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D53 윤광조 중도와 정관의 예도 中道와 靜觀의 陶藝

[미관彌款]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5FFn7G6fKQc

continued...

https://cafe.daum.net/miguancf/gJYA/358

=윤광조: 도예가

-김영재: 미술사상가 철학박사

narr01: 정관과 중도의 향기로운 예술을 엿볼 수 있는 윤광조의 전시가 있었다.

=회장님, 내가 붙인 거 보셨죠? 윤광조... 여기가 선화랑이니까, 동그라미를 해처럼 만들었잖아요? 저 신경썼습니다. 해만 떼어 드릴께요.

=이건 4배수의 두 배를 더 만들어야 작품이 나옵니다. 형태가 나온 다음에 각을 하는데, 획이 틀리면 이전 작업이 제로가 됩니다. 말랑말랑할 때 형태를 결정하고, 바람이 안 통하는 박스 안에서 두어달, 다음에 흰 흙을 바릅니다. 이만큼 바르고 반 쯤 말랐을 때 못으로 글씨를 씁니다. 다음 흰흙바르고, 적당히 말랐을 때 글쓰고...

=이게 2008년 신작이야. 2004년 시애틀, 그 전에 필라델피아 전시회 큰 거 하고 나니까, 작품이 안나오는거야. 집에 깨진 것 있잖아요? 그 때 깨진거야. 왜냐하면 마음이 차분하지 않고, 제가 뭐 된 것같이 자만하니까 깨져요.

=일년 열점 정도 완성품이 나옵니다. 열점 만들려면 40점 만들어야되거든요. 360 나누기 40하면 9일에 한 점씩 만들어야해요. 흙 만드는 시간있지, 가마 불때는 시간있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열점 안나옵니다.

....가마가 클텐데 그렇게 적게 나와요?

= 크지 않죠. 크면 평생 두 번 불때게요?

...삼각형으로 만드는 이유는요?

=도자기의 기본은 원형입니다. 원형은 시각을 변형시켜도 원형입니다. 삼각형은 예민하게 형태가 변합니다.

현대미술이란 미술양식의 벽을 깨는 거 아닙니까. 삼각이 제겐 가장 예민하게 제게 다가옵니다.

내 작품의 삼각은 두께가 모두 다릅니다. 또 변화가 생깁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 청개구리라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남이 간 길은 안가는 거죠. 우연히 택한 직업이지만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맞잖아요. 공무원하면 안되지요. 남 안하는 것만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윤광조 인사말

=제가 명심하고, 지금껏 해왔던대로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송금조회장: 학회에서 도예가로서 뛰어난 기술이 있다고 해서 선정이 되었습니다.

- 그 정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윤선생 작품이 처음에는 매끈하고 예뻤는데, 지금은 깨물면 무궁무진한 맛이 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건배...

=건배

=감사합니다.

.. 오광수: 딱 좋네요.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고..

=내가 술먹고 여러번 죽었다가 살아났잖아요. 그래서 새 사람이 되어가지고...

=나이가 들면서 꾀가 나서, 하기 싫은 거 있죠. 징그러운 생각이 들고...

... 거기 있으면 안할 수가 없잖아요...

narr02: 윤광조의 예도(藝陶)는 인공과 세월을 뛰어넘는다. 물 불 바람과 흙을 다루는 손길은 자연의 내재율을 닮았다. 가마에서 막 꺼낸 분청은 천년의 때깔을 지녔다. 색즉시공은 세월의 향기요, 공즉시색은 자연율인 모양이다.

김영재: 운전촬영

narr03: 참 귀한 방문이었다. 경주 안강의 옥산서원을 지나 저수지 끝자락에 자리잡은 바람골까지, 반나절을 달려야 하는 길이다. “거기 있으면 작업 안 할 수 없다”는 ‘거기’에 가면 윤광조 예도의 진수를 만날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가 있다.

자막: 치일암=지극한 하나에 이르는 암자

narr04: 20년 전의 이야기였다. ‘웬 할머니

가 짚차를 타고 다녀, 가쇼'라던 검문경찰,

할아버지가 '차 한잔 하실래요' 하더라던

할머니같은 주인공을 다시 만난다.

-그 때 뭐라고 하셨느냐 하면 성별, 성을 잊었다고 했어요. 그리고는 자아를 잊는 중이다…

=가장 큰 작업은 혼자서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다. 그게 작업이지... 그 작업은 혼자 밖에 할 수 없는 작업이지...

narr05: “방안에 앉아서도 천하를 본다”고 했던가. 빈 골짜기를 울리는 바람소리 속에서, 지극한 일체에 이른다는 치일암에서 윤광조는 진솔한 작품제작의 이면, 꾸밈없는 마음, 고독의 예술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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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배수를 만들거든… 40점을 만들어야해… 가마에 들어가서 잘 못될 수도 있고, 초반에 잘 못 될 수도 있고…

-물 흐르듯이 작품이 나오는 것이 옳은 건지, 고르고 고르고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것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맥놓고 앉아 있어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고민을 많이 해야 작품이 나온다. 번뇌없이 열반이 없다. 예토가 극락이다. 고민하지 않고 나오는 것은 없어...

