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전 총리가 탈원전을 주장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아사히신문 한국어판은 여기
경향신문은 여기
일본 뉴스들을 검색해보니 고이즈미의 이런 발언은 이미 이전부터 있었다.
2011년 5월 아사히신문 여기
2011년 9월 자칭 提言型 뉴스 사이트의 기사 여기
2012년 1월 아이치현의 어느 시의 웹 신문 여기
최근 들어서 가장 결정적인 발언은 마이니치 신문의 칼럼을 통해서였다.
2013년 8월 26일 여기
그리고, 며칠 전 뉴스로는
2013년 10월 1일 산케이신문 여기
2013년 10월 2일 NHK 뉴스 여기
도쿄신문 여기
쥬니치신문 여기
고이즈미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런 뉴스들이 의외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이즈미 자신이 후쿠시마 원발(원자력발전)과 관련해서 일종의 정치적 범죄자다.
"원발 제로" "탈원발"을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1. 원전과 관련된 기존의 안전 장치들을 제거하는 것을 포함하는 정부 계획 『原子力政策大綱』을 수립한 죄(2005년)
2. 310억엔의 정부 자금을 들여 만든 원전 내진(耐震) 연구 시설을 폐지해버진 죄(2005년),
그리고 이 시설을 아주 헐값(2억 7700만엔)에 민간 회사에 팔아먹은 죄
3. 동경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벌어진 사고를 은폐했다가 발각당한 죄(2002년)
이런 내용의 일부에 관해서는 아래 삽입한 프레임 참조
소스는 여기
그밖에 여기와 여기도 참고
쉽게 말해서, 고이즈미의 탈원전 발언에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고이즈미는 탈원전 발언을 하기 전에
바로 자신의 그러한 죄악/과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반성, 참회를 해야 마땅한 것이다.
지금 고이즈미가 일본에서 탈원전을 떠들고 있는 상황은,
마치, 이명박이 반성, 참회, 사과 없이 뜬금없이 갑자기 4대강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꼴이다.
자, 이렇다고 하면, 고이즈미가 왜 탈원전 발언을 하고 나섰는가 하는 점이 매우 궁금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혹시, 아들 때문에?"라는 것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본에도 나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없지 않다.
자민당이 내세우는 일본 정치계의 아이돌인 고이즈미의 아들은
최근에 동일본 대지진(東日本大震災)의 부흥을 담당하는 정무관 자리에 올랐다.
아사히신문 기사는 여기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문제를 포함하는 대지진과 관련된 사고를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東日本大震災" 라고 부르고 있다.
정무관은 과거의 정무차관 직제를 없애고 대신 만든 자리다.
우리로 치면 각 부처의 차관에 해당한다.
고이즈미의 발언이 자기 아들 때문이라는 추정은
허핑톤포스트 일본의 어느 기사의 끝 부분에도 암시되어 있다. 여기
원전 마피아가 일본의 정치,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탈원전"이라고 외친다고 하더라도
바로 독일처럼 탈원전 프로세스를 밟아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고이즈미는 "탈원전은 수상이 결심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었고,
"탈원전"과 관련된 이슈를 정치적으로 소화하고 수행하는 자리에
고이즈미 아들을 이번에 앉힌 사람은 바로 아베 현 수상.
오른쪽 사진은 부시 앞에서 춤추며 놀고 있는 고이즈미
쉽게 말해서, 나카소네와 고이즈미는 미국 네오콘의 꼭두각시들.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인, 미국 네오콘의 세계 에너지 전략을 일본에서 실행해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아베를 수상으로 발탁한 것은 전적으로 고이즈미다.
고이즈미 퇴임시, 자민당 내에서는 다들 "다음번은 후쿠다야"라고 하고 있을 때
"아니다, 아베다"라고 한 사람이 고이즈미였고
그래서 2006년에 제1차 아베 내각이 탄생할 수 있었다.
고이즈미의 최근 탈원전 발언이 아들을 위한 포석일 거라고 추정하고 있는 블로그는 여기
(이 블로그의 주인은 규슈에서 자연에너지 추진 네트워크 NPO법인을 이끌고 있는 사람)
주간 아사히도 고이즈미의 이런 정치적 언동을 "최후의 정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
(고이즈미 발언에 대한 배경 분석은 나와는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이런 배경 분석의 이야기 거리를 슬쩍 흘린 사람은 아마도 고이즈미 자신일 것이다.)
일본의 일각에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전후해서
고이즈미 아들이 일본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되지 않을까 라고 하는 전망도 있는 모양이다.
고이즈미 아들은 탈원전을 내걸고 집권할 수도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아주 단순하게 "우체국 사업 민영화" 이슈 하나에 죽자사자 매달렸고
일본 국민들은 거기에 넘어간 적이 있다.
아무튼, 방사능 누출 사고에 책임이 있는 정치적 범죄자가 이제 아들을 위해서 "탈원전" 발언을 하다니!
일본 정치 아주 무섭다.
(물론, 중국과 한국/북한도 무섭기는 하다, 다들 2세, 3세들이 권력을 잡고 있으니...)
물론, 고이즈미가 싫다고 해서 그의 탈원전 발언을 무시해버려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걸 적극적으로 이용해 먹어야 한다.
동북아시아 전체에서 반원전 국제전선을 구축해내지 않으면 안되니까.
독일의 메르켈 정권이 보여주었듯이
보수 정권이라고 해서 탈원전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상이 결심하면"이 아니라
"국민이, 혹은 민중이 결심하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