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로 16회차를 맞이한 한국대중음악 시상식이 2월 26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렸습니다.
벅스 가족 여러분들께 각 장르별 수상자를 소개합니다!
수상자에게는 큰 축하를, 후보들에게는 더욱더 큰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제 16회 한국대중음악상이 한국 대중음악이 더욱더 번영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길 기원합니다.
벅스 가족 여러분들께 각 장르별 수상자를 소개합니다!
수상자에게는 큰 축하를, 후보들에게는 더욱더 큰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제 16회 한국대중음악상이 한국 대중음악이 더욱더 번영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길 기원합니다.
최우수 록 음반
라이프 앤 타임 - [Age]
압도적인 록이란 이런 것이다. 삼인조가 쌓아올린 견고한 소리의 구조는 외부 조력자의 등장이나 새로운 스타일 시도에도 자연스럽게 라이프앤타임 음악으로 수렴되게끔 이끈다.
긴장과 이완, 상승과 하강의 정서가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느닷없이 폭발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정교하게 계산된 매쓰 록(math rock) 장르의 어느 한 장면이라고 그냥 넘길 수 없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감성이 앨범 내내 소리로 전달된다. (선정위원 조일동)
최우수 록 노래
라이프 앤 타임 - ‘잠수교’
잘 당겨진 화살처럼 긴장감 넘치는 리듬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청자를 꼭 잡아놓는 가운데 펑키한 리듬커팅과 아르페지오를 오가며 다채로운 기타가 수를 놓는다.
화려한 연주력을 가진 팀이지만 절제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 느낌이 또 다른 긴장감을 낳는다.
라이프 앤 타임의 두 번째 앨범인 [Age]는 전반적으로 나이듦에 대한 명상적 내용들이 채워져 있는데 그 중 '잠수교'는 앨범의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해 놓은 곡이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잠수교를 뚜벅뚜벅 걷는 마음을 헤아리다보면 절제하고 있는 연주가 더욱 빛을 발한다. (선정위원 최지호)
최우수 모던록 음반
세이수미 - [Where We Were Together]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캘리포니아 해변이 있었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광안리 바다가 있다.
비치 보이스의 서프 록에 햇볕과 즐거움이 가득하다면 세이수미의 서프 록에는 그늘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 밝음과 사랑스러움은 물론이다.
그 다양한 정서가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로 표현되고, 멜로디는 중독적이다. 서프 록과 인디 팝을 관통해 지금 여기에 세이수미의 음악이 있다. (선정위원 김학선)
최우수 모던록 노래
세이수미 - ‘Old Town’
서프 록, 기타 팝, 인디 록, 포스트 펑크, 슈게이징... 세이수미를 수식하는 음악 용어는 많다.
이 여러 수식어들은 두 번째 정규반인 [Where We Were Together]에서도 어김없이 '순수'라는 단어로 묶이며 밴드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 속에 세이수미는 모두가 떠나가는 자신의 ‘Old Town’에 대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 무덤덤한 목소리를 늘어놓는다.
경쾌한 템포지만 흥겨움과는 거리가 멀고, 삽입된 박수 소리는 반향 없이 공허하다.
서구발 인디 록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영역으로 흡수했음을 확인시켜주는 트랙이다. (선정위원 송명하)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 [The Lord Ov Shadows]
대서사시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최고의 심포닉 블랙메탈이다.
긴 호흡의 서사를 하나씩 맞춰나가는 세심하고 정교한 구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치밀한 연주는 역작이라는 말 이상의 표현을 찾을 수 없다.
한 편의 잘 만든 고전적 공포영화를 본 것 같은 유려하고 세련된 드라마틱한 전개는 놀라울 따름이다. (선정위원 조일동)
최우수 팝 음반
장필순 - [soony eight : 소길花]
장필순이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8집.
장필순 혼자가 아니라 조동진, 조동익, 조동희, 박용준, 이상순, 이적, 이경 등 가족과도 같은 음악공동체와 함께 작업한 집단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멜로디, 가사, 사운드, 창법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1990년대 하나음악의 전설이 2018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 앨범. (선정위원 서정민)
최우수 팝 노래
방탄소년단 - ‘FAKE LOVE’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음악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룹의 성향과 방향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탄소년단처럼 트랙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FAKE LOVE'에서는 이 곡이 실린 앨범의 인트로를 담당한 뷔가 도입부를 맡고,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 솔로곡을 통해 멤버들 중 가장 애틋한 정서를 노래하던 진이 후렴구를 부른다.
