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 실크로드 방문기 6 - 사마라칸트 관광

[무심거사]

7/17(수)

오늘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 도시인 사마르칸트 관광을 했다. 타쉬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는 313km, 기차로 3시간이 걸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빵을 2조각씩 굽고 달걀 후라이 2개에 사과까지 곁들여 근사한 식사를 만들어 먹었다. 배낭을 메고 몸자보 2개를 가슴과 배낭에 붙이고 생명탈핵 깃발을 들고 씩씩하게 출발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기차표를 예매했던 타쉬켄트 역에 도착하니 사마르칸트로 출발하는 기차역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한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버스가 있다지만 시간이 급해서 택시를 탔다. 택시로 10분쯤 달리니 한적한 곳에 역이 나타난다. 자유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매우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서둘러 기차를 타니 그제야 안심이 된다. 사마르칸트까지 가면서 창밖을 보니 건조지대라는 것이 눈에 띈다. 숲이 보이지 않고 들판은 초원으로서 땅은 매우 건조해 보였다. 경작지가 보이기도 하는데, 내려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수로가 닿아야 농사가 가능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자연 환경은 목축에 적합할 것이다. 지리적인 측면에서 설명하면 1년에 강수량이 250mm 이내이면 사막, 250~750mm 이면 초원이 되며, 강수량이 750mm 이상이어야 숲이 유지된다. 우리 나라의 1년 강수량은 1100mm나 되므로 어느 곳에서나 숲을 볼 수가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최초에 숲에서 나무를 제거하고 돌을 골라내어 논과 밭을 만들었을 것이다. 일년에 내리는 비의 양에 따라 지구 표면의 모습이 달라지게 된다.

<그림6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건조한 땅

기차 좌석은 3인석이 서로 마주보게 되어있었다. 내 오른쪽에는 병산이 앉고 내 왼편 창가 쪽으로는 중국인 젊은 여자가 앉았는데, 미인이었다. 나의 미인 기준이 낮은가 보다.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내 눈에는 웬만한 젊은 여자는 다 미인으로 보인다. 친구들에게서 나는 미인 기준이 너무 낮다고 핀잔을 자주 듣는다. 마주 보는 좌석에는 우즈벡 남자 3명이 탔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있나? 중국 여자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보니 그미는 매우 유창한 영어로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한다. 미국에서 6년 동안 유학한 나보다 그미의 영어가 훨씬 더 훌륭하였다. 거의 원어민 수준이었다.

그미의 이름은 비비안(Vivian). 이름이 참 예쁘다고 감탄해주었다. 고향은 중국의 서부 돈황이 있는 지방인데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미국인 남편을 만나 애를 낳고 미국에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미의 취미는 여행. 수시로 혼자서 여행을 하는데 지금까지 거의 100여 국가를 여행하였다고 한다. 그미는 키는 작은 편이었지만 매우 씩씩하고 당차게 보였다. 사마르칸트에서 3일 동안 관광할 계획이며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고 한다. 그미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하다 보니 3시간이 금방 지나가 어느 새 사마르칸트역에 도착했다.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우리는 그미와 점심을 함께 먹기로 했다.

사마르칸트의  인구는 52만명으로서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이다.  도시는 매우 차분하고 타쉬켄트보다 덜 번잡해 보였다. 전차가 다니고 노란색의 택시도 보였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서 비비안이 예약한 호텔에 들렸다. 매우 고풍스러운 고급 호텔이었다. 안쪽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보였다. 우리는 비비안이 짐을 내려놓고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호텔 종업원이 제공하는 차를 마셨다. 조금 있다가 비비안이 예쁘게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그미도 병산처럼 스마트폰에 익숙했다. 그미는 근처에 있는 좋은 식당을 찾아내었고 거리가 멀지 않고 날씨도 어제와는 달리 뜨겁지 않아서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간 식당은 매우 고급 식당이었다. 내부 장식이 궁궐처럼 화려했다. 웨이터의 안내를 따라 자리에 앉았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온 백인 부부와 동석이 되었다. 말을 걸어 보니 이 부부 역시 여행이 취미란다. 포도주를 한 잔씩 잔에 따라 건배를 했다. 다섯 사람이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즐겁게 대화하였다.

