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문이 한글로 나오기까지 발자취
신문이 한말글로 나올 때 한겨레는 빛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나온 신문은 한성순보인데 한자로만 만들었고, 그 다음에 한성주보가 한자혼용이었다. 그리고 독립신문이 한글로만 만들었다. 그 뒤에 여러 신문이 한자혼용 또는 한글전용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1910년 일본 식민지 되면서 일본 신문만 나오다가 1920년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한자혼용으로 나왔다. 그리고 광복 뒤 호남일보가 한글로 신문을 만들다가 나오지 않게 되었고, 그 뒤 50여 년 간 거의 모든 신문이 한자혼용이었다. 일본 식민지 때에 한자혼용을 한 일본책으로 교육을 받았기에 한자혼용에 길든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왼쪽부터 한자로 된 1883년 한성순보, 한자혼용 한 1886년 한성주보, 1896년 한글전용 한 둑립신문.
그리고 1988년 국민이 돈을 모아 한글로만 만든 한겨레신문이 나왔다. 1886년 독립신문이 나온 뒤 100여 년 만에 나온 한글신문이다. 그리고 1995년 중앙일보가 제호를 한글로 바꾸고 한글 가로짜기 신문으로 바뀐다. 독립신문이 3년 반 만에 없어졌지만 그 창간 뜻이 크고 깊었다. 독립신문에 이어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가 한글 가로쓰기로 나온 일은 우리나라 신문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큰일이었다. 이렇게 중앙일보가 한글로 바뀌면서 일본 신문처럼 한자혼용 세로짜기 신문을 고집하던 조선일보와 모든 신문들이 한글 가로쓰기 신문으로 바뀌었다. 5000년 우리 역사에서 우리 말글로 신문을 만드는 세상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제호를 일본제국 식민지 때 쓰던 한자 제호를 그대로 쓰고 본문에도 꼭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닌 한자를 가끔 섞어서 쓰고 있다. 이들은 미국은 美(미)라고 쓰고 중국을 中(중)이라고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 몇 해 안에 이 신문들도 제 이름을 한글로 바꾸고 본문도 한글전용으로 나올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그렇게 해야 이 신문사들도 우리나라 신문으로 살아남기 때문이다. 한자혼용을 고집하던 이 신문들이 한글로 바뀌면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뿌리내린 일본 학술용어, 행정용어, 전문 용어들도 우리말로 바뀌고 우리 말글이 빛나게 될 것이다.
사실 신문은 대학을 나온 이나 초등학교만 나온 이, 그리고 어른과 어린이까지 누구나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글이어야 신문 본분을 다할 수 있다. 말광(사전)에 신문을 “세상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이나 사실을 알리고 해설하는 정기 간행물”이라고 적혀있다. 신문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주는 글을 적은 글이다. 그런데 이 신문이 쉬운 우리말이 아닌 일본 한자말을 많이 쓰기에 오늘날 대한민국 사람이 읽고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 말이 우리 토박이말이 아니고 일본말이니 그랬다. 거기다가 그 일본 한자말을 한글로 쓰니 알아보기 힘들다고 한자로 쓰니 더욱 불편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뒤 우리 토박이말을 못 쓰게 하고 일본 한자말을 늘렸다. 땅이름, 사람이름까지 일본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들은 이 땅을 영원한 제 식민지로 만들려고 우리말을 못 쓰게 하고 창씨개명까지 했다. 그래서 광복 뒤에 한글학회와 한글을 사랑하는 국민들은 우리말 도로 찾기 운동을 하면서 우리 말글로 신문을 만들자고 꾸준히 외쳤다. 일제 때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살이까지 한 이은상 선생은 광주에서 호남신문을 만들고 한글로만 글을 썼다. 그러나 그 때 글을 안다는 사람 거의 모두가 일본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 우리 말글보다 일본 말글이 익숙해서 한글로 쓴 신문을 싫어해서 안 팔렸다.
그러다가 광복 43년이 지난 1988년 국민들이 돈을 모아 한글만 쓰는 한겨레신문을 낸 것이다. 나는 한겨레신문 창간 주주로 참여하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아들딸들도 주주로 등록을 했다. 그 애들이 커서 한겨레신문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 신문을 구독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1988년 한겨레신문 주주인 공병우박사가 미국에서 돌아와 한글문화원을 차리면서 함께 한글운동을 하게 되어 해마다 “신문의 날”에 신문사에 1896년 한글로 만든 독립신문 정신을 이어받아 한글로 신문을 만들라는 건의문을 보내고 여러 신문에 기고도 했다.
