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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중화광상(中華廣商) 연합회는 2014년 7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광둥성 주강(珠江) 지역에 진출한 홍콩 기업 가운데 30%가 주강 지역에 대한 투자를 줄일 계획이며 현지 공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장 이전을 계획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3%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꼽았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용을 축소해 나가고 있으나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불과 2010년까지만 해도 세계의 공장으로 통했고 누구도 이를 의문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수 년 동안 인건비 급상승과 환경, 위생, 안전 문제 등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로 홍콩 기업들은 현지 공장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
중국의 2013년 경제 성장률은 7.7%로 최고의 호황을 보였던 2007년 14.2%의 절반 수준을 기록하였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주춤하는 주요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제조업 둔화(중국 정부의 표현을 빌면 고부가가치로의 체질 개선)를 꼽는다. 실제로 HSBC 은행이 발표한 2014년 8월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세부 항목별로는 신규 주문지수, 생산지수 모두 최저치를 기록하였으며 고용지수 역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렸던 중국, 그리고 그 중국의 공장이라 불렸던 광둥성의 공장들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중국 제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중국의 임금 상승률은 연평균 10~20%로 나타났다. 중국 내 제조기업들은 “중국 생산의 가장 큰 장점이 사라졌다.”며 이웃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겼거나 옮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발표한 ‘2013년 중국 인권사업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최저임금 인상에 나선 성, 시, 자치구는 27개에 달했으며 그 숫자 역시 평균적으로 17%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 확대와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해마다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각종 수당 및 퇴직급여를 포함하면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인건비는 훨씬 높다. 한 중국 언론에 따르면 5대 보험 등 사회보장비용을 추가한 실제 고용 비용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대비 20%에서 최고 60%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각 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베이징의 월 최저임금(전일제 근로자 기준)은 전년 대비 11% 오른 1,560위안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최저임금 800위안에 비해 2배 가까이 인상된 수치다.
2014년 중국 내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곳은 상하이로 월 1,820위안을 기록하였고 광둥성에 위치한 심천이 뒤를 이었다. 중국 내에서도 제조업의 중심으로 불리는 광둥성 주강 삼각주 지역의 최저임금도 5년 사이 2배 가까운 인상폭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제조업의 탈 중국 현상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014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임금, 노동 생산성, 에너지 비용, 환율 등의 변수를 종합해 세계 주요 25개국의 제조업 생산비용을 계산하였는데 2014년 미국의 생산비용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이 96을 기록하였다. 과거 2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던 미국과 중국의 생산비용이 4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고 현지에서 바로 유통하는 편이 오히려 채산성이 높다는 판단도 있어 미국에서 불고 있는 리쇼어링1)(제조기업 U턴) 현상은 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오름과 동시에 외국 기업들이 중국 내 누렸던 혜택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과거 중국 정부는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세금 감면 정책을 내놓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하게 다르다.
2014년 6월 모 중국 진출 기업이 중국 세무당국으로부터 생산설비를 설치하면서 부가적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입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중국 내 공장을 세우면서 도입한 생산설비는 세금 면제 혜택을 받지만, 이와 관련해서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받은 설비 사용 교육비를 용역비로 간주하여 약 10%의 영업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외국계 제조기업이 중국 내 설립한 공장 운영시 현지직원을 교육하면서 버는 수입에 대한 세금 부과는 1995년부터 시행중인 ‘외국인 도급 공사작업 및 용역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관련 통지’에 근거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 설비를 설치하는 회사는 설비 매매계약서에 붙는 인지세뿐만 아니라 설치 및 기술 교육 등에 따른 용역비와 상표 사용료에 대한 영업세 등을 지불해야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세무당국은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하여 생산설비 설치 수수료 등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의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세수 확보에 고삐를 죄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있다.
첨단기술 분야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감세, 조세면제 및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의 경쟁사이거나 동종업계에 영향력이 큰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갖은 이유를 들어 인센티브를 철회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마크
아울러 외국 제조기업에 대한 차별은 공장 허가 및 인증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데, 중국의 강제인증제도(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가 그 좋은 사례이다. 중국은 강제인증제도를 통해 중국 내 생산 및 수입품 중 전기·전자제품 등 172개 품목에 대해 안전인증 획득을 의무화하고 있고, 외국의 적합성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공장실사 결과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對 중국 수출기업은 자국의 안전인증마크를 획득하였더라도 중국에서도 별도로 안전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또 중국에서 내수 판매용으로 생산될 경우에도 중국 내 시험기관에서 안전 및 품질 검사를 실시하여 적합하다고 인정이 되어야 유통이 가능하다. 이 강제인증제도도 중국 내 외국 기업들에게는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이와 같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사업의 이점으로 꼽아온 저임금 프리미엄은 축소되고 있으나, 중국 특유의 규제제도는 제조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쉽사리 중국 공장의 가동을 멈추지 못하는 기업들의 속사정도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경우 그동안 감면해 줬던 기업소득세(법인세)를 반환하게 하거나 노동자들에게 퇴직금 성격의 경제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탈출 장벽 또한 만리장성 격이라 할 수 있겠다.
