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11월 19일에 열린 괴산MTB대회 참가 후기입니다.
이제 남쪽 먼 곳에 대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2017년도 협회나 연맹에서 진행하는 메이저대회의 마지막입니다.
며칠 전 발표된 배번을 봅니다.
그리고 이름을 스캔한 후에 올해 다른 대회 성적들을 봅니다.
물론 다른 고수들도 있겠지만..
일단은 2명의 선수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보다 대회기록이 무려 5분이상 앞서는 선수들입니다.
마지막 증평에서는 거의 30초 차이로 당겼지만..
이제 대회 당일 날씨 예보를 봅니다..
대회가 공지되었을 때 춥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영하 9도까지 떨어진다는 예보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일단 대회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거 우선입니다만
추운날씨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겨울용품도 써야합니다.
경쟁을 위해서 바지는 주 관절인 무릅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 겨울바지 잘라서 쓰고
추위 때문에 종아리는 보온토씨 사용하기로 합니다.
방한용 버프, 방한용 핼멧내피, 상의는 기모상의포함 3겹...
신발은 여름카본신발에 포장용 뾱뾱이로 싸고 핫팩넣고.. 슈커버로 다시 싸고..
장갑은 스키장에서 쓰는 벙어리 보드용장갑..
이렇게 계획을 세웁니다.
자전거는 고단에서 체인 넘는 현상 장력볼트조여서 해결하고..
바람이 약간씩 빠지는 거는 튜브리스액 주사기에 담아서 펑크예방주사? 놓고..
프레임에 파워젤 4개 붙이고..
준비를 마칩니다.
19일 일요일 새벽 6시 30분 서산을 출발합니다.
마운틴님, 길따라님, 타이거님, 슈렉~ 이렇게 정답게..
괴산에 도착하니 영하 7도를 나타냅니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배번 달고 라이딩을 준비합니다.
출발선에 가니 “건타임”이라서 심판이 까다롭게 체크합니다.
“건타임”은 결승선 통과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답니다.
따라서 출발이 같아야만 공정한 경기가 된답니다.
이제 출발입니다.
오토바이 심판 뒤를 따라서 괴산읍 번화가를 통과하며 느릿하게 진행합니다.
임도 업힐이 나오면서 코스가 개방되었습니다.
다들 빠른 속도로 올라갑니다.
연신 댄싱으로 힘차게 올라가는 선수들 5명 정도가 앞서가고,
저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첫 번째 가파른 업힐이 마무리될 무렵에 수준이 맞춰진 듯..
뒤에서의 추월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젠 더워서 앞 지퍼를 약간 열고.. 버프도 완전히 내리고 질주를 시작합니다.
두 번째 업힐에서 763번 선수를 추월해 갑니다만.
3번째 업힐에서 다시 추월당하면서 경쟁이 시작됩니다.
뒤에 붙어서 배번의 이름을 봅니다.
어렴풋이 보이는데.. 예상대로 서상우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데.. 상대선수지만 정말 잘 달립니다.
속으로 ‘죽더라도 꼭 이기고 죽는다!!’ 라고 마인드컨트롤 합니다.
그리고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달립니다.
마지막 업힐입니다.
상당히 급경사 업힐에 흙길로 이루어져 제가 좋아하고 강점을 나타내는 코스..
여기서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상대를 먼저 보내고.. 패이스 조절에 들어갑니다.
가파른 업힐이라서 조절이 필요합니다.
예상대로 업힐의 중간쯤 갈림길에서 주춤거리는 상대선수를 추월합니다.
업힐의 끝에서 힐끗 뒤를 보니 상당히 벌여 놨습니다..
승리를 예상하며 마지막 다운힐을 쏜살같이 내려옵니다.
이제 강변 자전거길 4Km 정도 남았습니다.
내려와 앞을 보니 경쟁배번 755번이 보입니다.
상대도 못 믿겠다는 듯 뒤를 보며 내 배번을 다시 살핍니다.
