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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팀의 계획에 따라 '(무주리조트 → 곤돌라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백암봉 → 횡경재 → 지봉(못봉) → 대봉 → 갈미봉 → 빼봉 → 빼재'의 14.2km, 7시간 코스를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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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德裕山]
높이: 1,614m
위치: 전북 무주군
덕유산은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장장 30여㎞에 뻗쳐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 능선의 길이만도 20㎞를 넘는 거대한 산이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는 북쪽의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유입된다. 설천까지의 28㎞ 계곡이 바로 「무주구천동」이다. 구천동계곡은 폭포, 담, 소, 기암절벽, 여울 등이 곳곳에 숨어 "구천동 33경"을 이룬다.
청량하기 그지없는 계곡과 장쾌한 능선, 전형적인 흙산의 아름다움, 그리고 넓은 산자락과 만만치 않은 높이를 갖고 있어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산 정상에는 주목과 철쭉, 원추리 군락지가 있어 봄, 가을 산행이 운치를 더한다.
덕유산은 철쭉 또한 아름답다. 특히 주 능선에는 철쭉이 산재하여 있어 "봄철 덕유산은 철쭉꽃밭에서 해가 떠 철쭉꽃밭에서 해가 진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북덕유 정상 향적봉에서 남덕유 육십령까지 20km가 넘는 등산로에 철쭉군락이 이어진다. 가장 화려한 곳은 덕유평전. 평평한 능선에 철쭉밭이 화원을 이루고 있다. 보통 6월 25일 전후 6월 5일경이 절정이다.
덕유산은 무주구천동을 끼고 있어 여름철에 주목받는 곳이지만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하다. 매우 다양하고 아름다운 단풍경승을 자아내는데 산속으로 안길수록 더욱 깊고 그윽한 맛을 풍긴다. 대표적인 코스는 구천동 33경을 보면서 북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 하지만이 코스는 단풍 절정기에 너무 많은 인파로 붐비는 게 흠이다.
조용하고 깊이 있게 단풍을 즐기려면 덕유산 제2의 고봉인 남덕유산이 좋다. 남덕유산 정상에 오르면 푸른빛의 구상나무와 어우러진 단풍이 한껏 멋을 풍긴다. 삿갓재에서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면 원통골. 원시림 지대여서 단풍이 더욱 찬란하다. 하류 쪽에 조성된 잣나무 단지의 푸른빛과 참나무들의 갖가지 단풍빛이 썩 잘 어울린다.
겨울의 덕유산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연상케 한다. 첩첩산중으로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들이 눈가루를 흩날리며 선경을 연출한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눈 때문에 겨울 산행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끄는 곳이다.
구천동계곡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다른 계절에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눈 쌓인 능선길을 올라 정상인 향적봉에 닿으면 눈옷을 입고 있는 철쭉군락과 주목, 구상나무숲이 보여주는 설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향적봉-중봉 구간에 있는 구상나무군락의 설화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인기 명산 [4위]
1~2월의 눈 산행과 10월의 단풍산행, 7월의 구천동 계곡 산행, 6월의 철쭉 산행 순으로 인기가 있다.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 전망대에 내리면 향적봉 정상까지 20 여분이면 오를 수 있어 겨울 설화산행 나들이 코스로 최근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향적봉에서 남덕유까지 17km의 장대한 산줄기를 이루고 있으며, 금강과 낙동강의 수원(水源)이고 국립공원으로 지정(1975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덕유산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30여km의 무주구천동계곡(茂朱九千洞溪谷)과 자연휴양림, 신라 흥덕왕 5년(830년) 무염 국사가 창건한 백련사(白蓮社) 등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토요산행은 백두대간 연결 산행 중 하나인 국립공원 덕유산 백암봉에서 신풍령(빼재)까지 달리기로 했다. 다른 산들이야 한번 가면 다시 가는 일이 없지만, 국립공원은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찾아다녀야 직성이 풀려, 덕유산 국립공원 중 미처 모르고 있던 미지의 구간을 탐방한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백암봉에서 시작하기 위해서는 백암봉까지 가는 구간은 어쩔 수 없는 중복이나, 국립공원은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는 기본 생각을 하고 있기에 다른 대간 구간과 달리 중복을 낭비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덕유산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해 설천봉까지 가는 비용에 깜짝 놀랐을 뿐이다. 그 구간 곤돌라는 많이 탔었는데, 당시에도 같은 가격이었나? 해서 산행기를 찾아보니, 유일한 가격 정보가 있는 2019년 12월 산행 때는 편도에 12,000원이었다[산행기]. 현재는 14,000원!