그리고 그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사랑의 이면을 노래할 때, 'FAKE LOVE'라는 트랙의 효용은 완벽하게 증명된다.
타이틀곡 하나로 방탄소년단이 꼼꼼하게 그려온 세계의 완결성과 완전함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선정위원 박희아)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공중도둑 - [무너지기]
팽팽한 통기타 리듬 위에서 신시사이저의 파형이 불규칙적으로 퍼진다.
모던록인지 전자음악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사운드 스펙트럼은 한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장르의 경계선이 너무나도 얇아진 21세기 음악 문법의 장점을 백분 활용함과 동시에 형식에 옭매였던 팝의 구조에도 환기(喚起)를 던진다.
여러 번 들어도 달리 들리는 음악. 2018년 한국 대중음악의 문제작이다. (선정위원 이종민)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예서(YESEO) - ‘Honey, Don’t Kill My Vibe’
지금의 나를 얽매고 있는 원치 않는 모든 것을 향해 던지는 경멸의 한 가운데 'Honey Don’t Kill My Vibe'가 있다.
날카롭게 벼려진 비트 위로 ‘지금 이 분위기를 망치지 말라’는 냉소가 내내 쏟아진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특유의 차가운 금속성과 속도감 덕에 노래에 가만히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나쁜 주문에 걸린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 기분은 그대로 지금껏 예서의 음악에서 그리고 한국 일렉트로니카 음악신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종류의 야망을 새롭게 그려낸다. 멋지고 과감한 싱글이다. (선정위원 김윤하)
최우수 랩&힙합 음반
뱃사공 - [탕아]
[탕아]는 그동안 뱃사공이 리짓군즈 안에서 보였던 매력과는 또 다른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그는 일상으로부터 온 가사를 그루브한 베이스라인과 락 적인 요소가 가미된 기타 리프 안에서 유려한 랩 실력으로 풀어냈다.
동시에 각 곡마다 확실한 개성을 부여하는데도 성공했다.
'로데오'에서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외롭지만 괜찮아'에서는 진득한 기타 솔로와 코러스 라인으로, '우리집'에서는 밴드 사운드 위에 덤덤하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얹었다.
비슷한 스타일로 찍어 낸듯한 많은 힙합 앨범처럼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2018년 많은 이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작품이다. (선정위원 김이슬)
최우수 랩&힙합 노래
XXX - ‘간주곡’
독특한 구성이 흡인력을 한껏 발산한다.
합창과 오케스트라, 마칭 밴드 드럼을 조합한 웅장한 도입부, 인더스트리얼과 테크노를 오가는 스산한 비트는 이채로움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주가 5분이 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지막 1분, 현재 본인이 하는 음악을 자랑스러워하는 내용의 래핑은 곡을 더욱 저돌적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선정위원 한동윤)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Jclef - [flaw, flaw]
Jclef의 [flaw, flaw]는 무조건 가사 창을 열어 놓고 감상해야 한다.
'흠'을 주제로 하는 개인적인 서사의 흐름에 가사가 품고 있는 문제의식은 스스럼 없이 폐부를 찌른다.
그럼에도 많은 가사들은 잘 짜여진 프로덕션과 드라마틱한 멜로디 전개, 신예 답지 않은 능수능란한 보컬 퍼포먼스를 통해 '흠' 잡을 곳 없는 결과물들로 트랙을 채웠다. (선정위원 이광훈)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수민(SUMIN) - ‘너네 집 (Feat. Xin Seha)’
수민의 '너네 집'은 1980년대의 악기와 이펙트를 사용해 당시의 사운드 질감을 구현한 곡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곡의 구조도 그 시대와 닮아 있다. 이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은 수민의 보컬이다.
탄탄한 완성도를 통한 설득력 덕분에 1980년대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구현하는데 시차를 느낄 틈이 없다.
복고와 빈티지, 레트로라는 표현이 남발되고 이를 표방한 작품이 쏟아지는 사이에서도 수민의 '너네 집'이 반가운 이유다. (선정위원 류희성)
최우수 포크 음반
김사월 - [로맨스]
1집의 수잔이 사랑을 했다면 이러했을까.
김사월은 2집 [로맨스]를 통해 사랑, 균열, 이별에 이르는 한 편의 연애드라마를 서슴없이 펼쳐 놓는다.
