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 '괴테'는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늙어가면서 우리는 건강, 돈, 일, 친구, 꿈을 상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플라톤'도 "늙으면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다"라 했다. 우리들의 일생은 자신 스스로가 써온 씨나리오 에 따라 자신이 직접 연출하는 자작극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여태껏 어떤 내용의 각본을 창작하여 살아 왔을까? 이젠 고쳐 쓸 수도 없고, 희극이 되든 비 극이 되든 해피엔딩이건 이제 자신이 쓴 각본대로 열심히 연출 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 각자가 써 온 씨나리오의 이모저모를 간추려 보면, 01.노학(老鶴): 늙어서 말대로 학(鶴)처럼 사는 사람으로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산천 경계를 돌 아다니며 유람하며 산다. 그러면서도 검소하고 천박하질 않으며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고, 베풀 줄 안다. 틈나는 대로 자 신을 갈고 닦으며 문예작품이나 학술논문을 펴 내기도 한다. 02.노선(老仙): 늙어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으로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 버렸다. 성냄과 탐욕도 벗어 버 리고 선도 악도 털어 버렸다. 따라서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는 마음이 홀가분하다. 건너야 할 피안의 세계도 없고, 올라야 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다.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자연따라 돌아 갈 뿐이다. 03.노동(老童): 늙어도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으로 노인대학 이며 평생교육원 등에서 못다한 공부를 하고, 컴퓨터 와 전문적인 상식도 익히고, 수시로 여성(남성) 학우들과 어울려 여행도 하고, 노래와 춤도 추면서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여생을 보낸다. 04.노옹(老翁): 텅 빈 집이나 봐주고, 집에서 손주들이나 돌봐 주는 노인네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화투나 장기를 두는 것이 그나마 개인 생활의 전부이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리 속에만 머무른다. 05.노광(老狂): 능력은 부족하고, 함량 미달에 주변 사람으 로부터 존경도 못 받는 처지에 감투 욕심은 많아 온 갖 장은 다 맡는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체면 불구하고 파리처럼 달라붙는다.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 볼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 저기 기웃거린다. 06.노고(老孤): 말대로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이다. 이런 말이 있다. "20대의 아내는 애완동물 같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30대의 아내는 기호식품과 같고, 40대의 아내는 어느 듯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가 돼버렸다. 50대의 아내는 집안의 가보자리를 차지하고, 60대의 아내는 지방 문화재라고나 할까? 그런데 70대의 아내는 국보급에 올라 존경을 받 는다. 헌데 그렇게 귀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 밖에.." 07.노궁(老窮): 아침 한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한다. 갈 곳이라곤 공원 광장뿐이다. 점심은 무료급식소에 서 해결하고, 석양이 저물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을 향한다. 며느리 눈치 슬슬보며, 밥술 좀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TV보다 말다 하다가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왠지 사는 게 괴롭다. 08.노추(老醜): 어찌하다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못 죽어서 사는 가련 한 노인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말참견을 많이 하는 사람. 