일기예보에 의하면 산행 당일인 토요일 10시부터 날이 활짝 개며 기온이 17도 정도를 유지하고, 바람이 초속 2m 정도라, 산행에는 적당해 보인다. 해서 준비는 특별한 거 없이 평소와 같이 한다. 다만, 날머리인 신풍령에 하산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아, 산행 속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식당이 없다면 일찍 내려와야 할 일이 없어 출발까지 멍때려야 해서, 가능하면 산행 마감 30분 전 도착이 좋고, 식당이 있다면 당연히 하산주를 위한 1시간 30분을 확보해야 하고. 지도에는 '덕유산 신풍령 휴게소'라고 있는데, 과연 영업할까? 혹시나 해서 '빼재 식당'으로 구글링해보니, 고갯마루에서 1.3km 아래에 '빼재약수터식당'이라고 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라, 산악회 산행 계획을 다시 확인했다. 날머리가 빼재(신풍령)가 아니라 '빼재약수터'주변이다! 고로 식당까지 내려가야 한다. 최소 1시간 이상의 하산주 시간을 확보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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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기상해 점심을 준비해서 집을 나선 시각이 5시 45분이다. 마을버스로 불광역으로 이동 후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약수역에 도착한 시각이 6시 18분으로, 버스 도착 시각 6시 35분까지는 17분의 여유가 있었어, 승차장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6시 30분경 10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 계단에 앉아 짐칸에 실을 짐과 들고 탈 짐을 분리한 후 덕유산 날씨를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분명 이틀 전 예보에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 14시부터 17시까지 시간당 2mm의 소나기가 내린다는 예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숏 스패츠와 우산을 들고 다니기는 하나, 이번 산행에는 사용할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예정된 출발 시각에 맞춰 버스가 도착했는데, 골목길을 가로막고 정차하는 바람에 막 골목길에서 빠져나오던 자가용이 경적을 빵빵거려, 버스의 짐칸에 배낭을 실을 여유가 없었다. 해서 모든 걸 들고 서둘러 버스에 탔고, 버스는 다음 정차 장인 강남역으로 바로 출발했다. 일단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기는 했으나, 앞에 둔 배낭 때문에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어, 그나마 오래 정차하는 죽전에서 재빨리 배낭을 짐칸에 두고 왔다. 와중에 양재에서 탔어야 할 승객이 시간을 맞추지 못해 죽전까지 다른 차를 타고 오는 일도 있었다. 약수에서 죽전까지가 이번 산행의 첫 번째 해프닝이다. 신갈까지 들린 버스는 거침없이 고속도로를 달렸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죽암 휴게소다.
볼일이 있는 건 아니나, 마스크 고리 때문에 귀가 아플 뿐만 아니라, 답답하기도 해, 버스에서 내려, 휴게소 한쪽에 있는 소공원 벤치에서 15분 동안 오가는 차와 승객을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 물론 마스크를 벗고. 언제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국립공원답게 백암봉에서 빼재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거 외에는 길을 혼동할 염려는 없고,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7시간으로 10시 도착 예정이라, 17시에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고 했다. 소요 시간 7시간에는 곤돌라 탑승 시간이 포함된 거다. 고로 실제 등산 거리인 14.3km는 곤돌라 탑승이 빨랐던 사람은 6시 30분 만에, 최악의 경우는 5시간 30분 만에 주파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로 내 기준에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 설천봉에서부터가 산행의 시작이다!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는 순간 등산화로 갈아 신고, 끈을 조인 후 소나기에 대비해 숏 스패츠를 착용했다. 우산은 이미 휴게소에서 보조 파우치에서 꺼내 배낭 옆 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 입고 있던 바람막이도 벗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배낭에 넣고, 바로 곤돌라 매표소로 갈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렇게 서두른 이유야 당연히 하산주를 위한 시간 확보 때문이다. 예정보다 2분 정도 늦은 10시 2분에 버스가 곤돌라 주차장 승차장에 도착하자, 대장은 마감 시각을 17시 10분으로 변경 공지했다. 이미 준비한 대로 매표소로 갔는데, 일행 중 서두른다고 서둔 나보다 빠른 사람이 두 명이 더 있었다. 10시 4분에 승차권을 사 승차장으로 가서 일반 승객 두 명, 일행 두 명 등 나를 포함 총 다섯 명이 같이 설천봉으로 향했다.
