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트레킹] 32. 주왕산 절골계곡
때묻지 않은 '주왕산 숨은 비경' 깊고 긴 협곡 절경 자랑
너른 계곡을 가로질러 안전하게 건널수 있게 징검다리
폭염의 날씨가 지속되는 7월 마지막 주말인 지난 25일 시원한 계곡을 찾아 서둘러 떠난다. 포항에서 1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는 청송 주왕산의 숨은 비경(秘景) ‘절골계곡’을 찾아갔다. 주왕산국립공원 하면 떠올리는
기암절벽과 용추(1폭), 절구(2폭), 용연폭포(3폭) 등 주왕산 주왕계곡이 바로 연상되지만 한 편으로 비켜나 있
는 절골계곡은 쉽게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그 숨은 풍광을 알고 있는 덕에 가끔 다녀본 적이 있다. 들머리가 주산지 방향이라 주왕산
주계곡과는 떨어져 있고 관광객이나 나들이객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많이 찾지 않는 한적한 곳이다.
절골로 들어서는 좁은길 끝에 주왕산국립공원 절골분소가 보인다.
주왕산국립공원 절골분소 모습.
절골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운수암(雲水庵)이 있었던 자리를 설명하는 안내판.
입구에 주왕산국립공원 절골분소가 있고 조그마한 주차장에는 주왕산 절골지구 세부안내도와 절골계곡을
설명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절골계곡 출입구에 매단 구름과 물을 벗 삼아 걷는길, 운수길 이라는 안내판이 멋을 부린다.
절골계곡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야자매트가 깔린 길이 우거진 숲속으로 나있다.
국립공원 게이트를 접어들면 ‘구름과 물을 벗 삼아 걷는 길, 운수(雲水)길’이라고 적힌 멋스러운 나무판이
덩그러니 걸려있는 길에 야자매트와 데크가 먼저 반긴다.
운수길 유래를 설명한 안내판.
길옆 안내판에는 ‘운수길’ 유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수직암벽위에 꼿꼿하게 자라나는 나무가 절골의 기개처럼 느껴진다.
깎아 세운 암벽들이 좌우병풍처럼 들어서 ‘십리돌병풍’을 만들었고 계곡의 경치가 빼어나 조선 후기 문인들이
‘운수동천(雲水洞天)’이라 불렀다는 유래를 음미하며 짙은 녹음 사이로 구름과 물을 벗 삼아 운수길을 걸어간다.
적막이 내려앉은듯 절골계곡은 숲과 바위와 물이 어우러져 더욱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고있다.
계곡 초입에 깎아지른 높은 암벽들이 좌우에 직립해 계곡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고 걸어가는 산객을 긴장
하게 한다. 절벽 사이로 흐르는 계곡 물이 바위를 돌아 나서며 조용히 흐른다.
양쪽 절벽사이로 난 데크길을 산객이 걷고있고 조용히 흐르는 게곡물이 여름볕에 빛난다.
데크로 잘 만들어진 길을 걸으며 녹색 향연에 취한 듯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숲 사이를 휘적이며 걷다 보니
‘신선들이 풍류를 즐겼던 협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절골계곡을 자랑하는
안내판을 만난다.
단풍나무 숲으로 가려진 계곡속으로 한뼘 하늘이내려와 여울물에 담긴다.
자그마한 소(沼)에 연초록 녹음이 얼굴을 담그고 있다.
계곡 양편에 빼곡히 자라는 단풍나무가 유독 많다. 가을 단풍철이면 이곳 절골이 온통 붉게 물들어 탐방객들
의 혼을 빼기고 한다. 조용하기만 하던 계곡에 웃음소리가 들리며 몇몇 탐방객들이 물가에서 발을 담그며 즐
거워한다. 정오를 막 지나는 한낮이지만 한기마저 드는 시원함이 묻어난다. 산들거리는 산바람과 바위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짙은 나무그늘을 만나 여름을 잊게 한다.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 깊은 골짜
기로 나 있고 계곡 물이 잔잔한 자갈밭을 이루며 흐른다. 맑은 계류에 조그마한 물고기가 물놀이장 마냥 신나
는 유영(遊泳)을 즐긴다. 협곡 사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V자로 갈라진 하늘이 청정 숲 속 절골 정취에 취
한 듯 구름을 피워 올린다. 평탄한 길을 걷노라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가지런히 등을 대주며 건너라
한다. 군데군데 만들어진 돌다리가 정겹기만 한 계곡길이 한참을 이어가고 험로를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나무
계단이 여럿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른다.
절골트레킹 끝지점인 절골분소를 나서면서 보는 인사말이 재미나다.
절골분소에서 ‘대문다리’까지 3.5㎞가 절골트레킹의 하이라이트 코스로 왕복 3시간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길이라 편하게 힐링하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오르다 보면 두어 곳에 다리 공사를 하고 있어 작업하는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길을 내어주는 작업자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절골트레킹의 반환점인 대문다리 를 알리는 아치형 조형물이 멋스럽다.
절골계곡은 갈림길이 없는 외길이라 길 잃을 일은 없다. 얕은 계곡 물에는 청정지역에 맞게 물고기도 많고
다슬기가 바윗돌에 붙어 산객을 유혹하기도 한다. 대문다리 쪽으로 가다 보면 숲터널 산길을 호젓이 걸을 수
있어 즐겁다. 산새가 날아와 길 안내(?)를 하고 잎새를 흔드는 바람에다 높게 떠도는 구름이 하나 되어 자연
하모니를 연주한다.
