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G 2_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승우 지음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요즘 요가 지도자과정과 소설 쓰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마냥 선생님을 따라 수련할 때와 다르게 요가의 이론과 동작을 지도하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뚝딱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음주를 해야 하는 저의 심신은 보통의 요가 선생님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저 같은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지도할 날이 올거라 생각하면 많이, 특히 배 둘레가 부끄러워지는 느낌입니다.
소설은 또 얼마나 어렵게요. 책장만 펴면 재밌건 무섭건 애틋하건 슬프건 애달픈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나도 한 번 써볼까나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 신청을 했는데 아뿔싸,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이론 강의를 몇 차례 들었는데도 감이 안 잡히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잘 떠오르지도 않네요. 매주 한두 명씩 소설을 업로드하고 합평을 하기로 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은지 수업 전에 마감을 지키지 못했다는 양해글이 올라 오더라구요.
저도 다음 주까지 소설 한 편을 써야 하는데, 감이 안 잡혀 소설과 소설 쓰는 법에 대한 책만 훔쳐보고 있다는 슬픈 소식입니다. 저는 정말 몰랐는데, 소설은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쓰는 그런 글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저처럼 소설 쓰기를 해보고 싶은 분이 계실지 몰라 이번 달리레터 OMG에도 제가 읽고 무릎친 이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걸 쓰면 소설이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떠올랐을 때 우리가 할 일은 그걸 붙잡고 곧바로 책상에 앉아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막연한 생각을, 어떤 형체가 만들어질 때까지 만지작거리며 조형하는 일이다. 소설가는 신비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궁리하고 추리해야 한다. 소설은 막연한 생각이나 실체가 없는 이미지가 아니라 정교한 조형물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정교한 조형물을 쌓는 일이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승우, 마음산책, p. 70
그냥 쓰다보면 소설이 되는 줄 알았는데 정교한 조형물을 쌓는 일이라고 하네요. 어영부영 쓰는 제가 정교한 글을 쓸 수가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 책을 쓴 이승우님은 문예창작과 교수면서 소설가예요. 작가 지망생인 학생들을 만난 경험으로 더 이해하기 쉽게 소설에 대해 글을 쓰신 것 같습니다.
“설계도를 만드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설계도를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이 소설을 쓰는 데 들이는 시간보다 더 많아야 한다. 말하자면, 소설을 다 써놓고 소설을 써야 한다.” -같은 책, p. 74
소설을 다 써놓고 소설을 써야하다니. 그런 끈기가 없으면 안되는 것이 소설인가봅니다.
“쓰다가 만 소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소설, 수습이 안 된 채 끝나는 소설, 앞과 뒤가 사뭇 달라서 혼란스러운 소설들은 대개 밑그림 작업을 거치지 않고 집필된 소설들이다. 설계도 없이 지어진 건축물이 불안한 것처럼 이 작품들도 불안하다.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책, p. 75
아직 완성되지 못한 내 글들을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요. 모든 소설이 이렇게 쓰인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천재 소설가가 아닌 이상 치밀하고 섬세하게, 축소는 하되 생략은 하지 말고 써야 한다고 하네요.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누구나 작가라고 하던데, 당신도 나도 포기하지 않고 쓰다 보면 어느새 소설 한 편 완성할 수도 있겠죠!
해가 일찍 저무는 가을입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알차게 보내지 못했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오늘을 살아낸 나를 쓰담쓰담 해줄까요?
그럼 다음에 뵐 때까지 여전하시기를. 안녕.
책소개 : 오수경
<엄청난 하루> 저자, 안덕면 사계리 출신으로 일상과 생각들을 꾸준히 글로 써내려가는 작가다.
OMG ; '오수경 작가가 쓰는 나의 글' 줄여서 '오나의 글(Oh My Gl)을 또 줄여서 'OMG'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