-반야이취경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를 떠나서 극락으로 가는 것이 아니야. 여기가 극락인데 왜 내가 여기를 번뇌의 구덩이로 느끼고 있느냐… 나의 문제이지, 여기의 문제나 작품의 문제가 아니야.. 그 과정을 거쳐야해

narr06: 그렇게 분청은 윤광조의 정신을 담고, 인간을 닮는다. 다시 윤광조는 분청을 닮는다.

=분장회청사기인데 분청이라고 해... 지구 상에 다 있다.

-선생의 작품은 일반적인 공예에서 말하는 분청과는 다르다.

=그렇지. 또 다른 개념을 만들어내는거지. 전통은 답습이 아니다. 창조이다. 어떻게 같을 수 있어. 세상이 바뀌는데...

-90년대 선생을 만났을 때 일본의 도예가가 배우고, 귀얄 수를 세고, 그림을 그리고 , 결국은 돌아가셨지.. 자살..

=우리 미술이 가진 특성이 대범성이다. 부분, 세부에 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보는 것인데, 계획된 야취가 되면 그건 야취가 아냐.

혼도 유다까 선생도 한번만 손 안대면 좋을텐데.. 귀얄로 그리는 걸 보거든... 스톱 그래. 그래놓고는 돌아서면 손을 대, 참 환장하겠어..

문화는 시간을 아버지로 풍토를 어머니로 해서 태어난 자식이다. 시간이 변하는데, 문화가 당연히 변해야지. 장소가 이동되면 문화도 변한다.

narr07: 윤광조는 작품에서 절제와 중도를 알고 지킨다. 늙음의 생리와 노년의 미학을 즐길 줄 안다. 물흐르듯 자연스런 순리를 작품으로 옮길 줄 안다.

=타협을 봤다. 광조야, 네 체력에 맞는 사이즈를 제작해라. 무리하지 말고.. 그래서 내 체력이 감당할 사이즈로 타협봤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지...

-물흐르듯이 자연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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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r08: 점토판의 까다롭고 이기적인 성깔을 거스르지 아니하면서도 자르고 붙이고 혼을 심는다. 충돌과 타협은 그렇게 윤광조의 예술로 승화한다.

narr09: 인간의 손때가 묻어 인간의 예술이 된다. 그러나 인간이 설정하되 예술로 완성하는 것은 자연의 일이요, 하늘의 뜻이다.

=자를 대고 그으면 정확하지요. 정확한 것과 정확하지 않은 것의 사이가 조금 벌어졌을 때, 시각적으로 여유로 남는다. 그 여유가 전체적인 작품의 자연스러움을 결정한다. 자연스러움을 전달한다.

=너무 덜말라도 움직이지 못한다. 찢어지니까. 너무 마르면 굳지를 않는다. 억지로 붙여도 마르면 다 갈라진다. 만져서 이 상태가 되었을 때 붙여야돼. =그래서 내가 작업장에는 전화가 없어. 산속에서 사는 이유가 이 타이밍을 맞춰줘야하는데, 사람 만나러 다니면 맞출수가 없어.

-비닐같은 걸 씌워서..

=씌우는 것도 하루 정도야. =흙은 살아 있어. 내가 필요한 굳기가 있거든. 그때 작업을 해줘야해.

narr10: 정확한 인식과 치밀한 방법론에 따라 윤광조의 예술은 투박한 손맛이 스며든다. 방향지워진 직선들이 만드는 곡선, 손으로 그은 직선이 여유를 만들고 자연스러움을 전달한다.

narr11: 어두워지는 작업실에서 선생의 거침없는 손길은 마치 머리 속에 완성된 작품을 쏟아내는 듯 보인다. 그래서 물었다.

-스케치는 스케치대로 하시고, 크게 구애를 받지 않으시나봐요

=아뇨. 고민을 많이 해야 살살 풀린다. 고민이 스케치.. 스케치를 한 후에 현장에서 이건 이렇게... 즉흥성이 발휘된다.

= 다 삼각기둥이지만 표정이 다르다. 길이를 달리, 언발란스의 표정, 스케치에서는 안되지만 비례, 아웃라인을 잡고, 작업하면서 악센트. 붙이고 짤라낸다. 대강 붙인 후에 비닐로 씌워서 이틀 후에 형태 마무리...

방담

사람과 산, 산과 사람

-산하고 물, 좌청룡 우백호가 잘 어울렸다. 저기 산 이름이 무엇인가.

