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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기 ‘2550년’ 틀렸다
본지 취재진 ‘佛紀 誤記’ 경위 집중 조사 결과
‘불기 2550년’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국불교의 불기(佛紀)가 국제 통용기준과 다를 뿐 아니라 당초 채택 근거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불교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서구권을 비롯한 아시아 대다수의 불교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불기는 지난 1957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개최된 ‘세계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이하 WFB)’의 결의사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당시 WFB는 서기 1957년을 불기 2500년으로 계산하는 ‘불기 2500년 학설’을 공통 불기로 통일해서 사용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공식 불기도 WFB의 결의를 따르고 있다. WFB에 의해 통일된 불기 표기법이 한국에 도입된 것은 지난 1966년. 당시 제13회 조계종 임시중앙종회에서 WFB의 결의사항을 수용해 ‘불기 2500년 학설’을 채택하기로 결정했고 현 불교신문의 전신이자 당시 유일한 교계언론이었던 대한불교가 8개월 뒤인 1967년 4월 23일부터 ‘2900년 학설’에 근거해 사용하던 불기 대신 ‘2510년’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이에 본지는 1960년부터 1971년 사이에 발행된 대한불교를 조사한 결과 대한불교가 1970년 9월 27일자부터 1년이 더해진 불기를 사용해 불기 표기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일자 신문에는 불기 표기가 변경된 사유에 대한 공지나 사고는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WFB 본부의 양장훈 수석 부회장은 “과거 대한불교에서 불기 표기에 오자가 생긴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혀 한국의 불기가 채택당시 근거로 삼았던 WFB의 결의가 아닌 교계언론의 실수로 잘못 표기된 것을 따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WFB의 양 부회장은 이어 “만약 한국이 서기를 틀리게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 행사를 개최했다고 생각해보라”며 “근거 없이 사용되고 있는 현재의 불기 표기법은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놀림감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불교방송 홍사성 상무도 “우리가 현재 사용 중인 불기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바탕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점점 증가할 국제포교 및 교류를 위해 한국불교의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하는 측면에서 정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정은 종단협의회와 같은 범종단 차원의 협의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올바르게 바로잡는 식의 적법한 절차를 통한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 佛紀 명백한 오류 혼란 있더라도 바꿔야”
한국불교 불기사용 문제점과 대안
태국-미얀마-서구 모두 ‘2549년’ 사용
국제 교류 차질…종단협 차원 논의 필요
<사진설명>WFB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불기에는 올해를 2549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국불교계의 잘못된 불기 표기법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계종 총무원과 각 단체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있어왔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에서도 국제교류 담당 실무자들이 이와 관련해 지난 2000년과 2001년 무렵 불기와 관련해 자료를 수집하고 논의를 진행했던 적도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한국의 불기에 명백한 오류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현재의 불기를 이미 다방면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방안을 강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국불교의 국제 교류나 활동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의 불기가 틀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최근의 한국불교는 각 불교국가의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국제적인 활동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한국불교계가 불기를 바로 잡는 것은 필연적인 과제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불기를 바로 잡는 일이 세계불교계의 보편성을 획득하는 일인 동시에 다른 나라 불교계와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불기를 수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계종 국제교류위원회 위원인 진월 스님도 “불기가 잘못된 것이 확실하다면 어렵더라도 이는 오늘날 불교계가 반드시 고쳐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태국, 미얀마, 베트남을 비롯한 남방불교 국가와 서구 불교계에서도 모두 WFB에서 결의된 불기를 따르고 있지만 예외가 없지는 않다. 특히 스리랑카는 우리와 같은 ‘불기 2550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WFB 대회가 열리기 전인 1956년 스리랑카가 자체적으로 채택했던 불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WFB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명백한 오류로 인해 국제 통용기준과 어긋나는 불기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과는 경우가 크게 다르다.
또 일본과 중국도 불기 사용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일본 불교계 신문인 중외일보(中外日報) 타카오 사토(孝雄佐藤) 기자는 “일본은 대체로 천황의 연호를 사용할 뿐 불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국제 행사에서 WFB의 불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지만 불교계 일부에서는 ‘불기 2572년’과 같은 엉뚱한 불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일본 불교계에 통일된 불기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공용 불기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눈에 띄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중국불교 역시 아직은 WFB의 불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이 아시아 불교의 주도권을 손에 쥐기 위해 국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불기의 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의 관계자는 “불기 문제는 많은 이들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종단이 아닌 종단협의회 차원에서 논의된다면 정정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불교방송 홍사성 상무도 “과거에 이미 불기를 한차례 바꿨던 예가 있기 때문에 현재 잘못 시행되고 있는 것을 바로 잡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불교의 최고 의결기구나 종단협의회와 같은 범종단적인 협의체에서 현행 불기사용에 대한 정정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보신문> 정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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