돈 좀 있다고 밖에 나와 유세 떠는 사람, 마냥 친구에게 빌붙어 술이나 밥 얻어 먹 고 다니는 사람,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자랑, 자식자 랑 늘어놓는 사람, 남이 볼땐 그저 그런데 잘난체, 공치사 하는 사람, 몸과 의복을 깨끗이 하지 않고 외출하는 사람. 매사에 불평과 불만으로 짜증나게 하는 사람, 음주 후 너무 취해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사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큰 소리로 시 끄럽게 떠드는 사람, 분수에 넘치는 지나 친 욕심 을 부리는 사람도 노추(老醜)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09.노패(老敗): 진개장(塵芥場:쓰레기 버리는 곳) 신세를 면 하기 힘들어 폐기 처분된 노인, 인간쓰레기로 버려지 는 사람이다. 양노원이나 노인병원 같은 데서 가 끔 만날 수 있다. 소중한 건강도 잃고, 돈도 없고, 자식 인연, 배우자 인연, 친구 인연도 없고, 죽음의 의미까지도 몰라 갈 길을 잃은 불쌍한 영혼이다. 마지막으로 이 네가지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게을리 말아야 할 것들입니다. 노후을 위해 최소한 아 래 네가지는 준비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첫째: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부(富)와 둘째: 몹쓸 병이 걸려서 고생하지 않을 만큼의 건강과 셋째: 건강한 반려자나 좋은 친구요, 넷째: 내 영혼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나'를 찾는 공부입니다. 노년의 삶을 생각하며 사람들은 말한다.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마음속에 그리움이 물들기 때문이고, 새벽별 이 아름다운 것은 외로움이 빛을 내기 때문이고, 낙엽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 맘속에 서러움을 흔들어 주기 때문이고, 노년이 아름다운 것은 살아온 추억들이 아름답게 익어가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과연 우리는 행복을 느끼며 잘 살아가고 있는가? 반문 해 본다. 내가 가난하게 태어 난 것은 내 죄가 아니지만, 내가 가난하게 늙어 간 다면, 내 죄라 했는데.. 심지어 여자들이 유머에 의하면, "키가 작 으면 '루져(낙오자, 실패자)'라 하고, 못생겼으면 '후 져'라 하고, 돈까지 없다 하면 '꺼져'라 하고, 이 모든 걸 못가졌으면 '뒤져'라 하며.." '신 4져'라는 말이 있다. 또 어떤 이는 정년 후 가는 길을 누구나 화려한 백수(이하 '화백')로 생각하고 살았는 데 화백도 다섯 등급이 있다고 말한다. 화백은 돈도 있고, 골프도 치고, 해외여행도 1년에 2번 이상 가는 사람이고, 반백 은 화백만 못해도 화백의 반은 되는 그런대로 품위를 지키며 사는 데, 가백은 가정의 일에 눈을 떠서 설거지, 밥, 청소 등으로 가정부로 전락하는 백수요, 불백 은 돈도 고갈되고, 갈 곳도 없고, 집 보기, 공원소일을 하는 불쌍한 백수로, 마포불백 은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로 술과 타락의 나래에서 헤매는 사람이라나!.. 다른 사람들은 노년의 고통을 말하기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위고(無爲苦) 시절을 지나, 아무도 만나지 않는 고독고(孤獨苦) 시절을 지나, 그러다 보니 있는 자신도 차차 줄어드는 빈고 (貧苦) 시절이 오고, 드디어 세월 앞에 장사가 없거 늘 병이 들어 병고(病苦)로 세상을 뜬다는 이도 있네요. "꽃 필적 그 시절은 나도 저리도 고왔는데, 초록잎이 필 때는 나도 살만 했었는데 지금은 어제 인 듯 등 뒤를 돌아보니, 청춘은 옷을 벗고 늦가을 속에 서성이네.." 나 이제 남은 노년을 이렇게 살아가리! 노선(老仙)이나 노학(老鶴)처럼 모든 걸 내려 놓고 살아 가련다! 미움, 사랑, 돈 다 내려놓고 신선처럼 사는 노선이 최고요 노선처럼 살되 이리저리 다니며 여행 , 글쓰기, 봉사하는 노학도 좋고요. 못한 공부하며 어린 동심으로 공부, 취미, 춤 배우며 사는 노동(老童)도 배워서 좋고요, 집보기, 애 보기, 노인정의 장기와 바둑 두는 노옹(老翁)까지는 괜찮지만, 돈에 얽매여 일과 욕심만 부리는 노광(老狂)은 되지 말아야 되고요, 보물인 아내 잃고 궁상 떠는 노인 노고(老孤)가 돼서는 더 더욱 안 되고요(팔자소관이겠지만..) 집 없이 돈 없이 공원과 급식소를 떠도는 노숙자 비슷한 노궁(老窮)이 되면 안 되고요, 마지막 으로 병마로 남의 손에 의지하며 생명 연장하는 추한 노인인 노추(老醜) 가 되지 말아야 하는데, 원한다고 해서 되지는 않겠지요!!.. "청춘, 소년들아! 백발노인 웃지마라. 공평한 하늘아래 넨들 얼마 젊었으리.. 우리도 소년 행락이 어제 런듯 하여라!"라고 조선시대 시인이 노래했고. "젊은이를 꾸짖지 마라! 내가 온 길이요, 노인을 비웃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