사랑이 끝난 후, 잊지 않기 위해 애써 더 기억하고 감각하는 순간들은 노래가 되었다.
김사월은 말이 없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에 꼭 맞는 무드를 연출한다.
틈새와 간극, 미묘한 공기 같은 것들을 노래하는 김사월은 여전히 고혹적이며, 한결 더 담대해졌다. (선정위원 김미소)
최우수 포크 노래
김사월 - ‘누군가에게’
이 곡은 솔로 데뷔 이후 본인만의 음악 스타일을 확실히 구축해온 김사월의 두 번째 정규앨범 [로맨스]의 타이틀곡이다.
“너는 누군가에게 너무 특별해”라는 말을 듣는다면, 심장이 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첫 가사부터 이렇게 단 한 단어도 소홀히 하지 않는 김사월의 보컬은 어느 악기 못지않은 꽉 찬 사운드를 들려준다.
약하지만 분명한 힘이 느껴지고, 가늘지만 부러지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김사월'은 하나의 장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선물 같은 노래이다. (선정위원 김효섭)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재즈 음반
이선지 - [Song Of April]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의 앨범 [SONG OF APRIL]은 음악과 세상이 조우하는, 달리 말해 음악이 세상을 담아내는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여기서의 4월은 통한의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의 4월이지만, 그렇다고 이선지의 4월의 노래가 분노로 날서 있거나 슬픔으로 침잠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오히려 아름답고 힘찬 위로가 된다. 굳이 이런 사회적 맥락과 시선을 거두더라도 음악 자체로도 충분히 유려하고 믿음직한 연주가 담긴 수작이다. (선정위원 정일서)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크로스오버 음반
Near East Quartet - [Near East Quartet]
Near East Quartet의 이번 세 번째 앨범의 가치는 안타깝게 묻힌 1집이나 기 인정받은 2집의 완성도, 세계적인 레이블 ECM에서 발매되었다는 가시적인 성과 너머를 바라본다.
전통에 대한 지향성은 뚜렷하되 욕심이 드러나지 않는 절제된 모색과 국악의 방법론에 치우치지 않고 재즈, 어덜트컨템포러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구상으로, 이방과 소통할 보편적인 언어와 세계에 어필할 독창적인 문체를 온전히 확립했다.
이런 음악과 연주라면 누구나 차분히 젖어 들 것이다. (선정위원 정병욱)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 최우수 연주
송영주 - [Late Fall]
피아니스트 송영주의 [Late Fall]은 2017년 12월, JCC아트센터에서 펼친 솔로 피아노 라이브 앨범이다.
신곡 'Reminiscence'를 제외하고 모두 기존 작품에 수록된 곡들을 새롭게 편곡하고 연주했다.
송영주의 연주와 작곡이 탄탄하기에 가능한 시도이자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 앨범이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면 무난한 작품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Late Fall]은 송영주가 지닌 서정성에,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긴장과 카타르시스가 어우러져 음악적 밀도를 높인다. (선정위원 안민용)
올해의 음반
장필순 - [soony eight : 소길花]
장필순이 5년 만에 발표한 정규 8집.
장필순 혼자가 아니라 조동진, 조동익, 조동희, 박용준, 이상순, 이적, 이경 등 가족과도 같은 음악공동체와 함께 작업한 집단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멜로디, 가사, 사운드, 창법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마스터피스가 탄생했다.
1990년대 하나음악의 전설이 2018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 앨범. (선정위원 서정민)
올해의 노래
방탄소년단 (BTS) - ‘FAKE LOVE’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 음악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룹의 성향과 방향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탄소년단처럼 트랙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면 더더욱 그렇다.
'FAKE LOVE'에서는 이 곡이 실린 앨범의 인트로를 담당한 뷔가 도입부를 맡고, [LOVE YOURSELF] 시리즈에서 솔로곡을 통해 멤버들 중 가장 애틋한 정서를 노래하던 진이 후렴구를 부른다.
그리고 그가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사랑의 이면을 노래할 때, 'FAKE LOVE'라는 트랙의 효용은 완벽하게 증명된다.
타이틀곡 하나로 방탄소년단이 꼼꼼하게 그려온 세계의 완결성과 완전함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선정위원 박희아)
올해의 음악인
방탄소년단
압도적이다. 두 장의 CD에 나눠 담긴 총 26곡의 트랙들은 'LOVE YOURSELF'라는 하나의 테마 아래 2년 5개월 여 간 굳건히 이끌어온 서사와 그룹 안팎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 각종 이슈들을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능숙하게 녹여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기발표곡에서 각 멤버들의 솔로곡, 리믹스까지 난장(亂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이 소리와 화제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굳건하게 선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정감이다.
