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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 / 김수철/아쟁 연주곡
5년 넘게 노망을 부리다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한 노모의 삼일장 이야기인 이청준 원작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OST이다.
새벽에 이 곡을 찾아 듣곤 축제라는 영화와 먼길이라는 연주와 딱 맞는 漢詩가 생각나서 함께 올린다.
전에 내가 서예를 배우면서 꼭 한번 쓰고 싶어서 벼르다 졸작으로 완성했던 도연명의 귀거래사.
존경했던 한참 교직 선배이신 분께 선물했더니
쬐끄만 녀석이 벌써부터 이런 노티나는 글을 썼다고
껄껄 웃으시며 좋아하셨던 한시였다.
그 때는 그 심오한 뜻도 모르고
그저 인생이 이런걸거야 하면서 겉멋 들어 썼던 내용을
아직도 창창한 나이지만 이 나이 되어 다시 음미하면서 읽어보니 새삼 느낌이 다르구나.
이젠 나도 겉멋이 아닌 진정한 나이가 들어가는 한사람으로서 말이다.
歸 去 來 辭/陶淵明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귀거래혜 전원장무호불귀)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기자이심위형역 해추창이독비)
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오이왕지불간 지래자지가추) 實迷塗基未遠 覺今是而昨非 (실미도기미원 각금시이작비)
舟搖搖以輕 風飄飄而吹衣 (주요요이경 풍표표이취의)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 (문정부이전로 한신광지희미)
乃瞻衡宇 載欣在奔 (내첨형우 재흔재분) 童僕歡迎 稚子候門 (동복환영 치자후문) 三徑就荒 松菊猶存 (삼경취황 송국유존) 携幼入室 有酒盈樽 (휴유입실 유주영준)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인호상이자작 면정가이이안)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 (의남창이기오 심용슬지이안)
園日涉以成趣 門雖設而常關 (원일섭이성취 문수설이상관) 策扶老以流憩 時矯首而游觀 (책부노이류게 시교수이유관)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운무심이출수 조권비이지환) 景峠峠以將入 撫孤松而盤桓 (경상상이장입 무고송이반환)
歸去來兮 請息交以絶遊 (귀거래혜 청식교이절유) 世與我而相遺 復駕言兮焉求 (세여아이상유 복가언혜언구)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열친척지정화 낙금서이소우)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于西疇 (농인고여이춘급 장유사우서주)
或命巾車 惑棹孤舟 (혹명건차 혹도고주) 旣窈窕以尋壑 亦崎嶇而經丘 (기요조이심학 역기구이경구)
木欣欣以向榮 泉涓涓而始流 (목흔흔이향영 천연연이시류) 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선만물지득시 감오생지행휴)
已矣乎 寓形宇內復幾時 (이의호 우형우내복기시) 曷不委心任去留 胡爲乎遑遑欲何之 (갈불위심임거류 호위호황황욕하지)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부귀비오원 제향불가기) 懷良辰以孤往 或植杖而耘 (회양진이고왕 혹식장이운)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등동고이서소 임청류이부시)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요승화이귀진 낙부천명복해의)
돌아 가리라 전원은 황폐해 가는데 내 어이 아니 돌아가리 정신을 육체의 노예로 만들고 그 고통을 혼자 슬퍼하고 있겠는가 잘못 들어섰던 길 그리 멀지 않아 지금 고치면 어제의 잘못을 돌이킬 수 있으리라
배는 유유히 흔들거리고 바람은 가볍게 옷자락을 날린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묻고 새벽 빛이 희미한 것을 원망하다 나의 작은 집을 보고는 기뻐서 달음질 친다 머슴아이가 반갑게 나를 맞이하고 어린 자식은 문 앞에서 기다린다
세갈래 길에는 소나무와 국화가 아직 살아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집 안에 들어서니 병에 술이 채워져있다 나는 혼자 술을 따라 마신다 뜰의 나무들이 내 얼굴에 화색이 돌게한다 남쪽 창을 내다보고 나는 느낀다 작은 공간으로 쉽게 만족 할수 있음을
매일 나는 정원을 산책한다 사립문이 하나 있지만 언제나 닫혀 있다 지팡이를 끌며 나는 걷다가 쉬고 가끔 머리를 들어 멀리 바라다 본다 구름은 무심하게 산을 넘어 가고 새는 지쳐 둥지로 돌아온다 고요히 해는 지고 외로이 서있는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나의 마음은 평온으로 돌아 온다
돌아가자 사람들과 만남을 끊고 세속과 나는 서로 다르거늘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할 것인가 고향에서 가족들과 소박한 이야기를 하고 거문고와 책에서 위안을 얻으니 농부들은 지금 봄이 왔다고 서쪽 들판에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나는 어떤 때는 작은 마차를 타고 어떤 때는 외로운 배 한 척을 젓는다
고요한 시냇물을 지나 깊은 계곡으로 가기도 하고 거친 길로 언덕을 넘기도 한다 나무들은 무성한 잎새를 터트리고 시냇물은 조금씩 흐르기 시작 한다 나는 자연의 질서있는 절기를 찬양하며 내 생명의 끝을 생각한다
모든 것이 끝난다 우리 인간에게는 그렇게도 적은 시간만이 허용되어 있을 뿐 그러니 마음 내키는대로 살자 애를 써서 어디로 갈 것인가 나는 재물에 욕심이 없다 천국에 대한 기대도 없다
청명한 날 혼자서 산책을 하고 등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끌며 동산에 올라 오랫동안 휘파람을 불고 맑은 냇가에서 시를 짓고 이렇게 나는 마지막 귀향할 때 까지 하늘의 명을 달게 받으며 타고난 복을 누리리니 거기에 무슨 의문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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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귀거래사. 느리게 흐르는 음악이 돌아갈 길을 알려주는 듯하다.
어려운 한시의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귀향할 때 까지 ~~ 마지막 한 수를 가슴에 담는다.
마지막 부분이 참 마음에 와 닿지?
거기에 우리가 무슨 의문을 달겠느냐.
고난한 길디 긴 인생의 길을 돌아돌아
이젠 하늘의 명을 달게 받을 줄 아는 그 삶을 닮아
아무런 욕심없이 마무리하고프다.
이렇게 타고난 복을 나도 누리며
오늘 하루도 또 행복한 날이 저물어 감을 감사히 생각한다...
타고 난 복.
참 새록새록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나에게.
이것도 내가 타고 난 복.
의문의 여지없이 그 분이 부르실때 까지 열심히 살아야지.
나도 매일 매일을 감사하며 산다.
요즈음은 더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