설천봉 종점으로 향하던 곤돌라는 목적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갑자기 서버렸다. 외줄에 매달려 달리던 관성에 의해 그네처럼 흔들리는 건 당연! 해서 말로 표현한 건 두 명의 여성 승객이나, 승객 중 리조트 직원을 뺀 나머지는 섬뜩함을 느꼈다. 그 승객으로 탄 직원의 말에 의하면 바로 출발할 거라고 했는데, 기분 나쁜 흔들림이 멈추고도 한참을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했다. 한 5분 정도 외줄에 매달려 흔들거리던 곤돌라가 아주 느린 속도로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할 때 제발 별일 없이 도착하기를 빌었음에도, 승차장을 코앞에 두고 다시 섰다. 물론 그 기분 나쁜 흔들림도 반복됐다. 차가 멈췄을 때 제일 먼저 본 게 아래까지의 높이다. 그런데, 최악의 경우 차가 떨어지는 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슬로프 옆 급경사를 따라 끝까지 굴러간다. 고로 평소 산신에게 열심히 공양한 사람만 살 수 있다. 그렇게 두 번의 가슴 졸이는 정차 후 10시 30분경에 승차장에 도착해 비로소 덕유산의 미지 구간을 탐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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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슬로프 정상에서 보이는 주변 경관을 감상 후 등산을 시작하기 위해 설천봉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가자, 입구에 파라솔을 펼쳐놓고, 무엇인가를 받는 사람이 보였다. 마치 코로나 시대 출입 기록 같은! 코로나 출입 기록 없어진 게 언젠데? 뭘 받고 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일단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돼서 작성하려고 보니, 탐방 접수다. 응? 예약하라는 산악회 공지를 보고 6월 9일 예약했는데? 해서 접수하고 있는 요원에게 예약했다고 하자, 예약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표시하는 거로 과정을 마쳤다. 예약할 당시 설천봉에서 향적봉에 올라가기 위해서도 예약해야 한다는 것에 약간 당황했었는데, 갈수록 그 지역을 확대할 거 같아, 고민이다. 그전에 국립공원 구석구석을 미리 훑어놓아야 탐방 예약해야 갈 수 있을 때 쿨하게 무시하고 국립공원이 아닌 다른 산을 돌아다니지! 어쨌든 이제는 등산방 정기산행으로 덕유산 눈꽃산행도 쉽지 않다.
주변의 경치와 남쪽으로 보이는 남덕유 쌍봉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감상하며 향적봉을 향해 올라, 10시 49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겨울이 아닌 계절에 여기에 올라온 건, 10여 년 전 가족여행으로 왔을 때 이후 처음이라는 걸 알았다. 해서 과거 기록을 뒤져보니, 2004년 9월, 가족여행 중 향적봉에 올랐다는 걸 확인했다. 2014년은 KTX가 운행을 시작한 해로, 얼마나 빠른지 확인하기 위해 결혼기념일에 맞춰 KTX를 이용해 2박 3일 남도 가족 여행 중 덕유산 리조트에서 1박하고 다음 날 향적봉에 올랐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많이 올랐으나, 그건 다 눈꽃 산행이자 심설 산행이었다.
설천봉에서 도착했을 때 이미 느끼고 있었던 바지만, 한여름이나 다름없는 날씨임에도 향적봉에는 등산객이 아닌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당연히 정상석 주변도. 인증꾼도 포함된 등산객은 인증을 위해 정상석 앞에 줄을 서 있지만, 관광객은 무시하고? 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인증 대상 교대를 위해 비어 있는 정상석을 차지한다. 나야 인증은 필요 없고, 인간이 없는 정상석 사진이 필요해 한마디 할까 하다가, 모르는 건 죄가 아니라는 생각에 사람이 있든 없든 정상석 사진을 찍은 후 미련 없이 향적봉을 떠났다. 물론 정상석을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는 걸 잊지 않고.