<그림6나> 고급 식당에서

점심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흥겨운 음악이 나오더니 앞쪽으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간다. 뛰쳐 나간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요즘에는 여성들이 적극적이다. 여성들은 모두 음악에 맞춰 디스코 춤을 춘다. 흥겨운 춤과 경쾌한 음악이 계속되고 사람들이 계속 앞으로 나가 춤을 춘다. 어깨가 들썩이면서 나도 흥이 났다. 한번 나가서 흔들어볼까? 병산과 비비안이 앞으로 나갔다. 남아공에서 온 부부는 뚱뚱해서 그런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내가 나이를 의식해서 지금 나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도 앞으로 뛰쳐 나가 한낮의 디스코 춤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즐거운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10분 정도 지나자 음악이 멈추고 모두들 자리로 돌아왔다. 한낮에 포도주 마시고 남녀가 어울려 디스코 춤추는 것을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에서는 허용하는가 보다. 다시 한번 이곳에서는 이슬람이 많이 세속화되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점심 식사 값은 각자 계산하였다. 남아공 부부, 비비안, 그리고 우리는 식당 앞에서 서로 남은 여정이 즐거운 여행이 되라고 기원하면서 헤어졌다. 내가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비비안에게 그날 오후는 함께 구경하자고 제안했을 텐데, 그러지는 못하였다. 돌이켜보니 그미와는 기차에서 3시간, 그리고 사마르칸트에 도착하여 2시간, 모두 5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그미와는 아쉽게도 사진 한 장만 찍고서 헤어졌다.

<그림6다> 비비안과 함께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레기스탄까지 생명탈핵 실크로드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코스는 병산이 결정하고 나는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레기스탄은 우지베키스탄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레기스탄은 우즈베키스탄은 물론 중앙아시아를 세계에 알리는 대표적 유적지이다.

레기스탄(Registan)은 페르시아어로서 모래라는 뜻의 레그(reg)와 땅이라는 뜻의 스탄(stan)이 결합해서 '모래의 땅'이라는 의미의 레기스탄이 된 것이다. 땅이라는 뜻의 페르시아어 stan 이 점점 의미가 확대되어 오늘날 영어에서 국가라는 단어의 state가 되었다고 한다. 레기스탄 광장은 아주 오랜 옛날에는 시냇물이 흐르던 곳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더 이상 물은 흐르지 않고 물이 멈춘 자리에 모래만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레기스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티무르 대왕의 시대에는 대왕의 명에 의해 시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왕의 손자로서 위대한 천문학자이면서 제국의 통치를 상속받은 울르그벡(Ulugbek)의 명에 의해 이슬람 신학교인 마드라사를 세우게 되면서 시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레기스탄이라 불리는 곳은 사마르칸트 외에도 부하라를 비롯한 페르시아 권역의 여러 도시에도 있다. 레기스탄은 도시의 중심으로서 시장 역할도 하고, 왕이 사신을 영접하거나, 중요한 재판이 열리기도 하고, 때로는 중죄인을 처형하거나 처형한 죄인의 목을 매달아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 광장은 현재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림6라> 레기스탄 광장

[무심거사]

비비안과 찍은 사진을 보고서 친구가 부러운 눈치로 제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늙어서까지 여복이 많다."
70평생을 돌이켜보면 저는 여복이라기보다는 여난(女難)에 시달린 것 같습니다.

[단풍나무]

사마르칸트 신부의 전통의상
https://bordersca.wordpress.com/2007/12/10/clothing-culture-in-samark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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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덜 시달리시기를.....

사마르칸트 여인
https://www.uzairways.com/en/news/samarkand-greets-first-flight-istan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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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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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 레기스탄광장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화려한 광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광장은 도시건축 관점에서 세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각기 다른 시기에 지어진 마드라사 즉 이슬람 고등교육기관인 3개의 대학이 광장의 3면을 에워싸고 있다는 점이다.

[단풍나무]

그 가운데 가장 먼저 건축된 것은 광장 서편에 자리한 울르그 벡 마드라사이다. 티므르대왕의 손자인 울르그 벡 왕이 1417-1420년 건립했다.
우리의 향교와 비슷한 공간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종교공간인 모스크, 교육공간 그리고 기숙사가 중정을 둘러싸고 있다.

울르그 벡 마드라사 1900년경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하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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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르그 벡 마드라사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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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군주로 불리는 울르그 벡왕(1393-1449)은 재위기간은 약2년으로 매우 짧았으나 흥미롭게 세종대왕(1397-1450)과 동시대를 살았다.
특히 수학과 천문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자신이 세운 마르라사 학자들과 함께 왕세자 시절에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원주율과 삼각함수 계산, 1년의 길이 측정 등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울르그 벡이 사마르칸트 총독시절 1424-1429년 건립한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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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르그 벡 천문대 내부: 당시 계산한 1년 길이는 현재의 수치와 58초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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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르그 벡 천문대 위성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