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벌써 몇일째 오는지
지루하기만 합니다.
강원도를 비롯하여 경향각지가
물난리를 만난것 같습니다.
남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 한강가를
가다가 보니까 강가에 놓여있던
간이 화장실을 비롯하여 각종 시설물이
강가에 올려져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엄청나게 불어난 물을 보고서
마음이 후련했습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끔히 떠내려갔으니
말입니다.
비가 그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또 그전과 차이가 없어질것은 뻔하지만
우선 후련했습니다.
이런말에 남의 집이 부서지고
행복이 부서지는 것은 생각도 않고
편의대로 말한다고 무책임하다고
말할 사려깊은 분도 있겠지만
그저 그 누런 황토물을 보고서
단순히 그렇게 느꼈으니 너무
탓하지 마시고 용서하소서....
오늘 오후에 도봉산에 오르기로
몇몇 지인과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 주저 앉았습니다.
나이 탓인지 용기가 없는 탓인지 게으른탓인지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접어둡시다.
등산도 주저 앉고
하다가 보니 쓸데없는 장마비
탓만 하나 봅니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는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가 봅니다.
아무리 견고한 성도 세월이 가면 허물어지고
아무리 아름다운 채색도 세월과 햇볕을 쬐면
빛이 바래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마음도 세월따라 변하는가 봅니다.
금석맹약도 변하고...
더구나 남자. 여자간의 악속은 말하여
무엇하겠습니까.
처음같으면 간이나 쓸게도 떼어줄 것 같은
아름다운 사랑도 빛이 바래면
삿대질하고 험담하고
탓을 하질 않습니까?
이같은 것도 다 자기탓으로 돌리면
얼마간은 맘이 편해지겠지만 그것도
오래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째든 저 거대한 황톳물을 싣고
힘차게 흘러가는 한강물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횡설수설하고 갑니다.
아! 내가 무슨 말을 지금 하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님들이 있어서 한마디 하고 갑니다.
횡설수설....
출처: 영해초등학교59동기회 원문보기 글쓴이: 海月/尹榮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