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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주 연화사 원문보기 글쓴이: 홍운
우리말 금강경 (上)
譯 : 도올 김용옥
法會因由分 第一(법회의 말미암음)
1.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에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는데,
큰 비구들 천 이백 오십 인과 더불어 계시었다.
2.이 때에, 세존께서는 밥 때가 되니 옷을 입으시고 바리를 지니시고 사위 큰 성으로
들어가시어 밥 비셨다.
3.그 성 안에서 차례로 비심을 마치시고, 본래의 곳으로 돌아오시어, 밥 자심을 마치시
었다.
4.옷과 바리를 거두시고, 발을 씻으심을 마치시고, 자리를 펴서 앉으시거늘.
善現起請分 第二(선현이 일어나 법을 청함)
1.이때, 장로 수보리가 대중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웃옷을 한편으로 걸쳐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손을 모아 공경하며, 부처님께 사뢰
어 말하였다:
2."희유하신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뭇 보살들을 잘 호념하시며, 뭇 보살들을 잘 부촉
하여 주십니다.
3.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면, 마땅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며,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하오리까?"
4.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좋다! 좋다! 수보리야! 네가 말한 바대로, 여래는 뭇 보살
들을 잘 호념하며, 뭇 보살들을 잘 부촉해준다. 너 이제 자세히 들으라! 반드시 너를 위
하여 이르리라. 선남자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면, 마땅히 이와 같
이 살 것이며,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받아야 하리라."
5."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즐겁게 듣고자 원하오니이다."
大乘正宗分 第三(대승의 바른 종지)
1.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뭇 보살 마하살들이 반드시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받을지어다:
2.'존재하는 일체의 중생의 종류인, 알에서 태어난 것, 모태에서 태어난 것, 물에서 태어
난 것, 갑자기 태어난 것, 형태가 있는 것, 형태가 없는 것, 지각이 있는 것, 지각이 없는
것, 지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각이 없는 것도 아닌 것, 이것들을 내가 다 남김없는 온
전한 열반으로 들게 하여 멸도하리라.
3.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고, 가없는 중생들을 내 멸도한다 하였으나, 실로
멸도를 얻은 중생은 아무도 없었어라.' 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아상이
나 인상이나 중생상이나 수자상이 있으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妙行無住分 第四(아름다운 행동은 집착이 없다)
1.이제 다음으로 수보리야! 보살은 법에 머무는바 없이 보시를 행하여야 한다.
2.이른바 색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고, 성-향-미-촉-법에 머물지 않고 보시한다는 것이
다.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보시할 것이며, 상에 머물러서는 아니 되는 것
이다.
3.어째서 그러한가? 만약 보살이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한다면, 그 복덕은 생각으로 헤
아릴 수 없으리라.
4.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동쪽의 허공을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겠느냐? 없겠느
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5."수보리야! 남-서-북방과 사유-상-하의 허공을 생각으로 헤아릴 수 있겠느냐? 없겠
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6."수보리야! 보살이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하는 것의 복덕도, 또한 이와 같이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느니라.
7.수보리야! 보살은 오직 가르친 바대로 머물지니라."
如理實見分 第五(진리대로 참 모습을 보라)
1."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몸의 형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없겠느냐?"
2."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몸의 형상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러하오니
이까? 여래께서 이르신 몸의 형상이 곧 몸의 형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무릇 있는 바의 형상이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正信稀有分 第六(바른 믿음은 드물다)
1.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말 하였다: "세존이시여! 퍽 많은 중생들이 이와 같은 말씀
이나 글귀를 듣고 진실한 믿음을 낼 수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2.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그런 말 하지 말라. 여래가 멸한 뒤 후오백세에도
계율을 지키며 복을 닦는 사람이 있어, 이 글귀에 잘 믿는 마음을 낼 것이며, 이를 진실
한 것으로 삼으리라.
3.마땅히 알지어다. 이 사람은 한 부처, 두 부처, 서너 다섯 부처님께 선근을 심었을 뿐
아니라, 이미 한량없는 천만 부처님 자리에 온갖 선근을 심었음으로, 이 글귀를 듣는 즉
시 오직 일념으로 깨끗한 믿음을 내는 자라는 것을.
4.수보리야! 여래는 다 알고 다 보나니, 이 뭇 중생들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복덕을 얻
을 수밖에 없으리라.
