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9,1-20; 요한 6,52-59
+ 찬미 예수님
오늘은 4.19혁명 6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전역과 중앙로역 사이에 목척교라는 다리가 있는데요, 목척교 위에 4.19혁명 진원지 유래비가 있습니다. 1960년 3월 8일에 대전 시내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일어났던 3.8민주의거가 4.19혁명으로 이어졌기 때문인데요, 많은 분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어제 제1독서에서 에티오피아 내시는 필리포스에게 속성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았는데요, 오늘 바오로 사도는 단 두 마디,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그리고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 두 마디 말씀만 듣고 교리도 안 받고 세례를 받네요? 이 말씀이 부활하신 주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이 말씀은 커다란 충격이었는데요, 첫 번째 충격은 ‘나자렛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명기에 의하면 나무에 매달린 사람은 하느님의 저주를 받은 사람(신명 21,22-23; 갈라 3,3)인데, 그렇게 돌아가신 예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충격은 예수님께서, ‘당신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이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바오로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박해했는데, 예수님께서는 “왜 나를 박해하느냐?”라고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이 말씀은 바오로 사도의 교회론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교구 공동체 기도문에서 고백하는 바와 같이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머리이시고 우리는 지체인데, 이것이 바오로 사도의 신학이고요, 그 기초가 된 것이 오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지체인 우리와 한 몸을 이루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와 매우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에 대한 말씀을 매우 분명하게 하십니다. 구약성경에서 ‘살을 먹는다’는 표현은 매우 적대적 행위에 대한 은유(시편 27,2; 즈카 11,9)이고, 피를 마신다는 것은 율법이 엄격히 금지하는(창세 9,4; 레위 3,17; 신명 12,23),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말씀은 구약 성경의 다른 어떤 것을 암시하는 말씀이 아니라 예수님의 독창적인 말씀이고, 실제로 당신 자신을 먹으라는 말씀인데,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성체성사입니다. ‘살과 피’는 그 사람 전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는 성혈을 따로 영하지 않아도, 그리스도의 몸 전체인 성체를 영하면서 그 안에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우리에게 두 가지 약속을 하시는데요, 첫째 약속은 이렇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여기에서 영원한 생명은 두 가지를 의미하는데, 첫째, 지금 주어지는 영원한 생명이고, 둘째, 마지막 날에 우리를 다시 살리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예수님의 두 번째 약속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영원하신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기 때문에,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것은, 성자 안에 성부께서 머무르시고, 성부 안에 성자께서 머무르시는 것과 비견됩니다. 즉 이 머무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고, 어떠한 힘에 의해서도 취소되거나 분리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갈라티아서에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독서와 복음을 통해 매우 중요한 말씀을 직접 하십니다.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 그리고 당신께서 우리 안에 계시다는 것입니다. 정의의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옳은 일을 위해 박해받는 사람들과도 영원히 함께 계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영원한 머무름은 우리가 이제 거행할 성체성사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 실현됩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장 레스투 II(1692-1768), 하나니아스와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