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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김일성 생일이 지나도 진달래꽃은 피지 않는다.
과거 암울한 시절, 사월이 되면 대학가에서 많이 인용되었던 시(詩)가 있다. 시인 T. S. 엘리어트의 <황무지> 이다. 그 때 그 시절엔 이 시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라일락꽃을 죽은 땅에서 피우며 /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라는 구절이 많이 회자되었었다. 하지만 라일락은 각광을 받지 못했다. 그 때 ‘봄꽃’하면 뭐니 뭐니 해도 진달래꽃 이었는데, 북녘 땅, 북한 이야기 속에 이 꽃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북한의 국화(國花)가 ‘진달래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북한의 국화, 즉 ‘조선의 국화’는 ‘목란’이다. 북한에선 국화이기 때문에 ‘꽃중의 꽃’이라고 하기도 하고, ‘목란꽃무늬’가 북한 구석구석에 장식되어 있고, <목란꽃의 노래>도 널리 불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대표하는 꽃은 ‘김일성화’ 였고, 지금은 ‘김정일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김일성, 김정숙, 김정일’ 을 한꺼번에 우상화하는 도구인 진달래꽃도 김정일화 보다 결코 못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1985년에 발표된 리종렬의 소설 《충성의 한길에서》(1~5부)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제5부가 《진달래》이다. 이 소설의 한 대목을 보면 《김정숙은 최정덕, 서영순과 함께 진달래를 한아름 꺾어 김일성을 준다. 그러자 김일성은 기뻐 말한다. “조국의 진달래는 볼수록 아름답소. 정숙동무, 내가 만약 시인이라면 이 진달래꽃에 관한 시를 쓰겠소. 진달래는 우리 빨찌산 녀대원들이다.”》라고 되어있다.
김정일은 《진달래는 우리 어머님께서 제일 사랑하시던 꽃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김만길이라는 북한의 평론가는 김정일이 “위대한 공산주의혁명투사 김정숙어머님의 고귀한 생애와 불멸의 업적, 숭고한 념원을 만대에 길이 빛내이실 높은 뜻을 안으시고 깊고깊은 사색과 뛰여난 예술적천품으로 불후의 고전적 명작《진달래》를 창작하시였다.”고 극찬을 했다.
김정일의《진달래》는 “해빛이 따스해 그리도 곱나 /봄소식을 전하며 피는 진달래 /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는 꽃송이 / 진달래야 진달래야 조선의 진달래 //오가는 비바람 다 맞으며 / 산허리에 피여 난 붉은 진달래 / 긴긴밤 찬서리에 피고 또 피여서 /진달래야 진달래야 조선의 진달래 // 때늦은 봄에도 사연을 담아 / 해빛밝은 강산에 피는 진달래 / 못잊을 어머님의 그 모습이런가” 이다.
위처럼 북한이 진달래꽃을 국화보다 더 소중한 꽃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을 우상화하는데 아주 좋은 ‘사상적 무기’이기 때문이다. 남한에선 김소월의 시, 대중 가요로 널리 알려지고, 꽃 자체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북한의 진달래는 그런 꽃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의 《일화 5호물동 진달래》(《조선》주체94(2005)년 9월호, 15쪽)에서 확인된다.
“진달래, 봄날의 상징으로만 일러오던 이 꽃은 오늘 조선인민의 마음속에 조국에 대한 사랑의 상징으로 깊이 자리잡혀있다. 주체28(1939)년 5월 18일 이른 아침, 김일성주석의 명령을 받고 조국진군의 길에 오른 조선인민혁명군 대원들은 꿈결에도 그리던 조국땅, 5호물동에 이르렀다. 자기의 끌끌한 아들딸들을 반기는듯 강기슭에는 진달래가 붉게 피여있었다.
얼마나 그려보던 조국땅인가! 조국해방을 위한 길을 헤쳐온 피의 험산준령은 또 얼마였던가! 진달래를 그러안은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동지의 두볼로는 격정의 눈물, 기쁨의 눈물이 흘려내렸다. 대원들모두가 진달래를 쓰다듬으며 조국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김정숙녀사께서 정히 꺾어올리는 진달래꽃가지를 받으신 주석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다가 《조선의 진달래는 볼수록 아름답습니다!》라고 감회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정녕 엄혹한 추위를 이겨내고 남먼저 봄을 알리며 피여난 진달래는 조국해방의 그날을 확신하며 일제의 모진 발굽밑에서도 굴하지 않고 억세게 일떠서는 조국의 모습이였다. 그날에 녀사께서 안으시였던 조국의 진달래는 조선인민의 마음속에 천만년 붉게붉게 피여있을것이다.“
북한의 4월! 김일성 생일이 지나도 진달래꽃은 피지 않는다. 김정은이 자기 할머니가 사랑한 꽃이 진달래꽃이라는 것을 아닌지 모르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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