=높은 산이 도덕산, 그 옆이 자옥산이다. 자옥산 왼쪽에 옥산서원, 회재 이언적 선생이 살던 독락당이 있다. 독락당이나 옥산서원에서 보면 자옥산이 바로 앞에 보인다. 회재선생 문집에 자옥산에 관한 시가 많이 나온다. 자옥산이 잘 생겼다. 매일 보잖아요. 닮아간다.

-회재선생이 오죽하면 여기에 자리를 잡았겠느냐.

=그러니까 좋은 곳이지.

꿈속의 꿈

-선생님이 몽중몽 쓰시고,

=스스무 선생이 시즉진세계라고 쓰시고...

-그렇게 죽이 잘맞는

=친구가 있어...

-참치회 드셔보세요. 녹는다.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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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삼간 지어내니...

-경기도 광주에서 사시다가 경상도 안강까지 오시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연고가 있는가, 고향이라던가...

=팔도강산 다니다가 경주가 좋아서.. 여기가 감나무 밭이었어요. 콘테이너를 밭 가운데 놓고 일년을 살았어.

-여기는 광활하고...

=울타리가 없다. 재미있는 시 하나 소개할까요.

.....so 평생 경영하야 초옥한칸 마련하니 방한칸은 명월이요, 방한칸은 청풍이라. 산천은 들일 데 없어 둘러두고 보노라...

-좋습니다.

=제가 방이 두 칸이거든요.

narr12:

시유(施釉)란 유약을 베푼다 또는 베푸는 행위를 한다는 뜻이다. 손맛에 맞는 흙을 조합하여 대토를 만들고 성형, 숙성, 건조를 거친 형상에 생명을 베푸는 일이다.

narr13: 날렵하게 혹은 느슨하되 순발력있게 즉흥적 감흥을 살리되 인상과 감동은 엄정한 질서로 자리잡는다. 선승이 그린 선화처럼, 문인화가의 일획처럼 응축된 시간과 공간이 삶과 예술의 진한 흔적으로 새겨진다.

narr14: 행위와 그 결과로서의 궤적은 이제 불의 단련을 거쳐 윤광조의 예술로 세상에 선보일 것이다. 그 보람과 창조의 희열을 담은 환한 미소와 함께...

=도자가 가지고 있는 물성, 특성을 극대화했다.

-끼 같은 것이 행위미술의 형태로 보일 따름이지, 행위미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표현이다.

=덤벙이란 정적인 작업이다. 약간 나태스럽게 꾸물꾸물 흘러내리는 선과 공간을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엄청난 속도감, 부서지는 빛같은 것을 조합해서

=저수지 못에 가면 이런 느낌을 받지요.

=달이 진리, 법이라고 했쟎아요. 급월당처럼.. 깜깜한 밤에 수면에 빛이 부서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선생님 작품의 미학이라면 이질적인 두 개의 요소, 정관(靜觀)과 깨달음의 조화라고 해야할 것..

=그런 대비, 조화, 충돌, 타협, 그런 거지요... 잘 됐어....

예술의 기초체력

-공기 좋은 데는 골라서 사신다.

=바닷 바람은 바다냄새가 나고, 산 바람은 흙하고 나무 냄새가 난다.

=잡았다가 놔준다. 손맛만 보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네요. 낚시 드리우고, 술도 한잔 드시고...

=이제 많이 못한다. 게을러져서..

-술잔 드는게 힘드신가 봐요..

=젊을 때 많이 먹었다. 지리산에 활성스님이 술 뒤에 숨지마라 그러시더라고. 가슴이 찔끔하더라고. 하루 삼천배씩 열흘 해봐라. 일주일 하니까 허벅지까지 멍이 퍼렇게 들더라. 열흘 하니까 발톱만 새까맣게 멍이 남아 있고, 피부는 뽀얀 상아같이 되더라.

회향신고를 했더니, 입가심으로 하루 오천배 이틀만 더해서 4만배 채우자..

= 그 어간해서 물레작업을 미루고 오늘날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예술가에게 오만배를 시켜야겠다.

=나는 사만배 했는데.. 만배를 더 시키는 거네...

욕심부리지 말란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고상무욕 이관기묘 욕심이 없는 마음으로 보아야 그 실체를 볼 수 있다...

-대나무도 일품이네요.

=이 대나무 때문에 땅을 샀다. 이 바위도 좋지 않아요?

-예

= 산 벚꽃이 피었네....

narr: 그렇게 윤광조는 살고 있었다. 불교와 도교의 유현한 정신세계 속에서 노닐고, 매화를 띄운 술의 운치를 즐기면서 저수지의 달을 길어올릴 낭만 속에서도 하루 하루 예술가로서의 본업을 위해 세속을 떠날 줄 안다.

윤광조의 분청에서 삼백년 달항아리의 때깔과 중력과 무관히 부양하는 느낌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도신(陶神)이라 했다. 그럴까? 오히려 세상 속에서 세속을 떠난 도선(陶仙), 그 신선의 경지가 아닐까.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