향적봉에서 남쪽으로 남덕유 쌍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보며, 좌로 꺾이는 능선을 찾았다. 그 꺾이는 봉우리가 백암봉으로, 오늘 우리 산행의 목표 능선이 시작하는 곳이다. 백암봉을 찾은 후 거기서부터 능선이 끝나는 지점까지 훑어보며, 산행 어려움 정도를 예측하고 산행 계획을 세웠다. 시작은 잔 기복과 귀봉, 지봉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도 보이나, 경향적으로 하산이라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끝부분의 뚝 떨어지다가 갑자기 솟은 봉우리가 이번 산행 최대의 난관으로 보였다. 그나마 다행은 곤돌라를 이용해 설천봉에 올라, 체력 소모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빼재약수터식당'에 3시 30분까지 도착하는 걸 목표로 삼았으니, 3km/h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에 보이는 백암봉을 향해갔다. 물론 그 전에 중봉을 거쳐야 하지만.
중봉을 향하며 덕유산에서 제일 유명한 주목을 찾으며 남진해 11시 2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상태가 이상하다, 녹색 잎이 거의 없고 앙상한 가지만 보인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간다는 주목인데, 천년을 살았으니, 다음 천년을 준비하는 건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 중봉으로 향하며 주변에 보이는 절경을 끊임없이 사진으로 남겼다. 설경의 모습도 절경이었지만, 짙은 녹색의 계절도 못지않은 절경이다. 11시 10분에 중봉 정상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여기서 오수자굴 방향으로 하산해 구천동 계곡으로 향하나, 오늘 산행의 목표는 백두대간 백암봉과 빼재를 연결하는 거라 중봉을 떠나 다음 봉우리인 백암봉으로 향했다.
왼쪽으로 보이는 빼재로 향하는 능선, 즉 백두대간을 보며 백암봉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헬기 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멀어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삿갓재 부근에서 호버링하다가 떠났다.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긴 줄을 늘어뜨린 게, 산불이나, 사고는 아닌 거 같고, 공사 자재를 운반한 건가? 헬기가 떠나는 걸 보고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29분에 백두대간 갈림길인 백암봉에 도착했다. 과거에는 이정표 기둥에 ‘백암봉’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지도의 "현위치"라는 거 외에는 여기가 어디라는 걸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대간꾼이 지나치지는 않겠지만. 그런데 다른 등산객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정상 주변을 서성거리는 게 점심을 해결하고 갈 생각인 거 같았다. 비록 햇볕은 따가우나, 군데군데 그늘이 있어 오가는 등산객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식당으로 괜찮았다. 점심시간이기도 했고.
그들을 뒤로하고 좌회전해 지금까지 익숙한 길을 떠나 초행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 초입부터가 지금까지의 등산로와는 판이하다. 잘 다듬어진 국립공원 등산로에서 평범한 등산로로. 초입에서 앞으로 가야 할 능선, 즉 백두대간의 전경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은 후, 보이는 거라곤 녹색이 유일한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갔다. 하산주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서둘러 점심을 먹기는 해야 할 거 같아,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북진하다가 11시 44분경 등산로 바로 옆에 대간꾼이 만든 거로 보이는 식당이 발견하고, 거기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모든 인적을 인멸하고 바로 도착한 팀에게 식당을 인계하고, 후식으로 오이 한 쪽을 먹으며, 11시 54분께 식당을 떠났다. 고로 점심 먹는데, 10분 정도 걸렸다.
식당을 떠나 어쩌다 숲을 벗어나, 가야 할 능선이 보이는 곳을 통과할 때는 사진으로 남기는 거 외에는 그저 녹색에 파묻혀 앞만 보고 가는 거 외에는 할 일이 없다. 그렇게 앞만 보고 북진해 12시 21분에 귀봉에 도착했다. 물론 정상석이 있을 리 없어, 등산 앱이 음성으로 알려주는 걸 듣고 귀봉임을 알았다. 다만, 정상석 대신에 이정표가 백암봉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정상석을 대신한 이정표를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녹색에 쌓인 길을 따라 북진하는데, 앞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게 한두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는 이 구간에서 등산객을 만날 거라곤 상상을 못 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등산로 한쪽 구석에 서서 지나는 걸 지켜보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백두대간을 북진한다면, 빼재에서 남진하는 팀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었다. 대신 그들이 서울에서 왔다면, 빼재에서 우리와 비슷한 시각인 10시에 출발했을 거고 12시 25분경에 만났으니, 남은 거리의 시간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백두대간 남진 팀 선두 그룹을 만났으니. 계속 전진하면, 주 그룹을 만날 거고, 마지막 한 명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면, 다른 등산객 볼 일은 없겠으나, 그 마지막을 어디서 만날지는 누구도 모르는 거다. 어쨌든 선두 그룹을 보내고 10분가량 가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귀봉을 지난 후 다음 목표를 횡경재로 삼아 가고 있는데, 송계사 갈림길이다. 재, 즉 고개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이상해 보이는 장소로, 이정표 주위에는 남진 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간식? 점심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해서 이정표만 사진으로 남기고 횡경재를 향해 갔다. 물론 이정표 옆에 있던 지도도! 다만, 지도를 찍기는 했는데, 현재 위치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매뉴얼을 보지는 않으나, 잘 보관하는 심리와 같은 거다. 그런데 지도를 확인했으면, 남은 산행이 더 쉬웠을까?
