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밀로스 풀빌라'로 놀러 오세요 / 박명숙
산으로 막힌 곳에 살다 보니 앞이 확 트인 쪽빛 바다가 마냥 좋다.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으면 바닷가에 서서 먼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요동하던 복잡하고 좁은 마음이 다시 넓어지고 잔잔해진다.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그래서, 생각이 많아지거나 특별한 날에 바닷바람을 쐬러 무작정 간다.
42년 지기가 이렇게 좋은 곳에 산다. 중학교 다니면서 만나 결혼 후에도 계속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단짝이다. 우리는 신앙 한 가지만 같고, 서로 다른 데가 너무 많은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게 신기할 뿐이다. 그녀는 성격이 화끈하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담대하여 걱정이 별로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천하태평이다. 대단한 믿음이다. 그와 반대로 난 겁이 많다. 미리 염려가 돼 중요한 일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성격이다. 우화에 우산과 부채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 오는 날, 맑은 날 둘 다 걱정하듯이 근심을 사서 하는 사람이다.
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사는 친구와 달리 먼저 전화하는 쪽은 언제나 나다. 몇 개월 동안 뜸하여 “궁금하지도 않았니?” 하면 친구는 “이 사람아, 무소식이 희소식인 거 몰라?. 꼭 말해야 아니?”라며 껄껄 웃고 만다. 참 간단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보고 싶은 내가 항상 만나자고 한다. 무관심이 아니란 걸 잘 알아서 연락이 없어도 전혀 서운해하지 않는 사이다.
얼마 전 그녀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여수에 내려와서 살 때는 정이 가지 않아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단다.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니 사람 관계가 제일 힘들어서 가슴이 답답할 때 남편과 해변가를 한 바퀴 돌며 진정시킨다고 했다. 이래서 바다가 좋은가 보다. 인부(人夫)가 다음 날 현장에 가기로 이름까지 올려 약속해 놓고 술에 취해 아침에서야 일하러 나오지 못하겠다 하고, 안 나와서 전화하면 연락이 안 되기도 하고, 몰래 가방에 술병을 담아서 소개해준 업체에 들어가 점심 반주(飯酒)로 마시다가 들켜 쫓겨나는 등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단다. 이런 고충을 속으로 삭이며 한 번도 털어놓지 않던 친구다. 속상해도 금방 털고 다시 일어나는 그녀였는데 사람에게 배신을 수없이 당하다 보니 나이 들어서는 조용히 살고 싶더란다. 그래서, 바닷가에 집 한 채 짓고 살면 좋을 땅이 눈에 들어와서 덜컥 사 버렸단다.
그렇게 마련해 둔, 코앞에 바다가 펼쳐진 곳에 최근 펜션을 네 채나 지었다. 항상 긍정적인 그 친구답게 거뜬히 해냈다. 아들과 딸이 취업이 어려워서 일자리 마련해줄 겸 생각 끝에 시작한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배경이 좋은 땅에 지은 멋진 펜션의 주인이 됐다. 날마다 바다를 벗 삼아 지내는 그녀가 잠깐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안 해본 일을 감당할 만한 개척정신이 없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오히려 그 친구의 사업이 잘되길 응원하고, 주변 사람에게 ‘여수 밀로스 풀빌라’를 홍보하는 게 내겐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성격대로 친구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주변 사람에게 펜션을 소문내기에 벌써 바쁘다.
얼마 전에 서울에 사는 친구를 데리고 펜션에 놀러 갔다. 개업을 축하하는 덕담을 나누며 둘러봤다. 1층 실내에 수영장과 단체 모임 공간으로 넓은 객실이 있고, 2층에는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침실이 있다. 바깥으로 나오니 바다를 보며 종일 멍때리고 있어도 방해받지 않을 장소에 안락한 쿠션도 준비해 뒀다.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갈 수 있게 구석구석 신경 써서 꾸며 놓아 그저 감탄사만 나왔다. 서울 친구도 지인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며 부지런히 사진으로 남겼다. 고구마 줄기처럼 손님을 주렁주렁 끌고 오면 좋겠다.
특별한 날에 찾았던 바다, 이제는 친구가 있어 가고 싶은 집이 됐다. 정겨운 그곳을 생각하면 늘 설렌다.
첫댓글 기회가 닿으면 '여수 밀로스 풀빌라'로 놀러 가야 겠네요.
그곳을 잘 그려 주셔서 펜션이 보이는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글쓰기반에 소개했다하니 친구가 아주 좋아했습니다.
여수 갈 놀러가게 되면 꼭 가 볼게요.
개척정신이 뛰어난 친구가 곁에 계셔서 늘 활기차겠네요.
고맙습니다. 서로 좋은 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지내는 친구가 있어 행복합니다.
기억 하겠습니다. 밀로스 풀빌라.
고맙습니다.
아고 친구가 좋긴 좋네요.
네, 가까이 사니 더 자주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검색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여수에 펜션이 아주 많거든요. 근데 친구거만 눈에 들어오네요하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주변에 소개할게요.
관심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좋은 친구가 사는 곳이라 정겹네요. 기억하고 있다가 주변에 알려야겠어요.
관심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겹다'란 말 좋습니다. 하나 배웠습니다.
우리 글쓰기반 동무들끼리 한 번 갈까요?
친구가 홍보했으니 좀 깎아 주겠지요? 하하.
여수 풀빌라면 하룻밤에 50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네, 당연히 깎아줄 겁니다.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