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진공재 전각전이 인사동 ㅇㅇ 전시실에서 전시중이라는 소식에 애매한 신길동 은헌월 주인 평헌선생을 끌어 붙여 대동하였다.
평소 등에 메던 배낭이 내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그 날은 딱히 넣고 갈 물건도 없고 날도 덥고 하여 손에도 등에도 아무것도 안 걸친채 서실문을 열자 썰렁한 내 등짝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아니, 언제부터 그리 등이 휘었소?"
뜬금없는 인사말에
"내 등이야 원래부터 이리 휘었지, 뭐 새삼스러워 하는 말이오?" 하자
"... 오늘 배낭을 안 매서 그래 보였나? 하여간 등이 많이 휘었네"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점심은 맛 좋은 한방 삼계탕으로 보신하고 인사동 올라가 진공재 선생의 전각전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내가 끌고 오라온 발걸음인라 대접할 요량으로 단골집 '바람부는 섬' 대추 보신차를 권하자 뭐 그럴것 있냐, 돈 아끼고 공짜 커피 마시자는 제안에 이홍ㅇ의 이화정판사 사무실을 들러 커피대접을 받는 자리에서도 내 등이 휘었다는 화제가 다시 올랐다.
정판사 이사장은 숫제 내 등이 S형으로 휘었다는 말까지 하는데 휘었다건 굽었다건 모두 내가 인정하는 현상이다.
"평생 체본 써주다 이리 휘어 버렸네' 하자
"누군 체본 안 써주나" 하길래
"한 주에 몇 명 분 써 주는데?" 하자
"스무명 안팍은 쓰지" 한다.
"스무명 같은 소리로 명함도 내지 마시오, 내가 지금 일주일에 몇 명을 써 주는지 아시오? 일곱개 반에 145명분 체본을 써 준다오. 그것도 대부분 해서로." 하자 모두 놀란다.
첫댓글 가는 세월 잡지 말고
오는 세월 막지 말고
물 흐르듯 같이 흘러
가는 인생
잘 났든 못 낫든
산전수전 고생들 하셨지요
지팡이 없으면 막대기 하나 갖고 응달길 양지길
산책으로 여생을 보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