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만권의 책
공격적 책읽기
김기현 지음/ SFC/2012
들어가며-
어떤 공간에 존재하든지 살아 숨쉬고 느끼며 하나님을 기억하고 사는 것이 가장 큰 복임을 느낀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있다. 앉아 있지만 마음과 생각이 다르게 돌아가기도 한다. 일이 있음을 감사하자. 잘 소화할 수 없는 어려운 내용의 글들을 읽으며 읽게 된 동기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떠올리며 다시 집중을 하게 된다.
이책은 독서에세이 또는 서평이며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법에 따라 해설하고 책 읽는 법을 설명하였다. 기독교 안에 책 읽는 법에 관한 책이 많이 있지만 구체적인 샘플을 제시해 놓았다고 서문에 말한다. 돈, 기도, 문화, 평화, 타종교, 이성, 고통, 국가, 정치, 무신론, 과학, 전쟁을 중심주제로 한 책의 서평과 저자가 공감하고 많이 의존했던 책들을 “함께 읽을 책”으로 간략하게 소개하며 참고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공격적 책읽기를 위한 들어가기에 1~12장 전체 내용에 대한 글요약이 특징적이다. 나 같은 경우 처음에 읽고 책을 다 읽은후 다시 이부분을 읽으며 정리를 했다. 공평한 책읽기와 공격적 책읽기를 위한 규칙, 지식의 오류를 지적하라, 논리의 결함을 파악하라, 다른 시각을 갖고 비판하라, 以夷制夷(이이제이) 전략을 사용하라, 판단을 유보하라, 거장의 도움을 받으라, 마지막으로 책제목으로 하고 싶었다는 바벨론 강가에서가 있다.
유익하고 인상 깊었다.
01장 돈/축복과 기복의 가파른 경계선에서 - 김동호의<깨끗한 부자>를 읽고
어떤 책을 읽고도 뚜렷하게 찬반을 정할 수 없다면 그리고 어떻게 비평하게 할지를 잘 모른다면 다른 저자나 책의 도움을 받으면 유용하다(24). 종합독서법에 따라 읽고 쓴 글로 김영봉의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를 서로 비교한다. 청부론과 청빈론 비교의 기준은 신약이 말하고 있는 재물관이었다. 마가는 모든 소유물의 포기를, 누가는 모든 소유물의 소유권 포기를 말한다. 한 책을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동일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책들을 서평한다(27)
성경은 읽어도 모르겠다. 어렵다. 읽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나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기독교서적들을 먼저 손에 잡는 경우가 많다. 자발적 나눔에 기울었다가 자발적 가난에 쏠리기도 했다. 기준은 말씀이다. 책을 읽을 때 비판적 사고와 올바른 기준인 말씀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읽을 책들이 너무 많다.
02장. 기도/ 더 잘못된 기도; 덜 잘못된 기도
- 윌킨슨의 <야베스의 기도>, 전병우의<히스기야의 기도>를 읽고
기도와 간증, 기도의 힘, 능력, 기도로 인한 변화, 기도는 신앙생활에서 한 날개이다. 은밀하며 개인적이다. 영적 운동이고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사귐의 기도, 야베스의 기도, 복음송, 축복송이 휩쓸 때 누구에게 질세라 사서 읽었다. 한때는 기도에 관한 책만 가져다 놓고 파기도 했다. 기도하지 않고 구하지 않는 것이 잘못인양 여겨진 때도 있었다.
03장 문화/ 보다 낮게, 보다 높게
- 이상훈의 <문화로 엿보는 그리스도, 예수로 바라보는 문화>를 읽고
이책의 성패를 가르는 판단기준을 책의 제목에서 찾는다. 그리스도가 엿보이는가? 예수의 눈으로 바라보는가? 세상속에 있으면서도 세상의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역설과 긴장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는가? 우리가 문화속의 그리스도를 말하기 위해서는 낮아져야 하고 하늘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세상속으로 낮아지면서도 동시에 세상밖으로 높아질 수 있는가?(73) 세상속으로 인간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를 하늘속으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닮았으면 한다.
