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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는 또는 알고 싶은 <시간의 시작>에 관련된 모든 지식들을 이 기회에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다소 과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동서양, 고대와 현대, 신화와 과학을 균형감 있게 넘나들며 존재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시간과 관련하여 풀어보려 했지요. 어떤 주제는 깊게, 어떤 주제는 개략적으로라도 훑어보면서 우주 최초 상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가를 보다보면 우리 안에도 최초, 즉 근원에 대한 안목이 생길 거라 보았습니다.
목록에는 없지만 채널링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외계문명 기원론도 파헤치고 싶었어요. 신비주의와 결합해서 저를 한 때 완전히 사로잡았던 정신과학, 신과학, 유사과학류들, 특히 비과학적이고 심지어 반과학적인 초월과학들, 아무리 생각해도 운명론적인 주역,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음양오행론들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해서 이제 두 번 다시 미련을 갖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도 날이 갈수록 커지는 중에 있기도 해서 날로 절실한 공부가 되어갑니다.
우리가 그의 꼭두각시로 살기를 바라시는 신이 계시다면 그 요구를 정중히 사절하고서(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두 다리로 땅에 서고, 우리 자신의 두 팔로 세상을 만나며, 우리 자신의 두뇌로 진리를 발견하는 길을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뇌공부를 또 열심히 하고 있지요. 일단 내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알아야는 하지 않겠나 싶어서 ^^;)
하지만 … 계획을 세우고 나서 작년처럼 물거품이 되지 않게 숙성시키려고 며칠 시간을 보내고 보니 지금 하고 있는 다른 일들, 특히 책숲을 하면서 해낼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더군요. 잠시이기는 하지만 지금 벌여놓은 일들을 모두 접고서라도 이 공부에 매진하고 싶은 아주 강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를 사로잡고 있는 이 공부를 위해 구해놓은 책만도 몇 개의 책장을 채우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어느새 철이 든 저는 뜨거운 심장을 식히고야 말았습니다. 이것이 성숙한 모습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기원 공부를 향한 갈망은 여전해서 창세 신화들만이라도 찬찬히 다루어보려고 다섯 편을 골라보았습니다.
나. 창세 신화 비교를 통해 근원을 알아가기
- 영생을 갈망하는 욕망의 투쟁 속에서 생명의 본질을 보여주는 길가메시 서사시
- 인간 의식의 원형을 보여주는 오시리스 신화
- 선과 악의 대립 속에서 진정한 진리 인식의 길을 보여주는 바가바드 기타
- 아는 사람 없이 사라져가는 한겨레의 마고 창세 신화
- 로마의 시저에서 신라의 거서간까지 아우르는 중앙아시아 게세르 신화
17년 전 꽃피는학교 때 통전학림에서 이 공부를 한 이후로 처음입니다. 그때는 마고신화와 게세르 신화는 다루지 않았고 대신 단군신화, 천부경 등을 공부하긴 했습니다만. 그때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매시간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아 놀라워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번에 하면 그때의 내용에 더하여 신화의 과학적인 측면도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신화와 과학은 대립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에 늘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고대인들이 세계를 보았던 안목을 미개하고 비과학적으로만 보는 데서 역사의 단절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고대사를 공부해보면 현대인들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사고하고 정밀하게 측정하고 세밀하게 제작한 것들이 무수합니다. 건축물만 해도 괴베클리 테베, 스톤헨지, 지구라트, 피라미드 등이 그렇고 박물관이나 관련 전시회에 가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하나하나가 공부거리로 눈에 들어오면 시신경을 타고 시각 영역으로 들어온 이미지들이 한 줄기는 측두엽을 타고 시각정보의 분석이 일어나고, 다른 한 줄기는 시상을 거쳐 해마와 편도체에 이르러 지난 기억들과 연결을 시도하며 지각을 만들고, 또 다른 하나는 감각연합영역과 운동연합역을 거쳐 배외측전전두엽에 이르러 감탄에 찬 얼굴표정과 가까이 다가서게 만드는 몸동작을 하라고 명령이 내려오면 뇌간은 그 정보를 몸 전체로 보내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게 지난 석달열흘간 공부하며 알게 된 것입니다.)
신화와 과학을 만나게 하여 한편으로는 미신과 반과학을 걷어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상과 영성을 불어넣어 세계를 좀 더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면 우리 시대의 병폐인 양극단의 대립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깊이 들어가려면 한 신화에 서너 달은 걸리겠지만 1회 3시간씩 5~6회를 하면 1년에 다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여기며 마음을 모아가고 있었습니다. 온통공부할 때 이후 공부로 신화공부를 바라는 분들이 몇 분 있었던 것도 생각이 나고. 공부거리 제목이라도 줄어드니 열정도 조절이 되는지 첫번째 계획만큼 심장이 뛰지는 않고 일상 박동수를 조금 벗어난 정도의 흥분이 며칠 갔습니다.
2023 통전공부 고민기 2 => https://cafe.daum.net/onall/92RG/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