녹색의 지옥? 천국에 빠져 북진하는 동안 높은 산 음지에서는 빠질 수 없는 조리대 터널을 만났다. 통행에 불편을 주기는 하나, 그나마 조리대 키가 작아 얼굴을 보호할 필요는 없었고, 전날 비가 내리지 않아, 하체가 젖을 걱정도 없었다. 와중에 등산객이 의자나무라 부르는 걸 만나 그걸 사진으로 찍은 후 계속 전진하다가,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에 두 개의 봉우리가 나타났다. 저 뒤의 높은 봉우리가 ‘지봉’이고, 그럼 그 아래 고개가 ‘횡경재’라 결론짓고, 100여 미터를 더 가자, 이정표가 있는 이름 없는 고개다. 그 이정표가 횡경재는 남쪽으로 1.2km 거리에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고로 좀 전에 지나친 ‘송계사 갈림길’이 횡경재다! 지도를 자세히 보지 않은 스스로 자책해야 했다. 어쨌든 신풍령, 즉 빼재까지 남은 거리는 6.6km, 현재 시각 12시 50분! 남은 코스의 기복이 지금까지와 같다면, 3시까지 '빼재'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이정표를 떠나 헉헉대고 앞의 봉우리에 올라서니, 헬기장이다. 두 번째 봉우리가 지봉으로 예상치 못한 정상석이 있었다. 거기에는 내가 점심을 먹는 동안 추월했던 일행이 인증을 찍고, 막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가 떠나고 나서 정상석을 찍은 후 늘 그렇듯이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인증을 찍었다. 그리고 가야 할 능선을 바라보니, 앞에 봉우리가 있다. '대봉'일 거다. 인증을 남긴 후 바로 출발해, 이정표가 있는 무명의 고개를 지나, 대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향해 헉헉대고 오르는데, 기다란 무언가 빠른 속도로 등산로를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뱀이라 생각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그놈을 자세히 살펴보니, 도마뱀이다. 장지뱀인가? 뭐든. 뱀치고는 빠르다고 했다. 그런데, 그놈이 풀잎 밑에서 꼼짝을 안 한다. 자기가 보지 못하면, 다른 생명체도 자기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생각이라는 걸 하나?), 전형적인 꿩 머리 박기다. 해서 그 모습을 찍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 걸 확인하기 힘들기는 하다.
도마뱀을 뒤로하고 헉헉대며 봉우리를 오르는데, 쉽지 않다. 해서 잠깐씩 쉬면서 뒤로 돌아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지리산과 주변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면, 목표한 시간 내 도착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힘겹게 올라 1시 56분에 대봉 정상에 도착했다. 당연히 정상석과 지도 따위는 없다. 대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등산 앱의 음성 정보와 이정표에 누군가 써 놓은 글을 보고서다. 그리고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빼재까지는 3.6km가 남았다. 결과적으로 3km 오는데, 1시간 6분이 걸렸다. 산행 습관대로 하자면,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출발해야 하나, 배낭끈에 문제가 있어 배낭을 벗어 조치하고, 오이 한 쪽을 꺼내, 먹으면서 앞에 보이는 다음 봉우리를 향한 시각이 2시 정각이다.