나도 붙어서 배번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황의창 선수입니다.
이제 직감적으로 이 선수만 따면 1등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1년내내 몇차례의 대회라이딩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선수...,
두 선수다 포커스와 위아위스 자전거회사에서 에서 스폰받는 선수입니다.
상대는 약간 지친 듯 보이고..
옆에서 나란히 달리다가 추월을 시도합니다.
상대는 필사적으로 달라붙고.. 떼어놓기 위해 나도 필사적으로 달리고..
그런데.. 상의 지퍼가 많이 내려가서인지
기모상의가 낙하산처럼 펼쳐지며 공기 저항이 심합니다.
올인했다가 계속 붙어있어 버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속도를 줄입니다.
지퍼를 잡아 올리려고 하지만 둔한 벙어리장갑이라 지퍼가 잘 안 잡힙니다.
올리려고 몇 차례 시도해보지만 안됩니다.
이번엔 상대가 저를 추월하며 앞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예상했고.. 나도 뒤에 필사적으로 달라붙습니다.
역시 상대도 속도를 줄입니다.
이렇게 한 번씩 주고받고 이제는 서로 눈치 보며 나란히 속도를 줄이고 달립니다.
결승선 1km 정도 남았을 때..
이제는 아까 추월해 놓은 3등 선수까지 합류해 버리고 맙니다.
엉망이 되어버리는 순간입니다.
이젠 마지막 스퍼트에서 승부를 봐야합니다.
울퉁불퉁 공사판길이 끝나는 순간, 결승선 약 300M정도남기고..
샥 리모트로 샥을 잠그고
일어나서 댄싱으로 전력질주를 먼저 시작합니다.
근데...
샥이 안 잠겼습니다. 꿀렁거리며 힘을 먹어버립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상의가 낙하산처럼 펼쳐지며 저항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힘껏 전력으로 달립니다.
결승선이 거의 다가왔습니다만 1등입니다.
하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우측에 바퀴하나가 한 뼘 정도 앞선 것이 보입니다.
결과는 0.2초 차이 2등입니다.
잠시 후 들어온 마운틴님도 그랜드마스터2에서 0.6초 차이 2등입니다.
대회 측에서 제공하는 막걸리에 수육을 먹고..
버섯전골에 맛있게 밥을 먹고..
아쉽기는 하지만 2등으로 시상식에 참가하고 왔답니다.
매번 대회를 나가면 정말 재미있답니다.
경치 좋고 환상적인 코스의 Stage가 매번 바뀌며 레이싱이 펼쳐지고
계절의 변화무쌍함을 몸소 체험하고..
매번 바뀌어 나오는 강호의 고수들..
그리고 숨 막히는 경쟁들..
대회 때마다의 즐거운 에피소드들..
멋진 사진들로 추억이 남고..
참 즐거운 인생입니다.
|
첫댓글 후기 읽으면서 손에 땀이 나네요 ㅎㅎ
추운날씨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대회 다녀와서 후기 쓰면서 복기하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그리네요 늘 후기을 실감나게 써주셔셔 제가지금 경기을뛰는것 같아요 경기을 뛰다보면 예상치않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답니다 설마 mtb대회에서 0점 몇초차이가 가능할까 생각하지만 2번째 격은일이라 앞으로는 세심하게 골인지점에서의 위치와 거리 어디쯔에서 스퍼트할것인가 모든것을 잘파악할 필요가 있는것 같아요 다음엔 실수없이 후회없는 경기 뛰고 싶어요~~ ㅎㅎ
ㅎㅎ
참 아쉬운 대회 였던거 같아요~
두고두고 생각날꺼 같아요~~^^
너무나 리얼 합니다.....
시합에서 일등과 이등의 차이는
엄청큰데요 정말 아깝습니다,,
재미있죠?
가끔은 이런 아까운것도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거 같아요~~^^
응원합니다.
안라하십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