5.어째서 그러한가? 이 뭇 중생들은 다시는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 이 없을 것이며,
법의 상이 없을 뿐 아니라, 법의 상이 없다는 생각조차 없기 때문이다.
6.어째서 그러한가? 이 무릇 중생들이 만약 그 마음에 상을 취하면 곧 아상-인상-중생
상-수자상에 달라붙게 되는 것이다. 만약 법의 상을 취해도 곧 아상-인상-중생상-수자
상에 집착하는 것이다.
7.어째서 그러한가? 만약 법이 아니라고 하는 상을 취해도 곧 아상-인상-중생상-수자
상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법을 취하지 말 것이며, 마땅히 법이 아님도 취
하지 말 것이다.
8.이러한 뜻의 까닭으로, 여래는 항상 말 하였다: '너희들 비구들아, 나의 설법이 뗏목의
비유와 같음을 아는 자들은, 법조차 마땅히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이 아님에 있어서
랴!'"
無得無說分 第七(얻을 것도 없고 말할 것도 없다)
1."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가 과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인가? 여래
가 설한 바의 법이 과연 있는 것인가?"
2.수보리가 사뢰었다: "제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의 뜻을 이해하기로는, 아뇩다라삼먁
삼보리라 이름 할 정해진 법이 없으며, 여래께서 설하실 만한 정해진 법이 있을 수 없습
니다.
3.어째서 그러하오니이까? 여래께서 설하신 바의 법은 모두 취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고, 법도 아니며 법이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오이다.
4.그 까닭은 무엇이오니이까? 일체의 성현들은 모두 함이 없는 법으로 이루어져 범인들
과는 차별이 있기 때문이오이다."
依法出生分 第八(법에 의해 다시 태어나라)
1."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만약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찬 칠보로써 보시한
다면, 이 사람이 얻을 복덕이 많다 하겠느냐? 그렇지 않다 하겠느냐?"
2.수보리가 사뢰었다: "정말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 그러하오니이까?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이 복덕은 곧 복덕의 본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오이다. 그러한 까닭에 여
래께서는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이오이다."
3."만약 또한 어떤 사람이 있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곧 이 경 중에서 사구게라도 하나
타인을 위하여 설파하는데 이른다면, 이 사람의 복이 칠보공덕의 사람의 복을 뛰어 넘
으리라.
4.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일체의 모든 부처님, 그리고 모든 부처님의 아뇩다라삼먁
삼보리의 법이 모두 이 경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5.수보리야! 이른바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곧 불법이 아닌 것이다."
一相無相分 第九(어느 한 상도 상이 아니어라)
1."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수다원이 '나는 수다원의 경지를 얻었노라'하는 이런 생
각을 해서 되겠느냐? 아니 되겠느냐?"
2.수보리가 사뢰었다. "아니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이오니이까? 수다원을 이름하
여 '들어간 자'라 하지만, 그는 들어감이 없습니다. 그는 형체에도, 소리에도, 내음새에
도, 맛에도, 만져지는 것에도, 마음의 대상에도 들어간 적이 없기 때문에만 수다원이라
이름 할 수 있습니다."
3."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사다함이 '나는 사다함의 경지를 얻었노라'하는 이런 생
각을 해서 되겠느냐? 아니 되겠느냐?"
4.수보리가 사뢰었다: "아니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이오니이까? 사다함을 이름 하
여 '한번 왔다 갔다 할 자'라 하지만, 그는 실제로 왔다 갔다 함이 없기 때문에 바로 사
다함이라 이름 하는 것입니다."
5."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아나함이 '나는 아나함의 경지를 얻었노라'하는 이런 생
각을 해서 되겠느냐? 아니 되겠느냐?"
6.수보리가 사뢰었다: "아니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이오니이까? 아나함을 이름 하
여 '이제 다시 아니올 자'라 하지만, 실제로 온다 함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에만
아나함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것입니다."
7."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하는 생각을 해
서 되겠느냐? 아니 되겠느냐?"
8.수보리가 사뢰었다: "아니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이오니이까? 실제로 아라한이
라고 이름 할 수 있는 법이 도무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아라한이 '
나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하는 이런 생각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곧 아상-인상-중생
상-수자상에 집착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9.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제가 무쟁삼매의 사람중에서 가장 으뜸됨을 얻었다고 말씀
하시니, 이는 욕심을 떠난 제일의 아라한이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욕심을
떠난 아라한이다라는 이같은 생각을 짓지 않습니다.