빼재까지 남은 거리가 3.6km, 현재 시각 2시, 그럼 지금까지의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해도, 목표한 시간인 3시 30분까지 빼재에서 1.3km 아래에 있는 식당 도착은 약간 아슬아슬하다. 설천봉까지 곤돌라로 올라, 비축했던 체력을, 몇 개의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를 오르는 과정에서 다 소모했으나, 하산주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남아있던 체력을 쥐어짜며 북진해, 2시 22분에 언제의 유물인지 알 수 있는 "국립공원" 경계석이 있는 바위 봉우리에 도착했다. 당연히 무명인. 경계석 오른쪽은 국립공원, 왼쪽은 아니다. 그런데, 그 경계석이 서 있는 바위에 올라 앞을 보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대봉을 지나면, 갈미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는 건 알았으나, 생각보다 높아, 오르는 게 쉽지 않아 보여서다.
경계석이 있던 무명의 바위 봉우리를 떠나, 조금 올라가자 등산 앱이 음성으로 봉우리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갈미봉’이다. 힘들 걸 각오하고 왔는데, 3분밖에 걸리지 않아 놀랐다. 보기보다 가깝고 가파르지 않아서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정상석 때문이기도 하고. 누군가 여기까지 들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비록 시간에 쫓기고 있으나, 정상석이 있으니,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 몇 장을 찍었다. 그리고 정상석 옆의 이정표를 확인하니, 빼재가지 남은 거리는 2.6km다. 현재 시각 2시 29분! 식당까지는 3.9km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시간 만에 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부터는 하산길인데, 무언가 꺼림칙했다. 빼재까지 2.6km면, 봉우리가 적어도 3개는 있어야 대한민국이 산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기를 빌며 이 구간에서 처음 보는 안전시설이 있는 급경사를 내려갔다.
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지는 등산로, 백두대간을 따라, 20여 분을 가자 누군가 쉬고 있는 쉼터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신풍령 쉼터"고 쉬고 있는 사람은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반바지, 반소매 차림의 같은 산악회 일행인데, 쉰다기보다는 반바지 덕에 여기저기 상처 난 다리에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그 쉼터를 지나쳐, 제발 마지막 깔딱이기를 빌면 앞에 있는 봉우리로 향해 정상이 가까워지자, 등산 앱이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응, 이름이 있는 봉우리? 지도에는 없는데? 해서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하니, 빼재 정상인 '빼봉'이란다. 해서 혹시나 정상석이 있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상석이 있을 만한 바위 위를 보고 깜짝 놀라 한 발짝 물러났다. 똬리를 틀고 광합성하고 있는 살무사(殺母蛇)다!
분명 눈을 뜨고 날 보고 있음에도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미동도 안 하고 광합성만 즐기고 있다. '이놈을 건드려 움직이는 동영상을 찍을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각자의 갈 길을 가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따라오는 20여 명의 대간꾼이 떠올랐다. 분명 놀랄 텐데, 먼저 발견한 내가 치워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이 산의 주인을 객이 놀랄까 봐 치웠다가는 산신이 노할 거 같아, 무시하고 10여 미터 북진하자, 빼재까지 1km가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였다. 현재 시각 3시 4분. 1km면 최소 봉우리 하나는 넘어야 한다. 고로 30분 이내에 2.3m 거리에 있는 식당 도착은 틀렸다. 해서, 10분을 추가해 40분까지 도착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빼재로 향했다. 역시 예상대로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자, 송전탑이 나타났고, 그 옆으로 관리용 도로가 있었다. 그 임도를 따라가자, 시멘트 포장도로와 만났다.
그 임도 끝에는 쉼터와 지도가 있었다. 빼재다! 현재 시각 3시 23분! 일단 빼재(신풍령)로 나와 표지석을 찾아봤다. 여전히 거기에 잘 있었다. 지난 2020년 12월 12일 무박으로 흥수와 둘이 빼재에서 부항령까지 달릴 때[산행기] 방문 후 두 번째다. 고개에는 트럭 한 대가 정차해 있고, 그 옆에 기사가 쉬고 있었다. 해서 아는 길도 물어가라고, 무주 방향을 가리키며, 빼재약수터로 가려면 그 방향으로 가면 되는지 물었다. 예상한 답을 듣고, 가려고 보니, 길이 막혀 있다. 작년 12월 산행 때, 버스가 빼재로 올라오다가, 도로가 무너진 곳에서 내려 고갯마루까지 걸어 올라왔었다. 해서 예상하지 못한 체력 소모와 거리의 증가가 있었고. 그런데, 아직도 차단 중인 걸 보면 도로 정비가 끝나지 않은 거 같아, 그 기사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오랜만의 방문이라 잘 모른다고. 그럼, 하산주를 위해 버스를 ‘빼재약수터식당’에 대기시킨 게 아니라, 빼재까지 올라올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럼 그렇지, 궁금증 하나가 해소됐다.
