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선재동자는 선견 비구의 가르침을 받고
기억하고 외우며 생각하고 익혀서 분명하게 결정하였으며 그 법문에 깨달아 들어가고,
하늘·용·야차·건달바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소문난 나라로 향하면서
자재주 동자를 두루 찾았다.
이 때 하늘·용·건달바들이 공중에서 선재에게 말하기를
“선남자여, 이 동자는 지금 물가에 있느니라”고 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그곳에 나아가 이 동자를 보니,
십천 동자에게 둘러싸여 모래를 모아 장난하고 있었다.
선재는 그 발에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한 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오니
원컨대 말씀하여 주소서.”
자재주 동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옛날에 문수사리동자에게서 서법(書法)·산수법[數法]·
인법(印法) 등의 법을 배워서 온갖 공교한 신통과 지혜의 법문에 들어갔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법문을 인하여
세간의 서법·산수법·인법·계(界)·처(處) 등의 법을 알았으며,
또 풍병·간질·조갈·헛것 들리는 모든 병을 치료하며,
또 성시·마을·동산·누각·궁전·가옥들을 세우기도 하고,
갖가지 약을 만들기도 하고, 전장·농사·장사하는 직업을 경영하기도 하며,
짓고 버리고 나아가고 물러가는 일에 모두 적당하게 하였으며,
또 중생들의 모습을 잘 분별하여,
선을 짓고 악을 지어 착한 길에 태어나고 나쁜 길에 태어날 것을 알며,
이 사람은 성문의 법을 얻고 이 사람은 연각의 법을 얻고
이 사람은 온갖 지혜에 들어가는 일들을 다 잘 알고,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배우도록 하며,
증장하고 결정하여 끝까지 청정케 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또 보살의 계산하는 법을 알았으니
일백 락차(洛叉)가 한 구지(俱)요, 구지씩 구지가 한 아유다(阿庾多)요,
아유다씩 아유다가 한 나유타(那由他)요, 나유타씩 나유타가 한 빈바라(頻婆羅)요,
빈바라씩 빈바라가 한 긍갈라(矜羯羅)요,(자세히 말하고) 내지
우발라(優鉢羅)씩 우발라가 한 파두마(波頭摩)요,
파두마씩 파두마가 한 아승기[僧祇]요, 아승기씩 아승기가 한 취(趣)요,
취씩 취가 한 비유[諭]요, 비유씩 비유가 한 무수(無數)니라.
무수씩 무수가 한 무수 곱이요, 무수 곱씩 무수 곱이 한 한량없음이요,
한량없음씩 한량없음이 한 한량없음 곱이요,
한량없음 곱씩 한량없음 곱이 한 그지없음이요,
그지없음씩 그지없음이 한 그지없음 곱이요,
그지없음 곱씩 그지없음 곱이 한 같을 이 없음이요,
같을 이 없음씩 같을 이 없음이 한 같을 이 없음 곱이요,
같을 이 없음 곱씩 같을 이 없음 곱이 한 셀 수 없음입니다.
셀 수 없음씩 셀 수 없음이 한 셀 수 없는 곱이요,
셀 수 없음 곱씩 셀 수 없음 곱이 한 일컬을 수 없음이요,
일컬을 수 없음씩 일컬을 수 없음이 한 일컬을 수 없음 곱이요,
일컬을 수 없음 곱씩 일컬을 수 없음 곱이 한 생각할 수 없음이요,
생각할 수 없음씩 생각할 수 없음이 한 생각할 수 없음 곱이요,
생각할 수 없음 곱씩 생각할 수 없음 곱이 한 헤아릴 수 없음이요,
헤아릴 수 없음씩 헤아릴 수 없음이 한 헤아릴 수 없음 곱이요,
헤아릴 수 없음 곱씩 헤아릴 수 없음 곱이 한 말할 수 없음이니라.
말할 수 없음씩 말할 수 없음이 한 말할 수 없음 곱이요,
말할 수 없음 곱씩 말할 수 없음 곱이 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음이요,
이것을 또 말할 수 없이 곱한 것이 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음 곱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의 산수하는 법으로
한량없는 유순의 광대한 모래 더미를 계산하여 그 안에 있는 알맹이 수효를 다 알고,
또 동방에 있는 모든 세계의 가지가지 차별과 차례로 머물러 있음을 계산하여 알며,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하방도 그와 같이 알고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의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것과 이름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겁의 이름·모든 부처님 이름·모든 법의 이름·모든 중생의 이름·
모든 업의 이름·모든 보살의 이름·모든 진리의 이름을 다 분명히 아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공교한 큰 신통과 지혜의 광명 법문만을 알거니와,
저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의 수효를 알며, 모든 법의 종류와 수효도 알고,
모든 법의 차별한 수효를 알고, 모든 삼세 수효를 알고, 모든 중생 이름의 수효를 알고,
모든 법 이름의 수효를 알고 모든 여래의 수를 알고, 모든 부처님의 이름의 수를 알고,
모든 보살의 수를 알고, 모든 보살 이름의 수를 아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며 그 수행을 보이며 그 경계를 드러내며
그 훌륭한 힘을 말하며, 그 좋아함을 말하며 그 도를 돕는 것을 말하며,
그 큰 원을 나타내며 그 묘한 행을 찬탄하며 그 바라밀을 열어 보이며
그 청정함을 연설하며 그 훌륭한 지혜의 광명을 드러내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큰 성이 있으니 이름이 바다에 머무름[海住]이요,
거기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구족(具足)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가라고 물으라.”
이 때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며
기쁘고 뛰놀아 희유하게 믿고 좋아하는 마음을 얻었고,
널리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마음을 성취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차례를 분명히 보고,
깊은 지혜와 청정한 법륜을 다 통달하였으며,
모든 길에 몸을 나타내고 삼세가 평등한 경계를 잘 알며,
다하지 않은 공덕의 바다를 내고 큰 지혜의 자재한 광명을 놓으며
세 세계[三有]의 성에 감긴 쇠통을 열고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