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단야를 보면 동병상련을 느끼곤 한다. 둘 다 아직은 무명인 데다 오로지 노력 하나만 배경이 될 뿐이다. 뮤지션이든 출판이든 노력해서 쉽게 되는 일이라면 우린 벌써 각자 영역에서 작은 일가라도 이루었지 싶다.
뒤늦게 뮤지션이 된 단야도, 불혹이 지나서야 문학과 출판 분야로 들어선 나도, 돈 되는 일 없이 바쁘게는 살아가지만 늘 가난이 빙의처럼 달라붙어 있다는 처지도 같다.
단야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작은아들이 작곡가이다. 그가 예대를 졸업한 예명의 우굴이다.
우굴은 단야나 나보다는 훨씬 능력이 뛰어난 친구이다. 우굴 작품 가운데 두 곡의 가사를 내가 썼는데, [다시 시작처럼]과 얼마 전 발표한 신곡 [내게 이러지 마요]가 그것이다. 문외한인 내가 들어도 멋진 곡인데 내가 쓴 가사가 노래를 망친 거 같아 늘 미안하다.
어느 시인은, 대학 국문과 교수가 몇 날 며칠 밤새워 쓴 자신의 시집 작품해설이 뭔가 부족하다 싶으니 다른 이에게 의뢰를 맡겼다. 우굴 역시 내가 쓴 가사가 별로이면 작곡가 입장에서 다른 가사를 찾을 수도 있으련만, 이 젊은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작품에 어려운 가사를 이입하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아무리 가사가 성에 안 차도 가사는 자신이 평가할 일이 아니라는 뜻일 게다. 작곡가로서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다시 시작처럼]이나 [내게 이러지 마요]는 예술성이 깃든 높은 수준의 곡이다. 대중가요 생리를 내가 잘 모른다 해도, 그간 문학을 하면서 얻은 예술적 감성이나 미학을 추구하려는 감각이 그런 느낌을 작동케 하였다. 그만큼 가사를 쓰는 데도 애를 먹었다. 악보도 없이 녹음된 음악만 수백 번 들으며, 곡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가사를 내 삶에서 끄집어내려 애썼다. 이상하게 두 곡 다 무언가 호소하고 싶은, 질곡으로 소용돌이치는 속내를 토로하고 싶도록 충동질하였지만 표현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가수 단야가 곡과 어려운 가사를 잘 소화해 주어, 나의 민망함을 덜어 준 셈이다.
이 두 노래는 외롭고 고달픈 삶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깔려 있다. 특히, [내게 이러지 마요]는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몹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썼던 가사이다.
나는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날이 잦다.
새벽녘 사무실에서 일어나면 나는 습관적으로 베란다로 나가 여의도 쪽을 바라본다. 빌딩 숲 불빛들과 그칠 줄 모르는 차량 행렬의 불빛들이 몇 시간 후 여전히 심란하게 이어질 오늘 하루를 떠올리게 하며 한숨을 자극 한다. 도무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는 사업, 기도하고 매달릴 힘조차 빠져버린 영혼, 점점 옥죄어 오는 나락의 두려움으로, 고독은 어둠이 채 가시기 전부터 엄습해 온다. 하지만 숙명처럼 붙들고 살아가는 희망과 꿈이, 고개를 쳐드는 세상 끝을 짓누르곤 하다. 수시로 꿈틀거릴지언정 성모님 발 아래 짓눌린 뱀처럼 절망은 결코 나를 휘감아 오르지 못할 거라는 다짐을 하며 새벽을 추스른다. 비록 나의 별은 차가울지라도 살아 숨 쉬시니 오늘도 잘 버티며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내게 이러지 마요]는 내 자신도 그러하거니와 가수 단야도 그리 위안받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서로 꿈꾸는 바를 달성하자는 뜻도 있다. '내게 이러지마요'의 대상은 신과 사랑하는 이 그리고 북한산 인수봉처럼 천둥 번개가 내리쳐도 꿈적 않는 대중이요, 그를 향한 애절한 호소이다.
https://youtu.be/jdtVRfL_Ogk
단야는 풍요롭지 못한 삶이니 때론 고단한 표정도 지으련만, 속으론 문드러질지라도 언제나 밝고 쾌할 표정이어서 나를 부끄럽게도 한다. 그녀의 긍정적 마인드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다. 나와는 달리 처연함을 거부하는 단야는 고향 후배이다. 나이로 치자면 내가 대 선배인 겪이다. 결코 쓸쓸할 수 없는 에너지를 지닌 단야에게, 조금은 쓸쓸한 가사를 떠안겼다. 다음 곡 가사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나고 유쾌한 내용을 담아보려 한다.
노래 이외도 다양한 재능을 지닌 단야이다. 노래하기 전 그녀는 시 낭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전문 시 낭송인인데 그녀의 유투브에는 시 낭송 영상도 올라와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며, 삶을 이끌어 가는 단야를 보면, 머잖아 우꾼하게 일어설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주어지리라 믿는다. 운명적인 노래 하나 어디쯤 단야를 향해 걸어오고 있을 것이다.
단야 유투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TJE8sR8hXUiFNJ1Th0pK4w
내게 이러지 마요
단야
1.
이른 아침 어두운 창가
떠오르는 세상 끝에서
눈물짓는 붉은 소망은
흔들려도 끝낼 수 없던 꿈의 숙명
한시도 뗄 수 없는 또다른 자아
당신이 있어 존재한
외로워도 꽃피울 날 바랐던 길
오늘도 무심한 눈빛 서글퍼
내게 이러지 마요
내게 이러지 마요
힘들어도 난 기댈 곳이 없잖아요
쌓여만 가는 허허로운 시간 생각도 없이
나를 휩쓸어만 가네요
내게 이러지 마요
머나먼 그대여
이제 그만 날 안아주면 안될까요
무던히 애쓴 나날들
그대 너무 잘 아시죠
내게 이러지 말아요
2.
세상 끝이 손짓을 해도
지울 수가 없던 이 길은
하얀 구름 밤하늘에서
반짝이며 살아 숨 쉬는 차가운 별
손 잡아 주실 날의 간절한 소망
머잖아 들어 올려줄
당신에게 날 맡긴 채 걸었던 길
오늘도 여전히 외면하네요
내게 이러지 마요
내게 이러지 마요
힘들어도 난 기댈 곳이 없잖아요
쌓여만 가는 허허로운 시간 생각도 없이
나를 휩쓸어만 가네요
내게 이러지 마요
머나먼 그대여
이제 그만 날 안아주면 좋겠어요
무던히 애쓴 나날들 그대 너무 잘 아시죠
내게 이러지 말아요
내게 이러지 마요
머나먼 그대여
이젠 그만 날 안아주면 좋겠어요
무던히 애쓴 나날들 그대 너무 잘 아시죠
내게 이러지 말아요
내게 이러시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