그 차단벽을 넘어 식당을 향한 시각이 3시 25분이다. 변경된 목표나마 달성하려면, 1.3km를 15분 만에 가야 한다. 해서 서둘러 빼재 터널을 지나며 유심히 살펴보니,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뚫은 게 아니라, 산을 자르고 도로를 만든 후 생태 다리를 놓은 거였다. 말인즉 터널처럼 보이나, 다리다. 그럼 백두대간도 그 위를 지나야 하는데, 왜 아래로 돌렸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빠른 속도로 식당을 향해 가는데, 저 앞에 포장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도로가 있다. 무너졌던 곳으로 정비가 끝났다. 그런데 왜, 아직도 차단하고 있을까? 아, 무너진 곳이 아래에 한 곳 더 있다. 그곳은 아직 정비 중일 거라고 멋대로 판단하고 내려가는데, 앞에 또 포장한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도로다! 모든 게 완벽한데, 통행을 재개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직 차량 통행을 재개하지 않은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해 보기 위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거다!” 하는 게 떠오르지 않은 상태로 10분가량 내려가자 차단봉이 가로막고 있다. 터널 전 차단벽은 거창에서 설치한 거고, 앞에 있는 차단봉은 무주에서 설치한 거다. 머리를 굴려봐야 답을 찾을 수 없는 건, 더 고민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차량 통행을 왜 재개하지 않았는가?’는 머리에서 깔끔히 삭제하고, '덕유산 유아숲체험원' 입구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자, 저 아래로 지붕이 보인다. 식당일 확률이 높다. 현재 시각 3시 41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어쨌든 신이 나서 빠르게 접근해 보니, 식당 메뉴가 적힌 광고판과 익숙한 버스가 주차해 있는 게 보였다. 날머리인 ‘빼재약수터’에 도착했다. 그때가 3시 42분으로 본인의 산행 종료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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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산행 마감인 5시 10분까지는 아직 1시간 28분이 남았으니, 1시간 20분 동안 하산주를 마시고, 마감 8분 전에 버스에 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메뉴를 보며 안주와 술의 종류를 결정하려고 하는데, 식당의 분위기가 너무 썰렁하다. 그거야 내가 선두면 당연한 거라, 식당 밖 의자에 앉아서 광합성하고 있는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에게 영업 중인지 물었다. 그런데 이 무슨 청천벽력인지, 영업을 안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읽고 그 주인장만 쳐다보다가 터벅터벅 버스가 서있는 약수터 주차장으로 갔다. 이게 이번 산행의 두 번째 해프닝이다. 주차장 쉼터의 긴 의자 두 개에는 나보다 2~3분 빠르게 도착한 걸로 보이는 대간꾼과 버스 기사가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아무런 짐이 없는 기사가 앉은 의자 한쪽에 궁둥이를 붙였다. 그리고 혼잣말로 "식당이 영업을 안 하니, 1시간 반 동안 뭐하지?", 하자, 기사가 되묻는다. 그걸로 봐서 앞선 대간꾼은 하산주에 관심이 없는 듯.
일단 배낭을 벗어 두고 약수터로 가 시원한 물을 마음껏 들이켠 후 버스로 가서 패드와 슬리퍼를 들고나왔다. 그리고 스패츠와 등산화, 양말을 벗고 슬리퍼를 갈아 신었다. 이후 패드로 혹시 주변에 다른 식당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는데, 없다. 이제는 다른 대간꾼이 일찍 도착해 예정보다 빨리 서울로 출발하기만 바랄 뿐이다. 4시가 넘어가자 하나둘 대간꾼이 도착하기 시작했고, 도착 후 공통된 일성이 "식당이 안 한다!"는 것이다. 와중에 마을 주민이 집에서 뒹굴고 있는 모든 통이란 통은 다 들고 약수를 받으러 오는 바람에 제대로 씻지도 못해 나중에 도착한 등산개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식 마감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5시경에도 아직 십여 명이 도착하지 않고, 대장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전화만 줄기차게 했다. 대장은 이르면 마감 한 시간 반 전부터 도착해 기다린 등산객이 있는 걸 잘 알아, 출발을 기다리는 승객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마감 5분 전인 5시 5분에 버스가 방향을 바꾸는 걸 멀리서 보고 4명의 승객이 뛰어내려왔다. 그들은 버스가 떠난다고 여겼을 거다. 그리고 마감 시각인 5시 10분까지 도착하지 않은 승객은 최종 7명으로 대장의 말에 따르면 그중 4명은 거의 다 와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곳으로 하산해 버스가 가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고, 젊은 친구 한 명은 아예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 같이 갈 방법이 없어, 포기! 그리고 젊은 여성 두 명은 빼재에서 내려오는 중인데, 부상으로 시간이 걸리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게 대장의 요청이다. 그 두 여성이 도착한 5시 35분경에 버스는 서울로 출발할 수 있었다. 물론 가는 길목에서 승객 4명을 더 태우고. 세 번째 해프닝이다.