10.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나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세존께서는
수보리야말로 아란나의 행을 즐기는 자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수보리는
실제로 행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곧 수보리야말로 아란나의 행을 즐긴다고 이르신 것입
니다.”
莊嚴淨土分 第十(깨끗한 땅을 장엄케 하라)
1.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가 옛날에 연등부처님의
곳에서, 법에 얻은 바가 있느냐? 있지 아니하냐?"
2."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연등부처님의 곳에서 법에 얻은 바가 실로 아무것도 없습니
다."
3."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보살이 불토를 장엄하게 한다는 말이 되느냐? 아니 되
느냐?"
4."아니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이오니이까? 불토를 장엄하게 한다하는 것은 장엄
하게 함이 없기 때문에, 비로소 장엄하다 이름하는 것이오이다."
5."그러므로, 수보리야! 뭇 보살과 마하살은 반드시 이와 같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어
야 한다. 마땅히 색에 머물어 그 마음을 내지 말 것이며, 또한 마땅히 성-향-미-촉-법
에 머물어 그 마음을 내지 말 것이다. 반드시 머무는 곳이 없이 그 마음을 낼지니라.
6.수보리야! 비유컨대, 그 몸이 수미산처럼 큰 사람이 여기 있다고 하자. 네 뜻에 어떠하
뇨? 이 몸이 크다 할 것이냐? 크지 않다 할 것이냐?"
7.수보리가 사뢰었다: "정말 큽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 그러하오니이까? 부처님께서
그 몸은 몸이 아니라 말씀하시기 때문에 비로소 이를 큰 몸이라 이름할 수 있습니다."
無爲福勝分 第十一(함이 없음의 복이여, 위대하여라!)
1."수보리야! 갠지스강에 가득 찬 모래알의 수만큼, 이 모래만큼의 갠지스강들이 또 있
다고 하자! 네 뜻에 어떠하뇨? 이 모든 갠지스강들에 가득 찬 모래는 참으로 많다 하지
않겠느냐?"
2.수보리가 사뢰었다: "참으로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모든 갠지스강만이라도 너무
많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거늘, 하물며 그 모래 수이겠습니까?"
3."수보리야! 내 지금 너에게 진실한 말로 이르노니,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여기 있어,
칠보로써 그 모든 갠지스강의 모래수만큼의 삼천대천세계를 채워 보시한다고 한다면,
복을 얻음이 많겠느냐?"
4.수보리가 사뢰었다: "정말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5.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 가운데서, 사구게 등
을 받아 지니게 되어, 그것을 딴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 준다면, 이 복덕은 앞서 칠보의
복덕보다 더 크리라."
尊重正校分 第十二(존중해야 할 바른 가르침)
1."이제 다음으로 수보리야! 어디서나 이 경을 설하되, 사구게 하나라도 설하는데 이른
다면, 마땅히 알라, 바로 그곳이 일체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가 모두 기꺼이 공양
하는 부처님의 탑묘와도 같은 곳이 되리라는 것을. 하물며 어떤 사람이 있어 이 경 전체
를 수지하고 독송함에 있어서랴!
2.수보리야! 마땅히 알지니, 이 사람은 최상이며 제일인 희유의 법을 성취하리라는 것
을. 그리고 이 경전이 있는 곳이 바로 부처님과 그의 존경스러운 제자들이 계신 곳이 된
다는 것을."
如法受持分 第十三(법에 따라 받아 지녀라)
1.이 때에, 수보리는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경을 마땅히 무어라 이
름하오며, 우리들은 어떻게 이 경을 받들어 지녀야 하오리까?"
2.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이 경을 이름하여 금강반야바라밀이라 하라. 이
이름으로써 그대는 이를 마땅히 받들어 지닐지라."
3."그 까닭이 무엇이뇨? 수보리야! 부처가 설한 반야바라밀은 곧 반야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여래가 설한 법이 과연 있다고 생각하느냐?"
4.수보리는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말씀하신 바가 아무것
도 없습니다."
5."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티끌이 많다 하겠느뇨?"
6.수보리가 사뢰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7."수보리야! 그 모든 티끌을 여래는 설하기를, 티끌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비로소 티
끌이라 이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래는 이 세계가 세계가 아니라고 설파한다. 그래서
비로소 세계라 이름할 수 있는 것이다."
