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을 읽고....
토목환경과
20046574 양정수
20세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선정됐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1968년 런던에서 공연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13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기네스북 2001에 박스오피스 1위로 기록되었고 각 나라마다 최다관객을 끌어 모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웠다. 섬뜩한 악몽의 분위기와 아름다운 사랑을 교차시키는 절묘한 스토리, 환상적인 무대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은 찬사와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뮤지컬 작품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유명한 뮤지컬은 동일한 제목의 원작소설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소설은 1910년 가스통 르루라는 프랑스 작가에 의해 처음 발표되었다. 그 후 큰 인기를 얻어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끊임없이 제작되었고, 책을 읽지 않아도 뮤지컬, 영화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의 유령’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뮤지컬과 영화는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원작에서 가감하거나 내용을 바꾸기도 하였다. 때문에 책에서 세심하고 풍부하게 나타나있는 인물들의 감정들과 미묘한 변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고 생략된 내용이 많아 아쉬운 점이 많다. 따라서 아직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면서 소설의 줄거리를 간략히 적어보겠다.
‘오페라의 유령’은 추한 외모 때문에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형적인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에릭은 부모에게도 사랑을 받지 못해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뒤 오페라 하우스에서 살게 된다. 그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비밀통로를 통해 오페라 하우스의 구석구석을 들쑤시며 온갖 소동을 일으키고 홀연히 사라지는데 이를 본 사람들은 그를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크리스틴 다에라는 한 여자 무용수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에게 음악천사로 가장해 다가가서 몸을 숨긴 채 천상의 목소리로 음악교습을 시킨다. 그의 도움으로 그녀는 오페라의 스타가 되고 그녀는 그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자신에게 보내준 천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라울자작이 있었고 이를 알게 된 에릭은 극심한 질투로 인해 그녀를 납치하여 오페라 하우스 지하의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크리스틴은 천사인 줄만 알았던 목소리의 실체가 해골 형상을 한 흉측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나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하며 절대적이고 진심어린 사랑을 보내며 눈물 흘리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에릭의 광적인 사랑에 대한 연민과 공포에 시달리던 크리스틴은 결국 사랑하는 라울과 멀리 도망칠 계획을 세우지만 에릭이 이러한 계획을 알게 되고 분노에 휩싸인 에릭에 의해 이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크리스틴은 마지막 공연에서 에릭에게 납치당하고 만다.
사랑하는 연인을 되찾기 위해 라울과 오페라의 유령을 쫓는 페르시아인은 지하에 있는 유령의 거처로 내려간다. 그러나 둘은 에릭이 만든 고문실에 갇히게 되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
이를 알게 된 크리스틴은 라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에릭과의 결혼을 허락하게 된다. 에릭은 흉측한 외모의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거부하지 않는 그녀에게 감동하고 그녀에게 키스할 수 있음에 전율하며 눈물 흘린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여인이 라울을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아는 에릭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청년에게 보낸다. 그 후 에릭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끝을 맺게 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흉측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 앞에 떳떳히 나설 수 없고 세상을 저주하고 사랑을 그리워하며 살던 비운의 남자였다. 그러나 일평생을 숨어서 비극적인 일생을 살았던 에릭이지만 세상에 대한 원망을 품고 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모든 소동이 끝난 후 그가 페르시아인을 찾아가 나눈 대화 중 “내게는 생전 처음이었어. 내가 여인에게 입을 맞춘 것은... 그래. 다로가 정말 처음이었어. 살아 숨 쉬는 여인에게 말이야... 따스함이 감도는 그녀의 입술에...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지.” 라는 부분이 있다.
또한 “아, 다로가. 그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 누군가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는 것 말이야!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거야. 하지만 나는... 나는... 나의 어머니는, 나의 불쌍한 어머니는 절대로... 절대로 내가 입 맞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어. 한번도, 단 한번도 어머니의 다정한 입맞춤을 받아보지 못했단 말이야.” 라고 에릭이 말하는 부분이 있다. 위의 대사들을 읽으면서 어찌나 내 마음이 아프던지... 마치 내가 페르시아인 다로가가 되어 유령이 내 앞에서 흐느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평생을 사랑받지 못해 사랑에 굶주려 있던 에릭이 자신을 진심으로 포용해주는 크리스틴의 사랑에 감동한 것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낡은 가구들을 간직하며 사랑받기를 갈망하던 에릭이 크리스틴의 사랑을 받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입 맞추는 그 순간 에릭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였을 것이다.
“크리스틴의 눈물이 내 이마 위에 떨어지는 것을 느꼈지. 그녀의 눈물은 따스하고 달콤했어. 내 가면 위를 흘러내렸지. 그리고 마침내 나의 눈물과 뒤섞였어... 나는 크리스틴의 눈물을 단 한방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나의 가면을 찢었어. 그런데도 크리스틴은 도망가지 않았어. 그녀는 여전히 살아서 나와 함께 눈물 흘려주었지...”
“다로가. 크리스틴의 발 앞에 엎드려 있을 때 그녀가 나지막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어. ‘불쌍하고 가엾은 에릭’ 그리고 그녀는 내 손을 잡았던 거야! 그 순간 나는 크리스틴을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죽을 각오가 되어있는 한 마리 불쌍한 개가 되었어 진심이야...”
이 세상 누구도 주지 않았던 인간적인 진실과 온정을 느끼게 한 단 한 여자인 크리스틴은 에릭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다. 기괴하고 흉측한 에릭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의 순수한 열정과 마음을 보았던 크리스틴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모든 비극은 크리스틴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얘야. 너라면 언젠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거다. 크리스틴. 내가 하늘로 올라가면 너에게 음악천사를 보내주마.”
어린 시절 크리스틴의 아버지가 한 약속으로 인해 크리스틴은 에릭과 얽히게 되었고 고통 받기도 했지만,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란 크리스틴은 차가운 얼음장 같은 에릭의 마음을 녹이고 사랑할 수 있게 만든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고통 받았지만 크리스틴으로 인해 에릭은 세상에 대한 저주와 증오, 원망이 아닌 따뜻한 영혼과 순수한 영혼, 사랑을 간직하고 죽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는 데에 치중한 나머지 내면이나 재능 등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왜곡된 시선으로 나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경우 역시 많다. 이 책을 통해 비판적으로 비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 나 역시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틴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장애우라고 차별하고 고용 거부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인식을 떠올려 보게 되었고,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 사회가 어서 오게 되기를 기대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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