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내 느낌, 생각,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다. 생각의 바람이 요동칠 때 지나가길 잠잠히 기다려라.
- 끝없이 환경과 다른 사람이 나를 불행하게 하고 괴롭게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어려서는 알콜중독인
아버지가 매일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할 때 저런 아버지라면 차라리 없는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술병이 심해져 간경화증으로 술을 끊고 투병하게 되었을 때,
아버지에 대해 그런 마음을 품었던 것이 너무나 죄스럽고 부끄러워서 어머니가 민간요법으로 아버지 병에
좋다고 하신 지렁이를 매일 학교 끝나고 오면 산과 논밭이 있던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한 남비씩 잡아
몇번이고 씻어내어 약을 다려드리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중1 여름까지 돌아가실 때까지 했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한 때 그런 생각을 품었던 저를 저 자신은 용서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버지를 여의
고 나니, 매일 술에 절어있던 아비가 그리울 만큼 위축되고 허했습니다.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는 부모님과 함께
온가족이 예배드리는 이들을 보면서 아버지의 부재가 더욱 한탄스럽고, 나 혼자 믿는 것이 슬프고, 나 혼자 구원
받고 천국간들 그게 무엇이 좋을까 하는 허무함이 더욱 깊게 몰려오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두살 위 선배를 통해
고교시절 박노해 등의 글을 읽으면서, 평생 과일도매시장에서 일용노동자로 새벽노동을 해온 어머니의 신산한 삶
에 대해 사회체제가 문제라는 의식을 갖게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막연하게 신세타령, 팔자타령에서 자본주의 사회
체계에 대한 분노와 탓하는 마음이 강렬하게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사회 비판적인 책들을 주로 읽고, 신앙서적은
대장간 출판사에서 나온 교회개혁 관련 책들을 주로 읽으면서 자연스레 사회개혁, 교회개혁에 대한 생각이 강고해
졌는데, 그러면서 현실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깊어졌습니다. 내 개인의 불행, 한국전쟁 참전 군인으로 큰 부상을
당해 전쟁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당하면서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그 화풀이를 하며 인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불행,
노동자로 성실히 살지만 일용노동자 신분으로 만들어서 일체의 복지와 처우 개선이 없는채 수십년 노동착취를
당한 어머니의 불행, 그 모든 것을 역사와 사회에 대한 책을 읽어가면서 제 마음속에 탓하는 사고 방식이 더욱
강고해 졌습니다.
이런식으로 수십년을 비판적인 책을 주로 읽고 탓하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누구때문에 무엇때문에 내가 힘들다
라는 식으로 불평불만이 가득했습니다. 마음에 평안이 없고 늘 요동치고 불쑥불쑥 울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스스로를 올무로 묶어두고, 스스로를 구속하여 마음의 감옥에 가두는 삶을 그동안 살아왔구나 싶습니다. 내가 나의
죄를 용서못하고, 그러니 타인도 용서못하고, 환경도 탓하기만 합니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화가 이글이글
타고 있어서 누구라도 빌미만 제공하면 금새 폭발하는 활화산으로 위태위태하게 살고 있구나 싶습니다.
토요일 저녁마다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한주간의 삶과 각자 묵상한 말씀 본문을 가지고 나눔을
하는데, 어제 아내는 제가 마음공부를 시작하고 난 후로 한결 평안해 진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약효가 7주간의
마음공부 기간이 끝나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돌아가면서 기도를 드리는데 중2 아들이 '지금
이시간이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는데 참 공감이 되었습니다. 한주간 일터에서 가정에서 힘들었던 것, 공부
하며 깨달은 것을 서로 나누고 듣고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고, 또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함께 중보기도할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문득 제가 제 아이들 나이었을 때 느꼈던
그 불안과 공포와 죄책감의 긴 통로 너머에 주님께서 이런 시간을 예비하고 계셨다는 것에 또한 깊은 감사와
해원을 느낍니다. 제 속의 억울함, 원통함이 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또 제 마음속에 무슨 풍파가 몰아치더라도, 또 누가 무슨 사건이 나를 요동치게 하더라도 잠잠히 그런 저의
생각, 마음, 느낌을 바라봐주고, 다독여주고, 바람이 지나갈 시간을 기다려주겠습니다. 그런 훈련을 구체적인
일상의 사건속에서 해나가겠습니다.
부서의 학폭 담당 교사는 여전히 조사 보고서의 학생 이름을 여러번 다른 이름을 쓴다거나, 피해자인데 가해자
칸에 쓴다거나 등등 오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결재하면서 차근 차근 수정할 부분을 알려주고 '요즘 너무 학폭
사안이 많아서 애써요. 힘내세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말처럼 저는 그를 그렇게 생각하겠다는 선언처럼 제
자신에게도 해주는 말이었습니다. 그가 너무 애쓰고 있다고, 그러다가 나오는 실수라고, 그것을 바로잡아주고
격려하는 것이 내가 할일이라고 저 자신을 타이르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 그렇게 말하니 그렇게
생각되고, 그렇게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고, 문서는 다시 잘 수정되어 결재했습니다. 감정에 휘둘려 타인을 탓하고
일을 망치고 내 마음속은 지옥밭이 되는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자유고 구원이구나 하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 약효가 7주로 끝나지 않도록 마음공부를 연습해가겠습니다.
첫댓글
학폭 담당 교사에게 해주신 말, "요즘 너무 학폭 사안이 많아서 애써요. 힘내세요"
이 말은 참으로 선기님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지요?
그동안 많은 폭력과 어려움 속에서 오랫동안 많이 애쓰셨지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한 분투들,
그리고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던 한 때 생각에 대한 견디기 힘든 자책과 죄책감,
어머니의 고생과 어려움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무력감 등...
선기님도 너무 많은 인생의 사안 속에서 참으로 애쓰며 사셨네요...
너무 수고 많으셨고 잘 견뎌오셨습니다.
여러 실수와 모자람 속에서도 해를 입지 않고 잘 지내셨네요
그래서 오늘날 한 가정 속에서 살아가시고
선기님 같은 사람들을 더욱 이해하게 되어 가네요.
(학생들도 작은 선기들 입니다.)
너무 애쓰셨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선기님 자신을 많이 긍정해주시고,
서툴고 어찌할 줄 몰라 당황했던 자신을 많이 이해해주세요.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진심으로 그 때마다 자신에게 얘기해주세요
"이런 저런 사안이 많아서 애썼어.. 잘했어.. 좀 서툴 수 있지만 잘 하고 있다... 힘내라~ 괜찮아"
오래전부터 너무너무 듣고 싶었던 하늘의 소리입니다.
선기님은 그리스도의 보혈로 이미 용서 받았고 긍정 받았고 의롭다 인정 받은 사람입니다.
이것이 참나 입니다. 옛나(거짓나)는 지나갔습니다.
과거 어떤 일도 지금의 참나를 물들이지 못합니다.
늘 무슨 독을 마셔도 해를 입지 않는 참나
낮의 해와 밤의 달이 전혀 해지 못하는 참나
여호와는 나의 목자사니 부족함이 전혀 없는 참나로 사시면 됩니다. 그게 다에요.
더 우리가 애쓸 것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부족한 그대로 사셔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