8."수보리야! 네 뜻에 어떠하뇨? 삼십이상으로써 여래를 볼 수 있겠느뇨?"
9."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삼십이상으로는 여래를 볼 수가 없나이다. 어째서 그러
하오니이까? 여래께서 말씀하신 삼십이상은 곧 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로소
삼십이상이라 이름할 수 있는 것이오이다."
10."수보리야! 만약 여기 선남자 선여인이 있어, 갠지스강의 모래수와 같은 많은 목숨을
다 바쳐 보시를 했다 하더라도, 또한 다시 여기 한 사람이 있어 이 경 중의 사구게 하나
만이라도 받아 지녀 딴 사람에게 설하였다 한다면 이 사람의 복이 더 많으리라."
離相寂滅分 第十四(상을 떠나 영원으로)
1.이 때에, 수보리가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그 의취를 깊게 깨달아
눈물흘려 흐느끼며, 부처님께 사뢰어 말하였다: "정말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
님께서 이와 같이 깊고 깊은 경전을 설하신다는 것은! 저는 예로부터 얻은 바의 혜안으
로도 이와 같은 경을 얻어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2.세존이시여! 만약 여기 다시 한 사람이 있어 이 경을 얻어듣고, 그 믿는 마음이 깨끗
하면 곧 참된 모습을 깨달을 것입니다. 이 사람이야 말로 제일의 희유한 공덕을 성취할
것임을 알겠나이다.
3.세존이시여! 이 참된 모습이라고 하는 것은 곧 어떤 모습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여래
께서 참된 모습이라 이름 할 수 있다 말씀하셨습니다.
4.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와 같은 경전을 얻어듣고, 믿어 깨닫고 이를 받아 지니는 것
은 결코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지만, 만약 먼 훗날 후오백세에 어떤 중생이 있어 이 경
을 얻어듣고, 믿어 깨달아 이를 받아 지닌다면, 이 사람이야말로 제일 희유한 사람이라
하겠나이다.
5.어째서 그러하오니이까? 이 사람은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이오니이까? 아상은 곧 상이 아니며, 따라서 인상-중생상-수자상도 곧 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그러하오니이까? 일체의 모든 상을 떠난 자를 곧 이름하여
부처님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6.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그렇다! 그렇다!
7.만약 또 한 사람이 있어 이 경을 얻어듣고, 놀라지도 않고 떨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 마땅히 알지니, 이 사람이야말로 심히 희유의 사람이라는 것을.
8.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여래는 설하였다, 제일바라밀은 제일바라밀이 아니라고,
그래서 비로소 제일바라밀이라고 이름 할 수 있는 것이다.
9.수보리야! 인욕바라밀은, 여래가 설하기를, 인욕바라밀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10.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그것은 내가 옛날에 가리왕에게 신체가 낱낱이 버힘을
당한 것과도 같다. 나는 그 때 아상이 없었고, 인상이 없었고, 중생상도 없었고, 수자상
도 없었다. 어째서인가? 그 옛날에 마디마디 잘림을 당했던 그 때에, 내가 만약 아상-인
상-중생상-수자상이 있었더라면, 나는 분명코 분노와 미움을 냈으리라.
11.수보리야! 나는 또 과거 오백 세 동안에 인욕선인이었던 것을 또렷이 기억하노니, 그
때의 세상에서도 나는 아상도 없었고, 인상도 없었고, 중생상도 없었고, 수자상도 없었
느니라.
12.그러므로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일체의 상을 떠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할 지어다. 색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지며, 또한 성-향-미-촉-법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 지어다. 마땅히 머무는바 없는 그 마음을 낼 지어다.
13.만약 그 마음에 머무는 바가 있다면, 그 머뭄이 머뭄이 되지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는 항상 보살이라면 그 마음이 색에 머뭄이 없이 보시해야 한다고 설했던
것이다. 수보리야! 보살은 일체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하여 마땅히 이와 같이 보시해야
하느니라.
14.여래는 설하였다. 일체의 뭇 상들이 곧 상이 아니라고. 여래는 또 설하였다. 일체의
중생이 곧 중생이 아니라고.
15.수보리야! 여래는 참말을 하는 자며, 살아있는 말을 하는 자며, 있는 그대로 말하는
자며, 허황된 말을 하지 않는 자며,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자다. 수보리야! 여래가 깨달은
바의 법, 그 법은 실하지도 허하지도 아니하니라.