외길인 절골계곡길의 이정목이 편안한 길잡이를 한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 세워져 지루할 틈이 없고 숲 속 서늘함에 한낮의 더위를 느낄 수 없다. 오르다 만나는
너른 개활지가 나오고 옛 절이 있었다는 안내판이 나온다. ‘운수암터’라는 설명 문구가 이곳이 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한다. ‘운수암(雲水庵)’이 이곳에 자리한 것이 1648년 인조 때 창건되어 화재와 중창을 거듭하였지만
그 흔적은 알 길이 없다고 한다. ‘절골’이란 이름이 바로 운수암 절터가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객들이 정성드려 쌓아올린 소망돌탑이 여럿보인다.
맨발걷기를 위한 지압보도가 있어 이색적이다.
계곡 곳곳에 지나는 산객들이 정성을 담아 쌓아 올린 소망돌탑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지압보도’라는 설명과
함께 맨발걷기를 할 수 있는 길도 만들어져 있다. 또한 명상의 참뜻을 알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명상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안내판도 보인다. 이곳 절골계곡에는 번잡함이 없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
있는 깊고 긴 협곡으로 매우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 오랜 옛날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용결응회암이 냉각
되면서 깊은 절벽이 수직으로 만들어졌고 20여 개 작은 소(沼)가 있으며 그 아래 자갈층 여울이 이어져 물
따라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청정지역이다.
짙푸른 녹음속으로 난 계곡길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청송을 ‘산소카페’라 칭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나 이곳 절골에는 사람들 흔적이 별로 없어 조용
하고 호젓하게 마음껏 산소를 들이킬 수 있어 좋다. 필자가 간 날도 인적이 거의 없어 더욱 신선한 공기와
녹색 향연을 즐길 수 있었다. 하늘다리처럼 높다랗게 만들어진 멋진 다리를 건너고 오르락내리락하며 숲길을
걸어 들어가면 얼마안가 ‘대문다리’라는 아치형조형물이 보이고 가메봉(883m)으로 올라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까지가 절골트레킹 반환점인 셈이다. 대문다리에서 경사진 등산로를 1시간 반 정도 오르면 가메봉사거리
가 나오고 오른쪽 1.6km 지점에 주왕산에서 가장 높은 왕거암(907m)이 있다. 왼쪽으로 200m 오르면 가메봉
(883m)이다. 가메봉을 지나 3.7km 가면 주왕산 주봉(720m)이 있고 맞은편에 주왕산의 상징인 기암과 노송이
절묘한 풍광을 만든다. 아래로 내려서면 유명한 신라고찰 대전사가 나온다. 주왕산국립공원 탐방코스는 절골
코스를 비롯해 7개 코스로 나뉘어 다양한 볼거리와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주왕산은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이라
자세한 설명 보다는 어느 탐방객이 읊었다는 시구(詩句)가 더 어울릴 것 같다.
-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네. 마음을 두드리는 힘을 가진
강하고 아름다운 산, 주왕산’ -
대문다리에서 휴식을 취한 뒤 하산 길에 접어든다. 내려서면서 산그늘과 맑은 여울이 흐르는 물가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산새와 물과 바람이 함께하는 자연의 진수성찬으로 허기를 채우고 한여름 오후를 시원스럽게
보낸다. 오를 때와 내려 갈 때의 풍광이 사뭇 딴판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절골계곡의 또 다른 경치에
감탄하며 느릿느릿 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가슴 깊이 푸름을 들이킨다. 언제 보아도 고요하고 꾸밈이
없는 순수 그 자체를 간직한 절골계곡이 있음에 감사하며 왕복 8km의 절골트레킹을 끝낸다. 마지막 출구에
붙어있는 인사말이 청송답다. ‘갑시데이’!
군더더기 없는 무뚝뚝한 한마디에 다시 오지 않을 수 없는 정감이 묻어난다. 절골을 나서면 왼쪽이 그 유명한
‘주산지(周山池)’ 가는 길이다. 물안개 피어나는 주산지 물속에서 백 년을 사는 왕버드나무와 매혹적인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아련함을 보러 가야 한다. 시간이 허락지 않아 가을 단풍철 절골과 함께 만나
기 위해 좀은 아껴두어도 아쉬울 게 없다.
‘산소카페 청송’과는 여러 가지로 인연이 많은 필자로서는 두고두고 꺼내 보는 보물 같은 곳이기도 한 청송에
서의 나들이가 더욱 새삼스럽다.
청송 얼음골에서 매년 겨울을 보내는 우리 산쟁이들에게 세계가 부러워하는 ‘아이스클라이밍 성지 청송’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또한 ‘산악의 메카 청송’이 자랑하는 주왕산에서도 숨은 진주처럼 빛나는
‘절골계곡’을 탐방할 수 있어 큰 보람이었다. ‘힐링 앤 트레킹’ 서른네 번째 ‘걸어서 자연 속으로’ 떠난 이야기
로 폭염을 물리치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사진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前 회장 l 승인 2021.07.30 l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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