이 무게와 이 열기와 이 볼륨을 지금 견딜 수 있는 건, 오직 이들뿐일 것이다. (선정위원 김윤하)
칭따오 올해의 신인
애리
음울한 파열음과 주술적인 소리가 그물을 이루는 사이키델릭으로 출발한 레코딩은 공간을 여백으로 채워나가는 선과 같은 진동으로 이어진다
[Seeds]에서 애리가 펼치는 세계는 길게 뻗어 있다.
그 연장의 감각은 짧고 간명한 음악적 태도가 주류가 된 현재의 시류를 역행하는 동시에 그가 싹틔운 세계를 흔들림 없이 받치는 강인한 토대로서 빛을 발한다.
고전적 소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애리의 여정은 이 다음엔 어디로 향할까. 이 앨범을 들은 모두가 그것을 궁금해할 것이다. (선정위원 정구원)
[특별분야] 공로상: 양희은
태초의 빛처럼, 한국 포크의 여명기에 양희은이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있었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스무살 양희은이 부르지 않았더라면 그 노래가 한 시대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를 양희은이 다시 부르는 순간, 이 노래는 피터 폴 앤 매리가 부른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가 됐다.
그 시대의 위대한 젊은 창작자들의 영혼이 진흙이었다면, 양희은의 목소리는 숨결이었다.
그녀가 숨결을 불어 넣어 세상에 뿌린 노래들은 본의 아니게 양희은을 하나의 희생양처럼 만들었다.
1973년, 정부는 '아침이슬'에 고운 노래상을 수여했다. 이듬해 이 노래는 금지곡이 됐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포함하여 30곡도 하루 아침에 시장과 방송에서 사라졌다.
김민기의 페르소나였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했던 운명이었을까.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김민기의 곡들이 양희은의 목소리를 타지 않았더라면 제제의 수위는 훨씬 낮았을 것이다.
그만큼 양희은은 한국 최초의 세대 문화였던 70년대 포크 무브먼트의 상징에 다름 아니었다.
양희은의 목소리는 포크 무브먼트 안에만 머물러 있기엔 지나치게 탁월했다. 하나의 시대가 끝나고 그 다음 시대가 올 때 마다 그녀는 늘 새로운 노래로 돌아왔다.
새로운 재능과 함께 돌아오곤 했다. 70년대 중후반, 유신의 끝 무렵에는 이주원과 함께 '한 사람', '네 꿈을 펼처라'를, 80년대 초반에는 김희갑과 함께 ‘하얀 목련’을 발표했다.
그리고 1991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에서 기타 유학 중이던 학생과의 협업을 선보였다.
바로 이병우와 함께 했던 [양희은 1991]이다.
마흔이란 나이의 무게감이 지금보다 훨씬 무거웠던 그 때, 양희은은 자신의 20주년 기념 앨범에서 (다른 가수들이 으레 그러했듯) 가수 생활의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당신의 삶을 음악에 새겼다. 오직 기타 한 대 위에 풀어 놓는 노래는 평탄한 적 없는 개인의 삶이 오롯이 녹아 든 성찰의 잠언에 다름 아니었다.
한국에서 결코 시도된 적 없는, 그리고 지금도 찾을 수 없는 종류의 어덜트 포크였다.
동년배의 대다수 가수들이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 양희은은 이 앨범을 통해 새로운 현재를 창조해냈다.
그 현재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그들의 자식에게 건네는 엽서였다.
그 다음 앨범에서 선보인 '내 나이 마흔 살에는'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의 세대와는 명백히 차별화된 방식으로 양희은은 인생의 늦여름과 초가을을 맞이했다.
당대를 차분히 받아 들이는 양희은의 길은 지금도 끊기지 않는다.
2014년부터 시작한 ‘뜻 밖의 만남’ 프로젝트로 이적, 윤종신, 이상순, 악동뮤지션, 그리고 성시경과 심현보까지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역시 2014년에 발표한 [2014 양희은]에서는 장미여관 육중완이 쓴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말'같은 곡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재즈 사운드와도 훌륭히 어우러짐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늘 당대이자 현재의 언어와 소리로 구현되곤 했다. (선정위원 김작가)
자료제공: 한국대중음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