04.평화/ 누가 칼을쳐서 보습을 만들것인가? -김두식의 <칼을 쳐서 보습을>읽고
평화주의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과서적인 책이라고 하며 메노나이트에 대한 언급도 있다.
05.타종교/ 정말 하나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는가? -존힉<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
힉의 다원주의 비판과 함께 종교 다원주의를 배양하는 것은 자유주의 신학자들과 신학교가 아니라, 타종교와 신앙에 대한 극도의 배타적 태도를 갖는 보수주의자들 이라고 말한다.(123)
06.이성/ 이성으로의 즐거운 도피- 프란시스 쉐퍼<이성에서의 도피>를 읽고
다르게 읽기 또는 삐딱하게 읽기의 즐거움도 이야기한다. 쉐퍼에게서 아쉬움을 느끼며 시선을 성경으로 향하게 되었고, 성경신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한국교회사와 한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기독교 세계관에 관한 책, 성경, 전기, 역사를 읽자고 권한다.
07.고통/그래도 나는 기도하리라 - 해롤드 쿠쉬너<왜 착한 사람들에게 나쁜일이 일어날까>
우리 삶에 악과 고통이 없다면 문화와 사회, 종교가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과 모든 신학적 주제는 악과 고통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보았다.(146) 고통에 관해 쓴 책이 가져야할 미덕은 실존적 위로와 실천하는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한다.(148)
08.국가/위험한 기억을 찾아서- 문부식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를 읽고
09.정치/ 교회가 바로 서야 정치도 제대로 한다- 이상원 편저<한국교회와 정치윤리>
10.무신론/ 무신론자 보다 더 위험한 유신론자-다니엘 하버<지성인을 위한 무신론>
‘스파르타 능력제’ ‘바로크 군주제’ 열린사회와 닫힌사회 세계관, 계몽주의적과 그 이전의 것등 깊은 사고와 이해를 요하는 것들로 가득 찼다. 인간의 심판자이신 신을 인간이 평가할 수 있을까? 대신 읽고 전달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했다. 한편으로 저자의 책에 대한 비평과 주장이 함께 있어 헷갈리는 점도 있었다. 원저자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어느 생각이 누구의 주장인지 잘 모르겠다.
11장. 과학/지적 설계는 좋은 신학인가? 윌리엄 뎀스키의<지적 설계>를 읽고
단풍이 어우러진 산골짜기를 가면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탄한다. 하나님의 솜씨를 찬양하고가슴으로 그분께 감사를 올린다. 지적 설계는 이런 것도 자연주의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당황스러웠다. 반면 성경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려는 욕구들도 보인다. 창조과학에 대한 설명과 주장도 있어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를 이용한 설명이다. 자연주의와 자유주의가 침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잘라버린다면 지적설계와 보수주의는 그 침대규격에 맞추기 위해서 사람을 늘리려는 시도이다. 침대의 길이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맞추어 침대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지식과 한계는 끝이 없구나.
12장. 전쟁/ 한국교회의 악몽; 전쟁의 하나님-로이드 존스<하나님은 왜 전쟁을 허용하실까?>
나가며-
“내 아들아 또 이것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라.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전도서 12:12)” 이 말씀이 떠올랐다.
정말 2~3일 동안 공격적 책읽기를 읽으며 저자의 서평 에세이를 통해 많은 책을 접하고 읽는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한번 보고 제대로 읽어지는 책은 몇권 없었다. 처음 1~2장은 신나게 읽었다. 3장부터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10~11장 가서는 인내로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글을 쓴 사람도 있는데 읽어내기도 어렵다는 말은 안되는 소리다. 이 많은 책들을 읽고 써내려간 사부님은 대단하시다.
시간을 죽이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을 불안해 하며 고독해 한다. 의식의 흐름을 바꾸면 신세계를 살 수 있음에도 애써 거부하는 몸짓으로 날들을 보낸다. 세월의 흐름이 날이 새고 계절이 바뀌면 격랑처럼 더 세게 밀려온다. 이때 책을 읽고 무엇이라도 써내려가고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한권의 사람이 되소서, 만권의 사람이 되소서” 웨슬러의 기도를 함께 드린다.
2020/11/05 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