빼재 약수터를 출발한 버스는 허가된 최고의 속도를 달려 서울로 향하는데, 신탄진을 지나도 휴게소에 들릴 생각이 없어 보여, 속으로 출발이 늦었으니, 휴게소는 건너뛸 모양이구나 하고 기뻐하고 있는데, 청주휴게소를 들어간다. 휴게소로 들어간 것도 짜증 나는데, 평소 10분 주는 휴식을 15분을 준다. 5분으로 줄여도 시원찮은 상황에, 당연히 마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하산주를 마시지 못해 신경이 날카로워 뭐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배도 고프니, 라면이나 먹고 가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식당이 또 말썽이다. 버스 출발 4분 전에 라면을 준다. 이론적으로 10분 동안 라면을 끓인 거다. 내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주문 5분 후에 라면을 올린 결과다. 오늘 되는 일이 없다! 그렇게 라면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버스로 향해 출발 시각에 맞춰 탔으나, 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와중에 아직 안 온 승객이 3명이다.
예정보다 2분 늦게 출발한 버스는 신갈과 죽전에 승객을 내려주고, 계속 달려 양재에 도착했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짐을 싸서 내린다. 원래 종착지인 동대문까지 가는데. 다시 버스가 출발하자, 누군가 버스를 두들기고 뭐라고 하는 거 같은데, 기사는 못 들었는지, 그냥 간다. 나도 뭐 별일 있겠냐 하고 잊어버렸는데, 기사에게 전화가 오고 버스가 섰다. 이유인즉 양재에서 짐칸에 있는 배낭을 꺼내기 전에 버스가 출발한 거다. 해서 대장과 배낭을 꺼내야 할 승객이 달려와 그 승객은 배낭을 꺼내 갈 길을 갔고, 대장은 다시 버스에 탔다. 애초 양재에서 대간꾼 몇과 하산주할 예정이었는데, 다시 양재로 돌아가기가 귀찮아, 하산주를 포기하는 느낌이다. 어쨌든 다시 달린 버스가 약수역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해 9시 25분경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재빨리 씻고 한 맺힌 하산주를 마시는 거로 산행을 제외한 모든 게 어설픈 해프닝인 덕유산 국립공원 백암봉, 빼재 코스 탐험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팀의 계획대로 '((무주리조트 → 곤돌라 →) 설천봉 → 향적봉 → 중봉 →) 백암봉 → 귀봉 → 횡경재 → 헬기장 → 지봉(못봉) → 대봉 → 갈미봉 → 빼봉 → 빼재 (→ 빼재 약수터)'의 15.6km(트랭글/곤돌라 구간 제외), 5시간 10분(곤돌라 30분 제외) 동안 백두대간 덕유산 국립공원 백암봉~빼재(신풍령) 구간을 달렸다. 백두대간 11km, 접속 4.5km! 이동 5시간 6분, 휴식 4분!
이번 백두대간 연결로 주촌마을부터 부항령까지 하나로 이어졌다.
덕유산 국립공원 끝인 남덕유 쌍봉을 뚜렷이 감상하고, 희미하게 지리산까지 볼 수 좋았다.
덕유산 국립공원의 안성지구인 칠연계곡 코스만 탐방하면 당분간 덕유산에 갈 일이 없을 거 같다.
소나기가 내린다고 해서 우산을 들고 갔으나, 비는 구경도 못하는 등 진정한 산행을 제외한 모든 게 어설픈 해프닝의 연속인 보기 드물게 되는 게 없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