16.수보리야! 만약 보살의 마음이 법에 머물러 보시를 행하면, 그것은 마치 사람이 캄캄
한 어둠 속에 들어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고, 만약 보살의 마음이 법에 머무는
바 없이 보시를 행하면, 그것은 그 사람의 눈이 또렷하고 찬란한 햇빛이 온갖 형체를 비
추고 있는 것과도 같다.
17.수보리야! 앞으로 오는 세상에 선남자 선여인이 있어, 능히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열
심히 읽고 외우면, 여래는 깨달은 자의 지혜로써 이 사람을 다 알고, 이 사람을 다 보나
니, 이 모든 이들이 헤아릴 수 없고 가없는 공덕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持經公德分 第十五(경을 외우는 공덕)
1.“수보리야! 여기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있어, 아침나절에 갠지스 강의 모래 수 만큼의
몸을 바쳐 보시하고, 또 점심때 갠지스 강의 모래 수 만큼의 몸을 바쳐 보시하고, 다시
또 저녁때 갠지스 강의 모래 수 만큼의 몸을 바쳐 보시한다하자! 그리고 또 이와 같이
매일 매일 헤아릴 수 없는 백 천만 억 겁의 시간동안을 몸 바쳐 보시한다 하더라도, 만
약 또 어떤 사람이 있어, 이 경전을 듣고 믿는 마음이 우러나와 거슬리지 않는다면, 바
로 이 사람의 복이 저 사람의 복을 이기리니, 하물며 이 경을 베껴 쓰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남에게 해설해주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랴!
2.수보리야! 요약하여 말하건대, 이 경은 가히 생각할 수도 없고 가히 헤아릴 수도 없는
가없는 공덕을 지니고 있으니, 여래는 이를 큰 수레에 발심한 자를 위하여 설하고, 가장
좋은 수레에 발심한 자를 위하여 설하느니라.
3. 여기 만약 어떤 사람이 있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널리 사람들을 위하여
이를 설한다면, 여래는 이 사람을 다 알고, 이 사람을 다 보나니, 이 사람은 헤아릴 수
없고 잴 수 없고 가없는 불가사의공덕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이와 같은 사람들은 여래
가 깨달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스스로 깨닫게 되리라.
4.어째서 그러한가? 수보리야! 작은 법에 만족하는 자들은 아견-인견-중생견-수자견에
집착하게 됨으로, 이 경을 들어 자기 것으로 하지도 못하고, 읽고 외워 남을 위하여 해
설하지도 못하게 되느니라.
5.수보리야! 어느 곳에든지 이 경이 있게 되면 바로 그곳이 일체 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가 기꺼이 공양하는 곳이라. 마땅히 알지니라! 이곳이 곧 탑이라는 것을! 모두가
기꺼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절을 드리고 주위를 돌면서 온갖 꽃의 향기로써 그곳에 흩으
리라.”
能淨業障分 第十六(더러운 업을 항상 깨끗이)
1.“이제 다음으로 수보리야!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울 때에 이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경시당하고 핍박을 받는다면 이는 전생에 지은, 지옥에 떨어지게 될
지도 모르는 죄업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지금 세상의 사람들이 이 사람을 경시하
고 핍박하기 때문에 곧 전생의 죄업이 소멸할 것이요, 그래서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
리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2.수보리야! 내 돌이켜 생각해보니, 과거의 헤아릴 수도 없는 아승기의 겁의 기나긴 시
간동안에, 연등부처님을 뵈옵기 전에도 이미 팔백사천만억 나유타 수의 많은 부처님을
뵈올 수 있었고, 또 이 분들을 공양하고 섬김에 조금도 헛된 세월이 없었어라.
3.여기 또 한 사람이 있어, 오는 말세에 이 경을 잘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공덕을 쌓
는다면, 그 공덕에는 내가 과거세에서 그 많은 부처님들을 공양했던 그런 공덕이 그 백
분의 일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천만 억 분의 일내지 어떠한 숫자의 비유로도 그에
미치지 못하리라.
4.수보리야! 선남자 선여인이 법이 쇠퇴한 먼 훗날에도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울
지니, 그때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공덕을 내가 만약 자세히 다 말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듣고 마음이 미쳐 흐트러지거나, 반신반의하여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수보리
야! 마땅히 알지라! 이 경의 뜻은 불가사의하며 그 과보 또한 불가사의 하다는 것을!”
(하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