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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문학동네, 2020) 중 「육 인용 식탁」을 읽고
손보미 작가는
2009년 계간 문학잡지 ‘21세기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11년 단편소설 「담요」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2013년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2017년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2018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2019년 중편소설 『우연의 신』, 짧은 소설집 『맨해튼의 반딧불이』, 2020년 『작은 동네』, 2022년 『사라진 숲의 아이들』을 펴냈다.
「육 인용 식탁」은
소설의 흐름 속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안에 감춰진 것, 의심하는 것에 대해, 소설 속의 공간이 인물과 서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작가 특유의 분위기와 분체에 대해 생각하며 읽으면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다른 것, 좋은 식탁에서 벌어지는 부부 동반 파티로 읽히지만, 소통으로 마무리가 된다. 주인공은 아내를 의심하고 아내는 주인공을 의심한다. 가까운 관계의 이면에 대해 폭로한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주인공의 집에 친구들이 온다. 그 집에는 최고급 육인용 식탁이 있다. 한 부부를 기다리며 두 달 전에 세 부부가 도심 가운데 호수로 나들이를 갔던 일을 회상한다. 피크닉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한 부부가 도착했다.
두 부부는 주인공의 집에 놓인 식탁을 보며 감탄한다.
“사실 우리 집에 놓기에는 지나치게 크다. 평소에는 벽에 붙여놓아서 될 수 있으면 적은 공간을 차지하도록 만드는데, 오늘은 모처럼 친구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거실 중앙으로 내놓은 것이다. 거실이 꽉 찼다.” (p140)
세 부부는 술에 취하기도 하며,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는다. 술이나 담배는 몸에 나쁘다며 조금씩만 하자는 이야기도 하며 평범해 보이는 내용들이 오가는 도중에 돌연, 아내가 친구들 앞에서 할 말이 있다며 맥주 한 컵을 들이켠다.
“내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
주인공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한다. 아내는 윤의 부인과 주인공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의 부인까지 덩달아 주인공이 자신에게 치근덕거렸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어이없고 황당해한다.
주인공은 부자인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4년을 아내의 집에서 결혼을 허락해 줄 때까지 기다렸다. 식탁은 부자인 장인이 사준 것이었다. 집과는 어울리지도 않게 터무니없이 크고 화려한 식탁을 발로 차며 아내에게 항변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개자식’이라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다. 아내와 윤의 부인이 너무 확고하게 말했기 때문에 자기 행동을 되짚어 본다.
오해, 의심, 거짓말이라는 단어들이 떠오르지만, 어느 것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모든 것의 시작점이었던 피크닉 장면이 잘 그려져 있다.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지점과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내가 말한 것처럼, "남편이 친구의 아내와 다리 밑에서 키스한 사실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뒤늦게 사진 속에서 발견한 아내의 어긋난 시선과 의아할 정도로 남편에게 친밀해 보이던 친구의 아내, 그러한 것들을 불현듯 눈치채는 순간, 우리는 삶이 그 삐걱거리는 소리를 높여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듣게 된다"라는 이 소설을 읽을 때 참고할 설명을 기억해야겠다.
「육 인용 식탁」은
대화가 많이 나오면서 서사가 빠르게 흘러가고,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 심리나 상황을 표현하고 있어서 수월하게 읽혔다. 짧은 모임 시간이지만, 회상과 여러 주인공의 입장과 대화들로 단편의 분량이 금방 채워진다. 사건의 전말이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아서 오히려 어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첫댓글 그러게요 ㅎ 소설같으네요^^
재밌네요 ㅎ
수많은 아이러니를 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