왼쪽은 신문을 한글로 만들자고 투고한 글, 가운데는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조선일보에 한자를 더 쓰라고 보낸 공문, 그리고 신문의 날마다 한글로 신문을 만들라고 낸 밝힘글
그러던 중 1995년 초에 중앙일보 조일현 편집부차장이 그 신문사 간부들이 한글신문 만들기에 관심을 보인다며 자문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만나보니 한글로 신문을 만들면 독자가 줄까봐 불안해한다고 했다. 나는 그 때 “모험과 실험은 한겨레신문이 다 했으니 아무 걱정을 하지 말라. 한글로 신문을 만들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보다도 독자가 빨리 늘어서 1등 신문이 될 거다.”라고 자신 있게 말을 했다. 그냥 큰소리를 친 것이 아니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중앙일보 간부들이 머리가 잘 돌아갔고 바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1995년 한글날에 중앙일보가 한글로 제호도 바꾸고 신문을 만들었다. 참으로 잘한 일이고 큰 결단이었다. 그러니 중앙일보 구독자 수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보다 훨씬 적었는데 단숨에 동아일보를 앞질렀다. 그러니 겁먹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말할 것이 없고 다른 신문들도 한글 가로쓰기로 했다. 그 즈음 창간한 문화일보는 제호도 한자로 하고 한자혼용용 세로쓰기를 했는데 바로 한글로 바뀌었다. 중앙일보가 한글전용으로 신문을 만든 것은 신문 혁명이고 한글 혁명이었다. 아직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기사는 한글 가로쓰기를 하면서 제호는 아직 한자지만 몇 해 안으로 한글로 바꿀 것이다.
위 사진 왼쪽은 일본처럼 한자혼용 가로쓰기를 하던 60년대 동아일보 모습. 그리고 가운데는 1995년 한글날에 중앙일보가 한글전용으로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에 내가 중앙일보 간부들과 대담을 했던 중앙일보 사보 특집 모습.
난 60년대 한자혼용 세로 쓴 신문을 보면서 한글 가로쓰기 신문으로 내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 운동을 30여 년 했을 때에 중앙일보가 그렇게 했다. 1990년대 조선일보가 한글전용 반대운동을 하는 모임들을 지지하며 한글전용을 반대하고 있어서 나는 1994년에 조선일보에는 한자를 더 많이 쓰라고 공문을 보내고, 다른 신문에는 한글 전용을 하라고 건의문을 보낸 일이 있다. 그런데 1995년 중앙일보가 한글 가로쓰기를 하니 조선일보도 따라서 그렇게 했다. 이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만 제호를 한자로 쓰고 있다. 그래서 나는 2015년에는 동아일보 사장에게 조선일보보다 더 늦게 한글전용을 하게 되면 한글전용을 꼴찌로 한 신문이 되니 조선일보보다 먼저 제호를 한글로 바꾸고 한글전용을 하라는 건의문을 보냈었다.
그랬더니 2017년 한글날에 하루만 제호를 한글로 바꾸었다. 내 생각에 2020년은 조선과 동아일보 창간 100년이 되는 해여서 두 신문 모두 한글로 제호를 바꿀 것으로 본다. 그러나 두 신문 모두 한자혼용을 고집했지만 조선일보가 더 드세게 한자혼용을 지지하며 한글을 괴롭혔기에 동아일보가 먼저 제호를 한글로 바꾸길 바라는 마음으로 2018년 5월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을 맞이해 다시 동아일보 사장에게 “조선일보보다 먼저 제호를 한글로 바꾸라.”고 건의문을 보냈다. 두고 볼 일이지만 동아일보가 내 생각대로 할 것을 바라고 그러리라 믿는다.
1883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나온 한성순보는 개화파인 박영호가 일본 수신사로 갔다가 일본 근대 사상가인 후쿠자와[福澤論吉]의 제자 이노우에[井上角五郞]를 데리고 와서 한자로만 만든 신문이었다. 이 신문은 2년 여 만에 폐간 되었다가 일본인 이노우에가 주도하여 1886에 한자혼용으로 만든 한성주보를 만들었는데 이노우에는 이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뒤 “한성주보를 한자혼용으로 만든 것은 한자혼용을 하는 일본 말글살이에 길들이려는 침략 준비였다.”라고 털어 논 일이 있다. 한자혼용은 일본식 말글살이요 일본 식민지 통치 잔재다.
왼쪽부터 한겨레신문 제호, 2017년 한글날 한글로 바꾼 동아일보 제호, 일본 식민지 때 조선일보 제호
나는 일생동안 이 일본 식민지 통치 잔재를 쓸어내고 우리 말글로만 신문이 나올 때에 이 나라가 자주국가가 된다고 믿고 한글나라를 만들려고 발버둥 쳤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제호도 한글로 바꾸고 한글전용을 하면 한글나라로 바짝 다가설 것이고 내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 때부터 우리는 얼 찬 나라가 되고 일본과 미국, 중국이 우리를 깔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이 하나가 되어 세계 으뜸 나라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말꽃, 글꽃도 활짝 피고 노벨상을 타는 사람도 많이 나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길 바라고 굳게 믿으며 오늘도 한글 빛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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