높은 탈출 장벽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중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규제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관세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공장 건립 1순위였던 중국은 2012년 이후 그 자리를 베트남에게 넘겨줬다.
홍콩산업협회(Federation of Hong Kong Industries)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홍콩 공장이 100여 개로 그 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들이 베트남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재편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 때문이다. 프리미엄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중·저가 전자기기 및 가전제품 분야에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는 점을 고려해 생산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다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낮은 가전 분야도 인건비가 싸고 세금 혜택이 많은 베트남에서 제품을 생산해 단가를 낮추려 한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월 90~120달러 선으로 중국 평균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불어 인구 9,000만 명 중 30세 이하 비중이 50% 이상으로 젊은 노동인구가 풍부하고 인력의 질도 우수하여 많은 기업들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각광받고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이외에도 베트남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섬유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TPP 발효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무관세가 적용된다. 현재 16~32%인 관세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공장을 가동 중인 업체들 역시 수출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최근 홍콩 의류 제조업체인 후아푸(Huafu)는 베트남 롱안(Long An)성에 섬유, 염색 플랜트를 건설하는 데 1억 3,6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이 공장은 2015년에 본격 가동하여 연간 30만 톤 상당의 직물을 생산하고 면 염색 능력은 연간 약 2만 톤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업들은 동남아시아로의 공장 이전을 통해 현지시장의 로열티를 확보, 세계 가전시장 및 소비재 시장의 큰 고객으로 떠오른 동남아시아 중산층을 잡는다는 각오를 다진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선 가격 및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생산해 내수시장으로 직접 판매하는 제품의 경우 운송비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신흥 개도국 베트남의 중산층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의 중산층은 지난해 약 1,200만 명에서 2020년에는 약 3,300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며 이들 중산층의 1인당 소득이 연평균 3,400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 내수시장의 확장으로 인해 생산기지 이전을 고민하는 기업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동남아시아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있다. 현재 이들 지역의 경영환경에도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몇몇 동남아 국가에서는 임금인상 요구가 대규모 시위 사태로 이어지기도 하며, 최근 반 중국 정서로 인해 중국 및 홍콩계 공장이 습격을 당하기도 하였다.
2014년 5월 중국의 원유 시추가 시작된 파라셀 군도 주변 해역에서 중국과 베트남 선박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연일 충돌하였고 베트남에서 반 중국 시위가 갈수록 거세졌다. 이에 흥분한 근로자들은 공장 내 기물을 파손하고 불을 지르는 등의 과격 시위를 벌였고 이 사태로 최소 15개 공장이 불에 탔다. 시위에 참가한 2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중국어 간판을 사용하는 기업이나 상점을 보이는 대로 공격해 다수의 중국, 홍콩, 대만 기업이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전개되어 이들 기업이 2차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한 동남아 국가에서는 임금인상 요구 시위 외에도 미흡한 법률 제도와 고위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등 외국 기업들이 진출할 경우 직면하게 될 불안한 요소들도 문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3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각국의 공공부문 청렴도를 평가한 부패인식지수(100점 만점) 조사에서 80위인 중국보다 8점이 낮은 32점을 받는 데 그쳐 평가 대상 177개 나라 중 114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은 31점으로 116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정부와 경제계 등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는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외국 기업의 제조기반 설립을 어렵게 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급속한 인건비 상승,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등은 전 세계의 제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저비용 대량 생산을 위해 오랜 기간 중국에서 생산하여 해외로 수출을 하던 제조업체들이 탈 중국 및 자국 유턴 혹은 동남아 등 제3국 이전을 시도한다. 하지만 중국은 동남아에 비해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노동력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도 갖추고 있어 생산과 내수시장 유통의 이점으로 인해 중국을 고집하는 기업이 아직도 많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지도부가 2020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 대비 2배로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만큼 중국의 인건비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도 상승해 달러 환산으로의 인건비 및 공장 운영비 상승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어 공장들의 탈 중국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