師曰 作麽不受 曰如何雕琢 師曰 佛法
다른 이가 물었다. “불법도 탁마를 받습니까?”
“어째서 받지 않겠는가?”
“어떻게 탁마하겠습니까?”
“불법이니라.”
問諸行無常是生滅法 如何是不生不滅法 師曰 用不生不滅作麽
또 물었다. “모든 행이 무상함이 생멸의 법이라 하니, 어떤 것이 생멸하지 않는 법입니까?”
“생멸하지 않는 법으로써 무엇하랴.”
問才擬是過不擬時如何 師曰 擬有什麽過
曰恁麽卽便自無瘡也 師曰 合取口
또 물었다. “까딱 망설이면 허물이라 하니, 망설이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망설인들 무슨 잘못이 있으랴.”
“그러면 저절로 부스럼이 없어지겠습니다.”
“입을 닥쳐라.”
問諸境中以何爲主 師曰 那箇是諸境 曰莫是疑處是麽 師曰
把將疑處來 問正恁麽時是什麽 師曰 不恁麽時是什麽
曰學人道不得 師曰 口裏是什麽塞卻
또 물었다. “모든 경계 가운데서 무엇으로 주인을 삼습니까?”
“어떤 것이 모든 경계인가?”
“의심하는 곳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의심나는 곳을 가지고 오라.”
“바로 그럴 때가 무엇입니까?”
“그렇지 않을 때는 무엇인가?”
“학인은 모른다고 했습니다.”
“입 안을 무엇이 막았는가?”
師又曰 諸人朝晡恁麽上來下去也 只是被些子聲色惑亂身心不安
若是聲色名字不是佛法 又疑伊什麽 若是佛法不是聲色名字
汝又作麽生擬把身心湊泊伊 若是聲色名字 總是聲色名字
若是佛法總是佛法 會麽 異聲無聲 異色無色 離字無名 離名無字
試把舌頭點看 有多少聲色名字 自何而色以何爲名
三界如是崢嶸尙覓出頭不得 因什麽卻特地難爲去
只爲諸人自生顚倒 以常爲斷悟假迷眞 妄外馳求强掜異見
대사가 또 말했다. “여러분이 아침부터 이렇게 올라왔다 내려가지만 다만 그 소리와 빛깔에 미혹되어서 몸과 마음이 편치 않다. 만일 소리와 빛과 명자라면 불법이 아니니, 다시 무엇을 의심하는가? 만약 불법이 소리와 빛깔과 명자가 아니라면 그대는 또 어째서 몸과 마음을 거기에다 매어 두려고 하는가? 만일 소리와 빛깔과 명자라면 모두가 소리와 빛깔과 명자이고, 만약 불법이라면 모두가 불법이다. 알겠는가? 소리를 달리하면 소리가 없고, 빛깔을 달리하면 빛이 없고, 자를 여의면 이름이 없고, 이름을 여의면 자가 없으니, 혀를 가지고 점검해 보라. 그토록 많은 소리와 빛깔과 명자는 무엇으로부터 빛깔을 이루고 있으며, 무엇으로 이름을 삼는가? 삼계가 이토록 울퉁불퉁하여 머리를 내밀 곳을 찾아도 얻을 수 없거늘, 어째서 공연히 어렵다고 여기는가. 다만 여러 사람들이 제 스스로 뒤바뀐 생각을 내어서 항상함을 단멸로 여기고, 거짓을 깨닫고 참을 미혹하며, 허망하게도 밖을 향해 분주히 구하면서 억지로 딴 소견을 내기 때문이다.
終日共人商量便有佛法 不與人商量便是世間閑人 話到遮裏才擧著佛法
便道擬心卽差 動念卽乖 尋常諸處元無口似紡車 總便不差去
佛法事不是隔日瘧 皆由汝狂識凡情作差與不差解 忽然見我拈箇槌子槌背
便作意度顧覽 不然見我把箇帚子掃東掃西 便各照管 是汝尋常打柴
何不顧覽招呼便悟去 上座佛法莫向意根下皮袋裏作則度 汝成自賺
我不敢網絆初心籠罩後學 各自究去無事 珍重
종일토록 남과 헤아릴 때에는 문득 불법이 있지만 남과 헤아리지 않을 때에는 세간의 한가한 사람이 된다. 이야기가 이에 이르러서 잠깐 불법을 들추면 문득 말하기를 ‘마음을 기울이면 어긋나고 생각을 움직이면 곧 틀린다’고 하는데, 평소 어디서나 입 없는 것이 물레와 같다면 모두가 어긋나지 않는다. 불법은 시간을 격하는 학질이 아니니, 모두가 그대들의 미친 의식과 범부의 심정으로 말미암아 차별을 짓거나 짓지 않는 알음알이인 것이다. 홀연히 내가 방망이를 들어 등을 툭툭 치면 문득 뜻을 일으켜 헤아리면서 돌아보거나, 아니면 내가 비를 들고 동쪽과 서쪽을 쓰는 것을 보고서 얼른 제각기 속으로 照管하는데, 그대들의 장작을 패는 일상사에서는 어찌하여 이를 돌아보지 않아서 부르는 사이에 얼른 깨닫지 못하는가. 상좌들이여, 불법을 의근 아래의 가죽 주머니 속에서 헤아리지 말라. 그대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나는 초심자들을 얽어매거나 후학들을 가두려고 하지 않는다. 제각기 스스로 연구해 보라. 일 없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