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미래엔 한국사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세상 사는 이야기 스크랩 아메리칸 위스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종말
권종상 추천 0 조회 5 12.02.02 10:3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버번이란 술은 늘 마피아의 전성시대를 생각나게 해 줍니다. 미국에서 이태리 계 갱단들인 마피아가 가장 큰 세력확장을 했던 시절은 미국의 '위대한 실험' 혹은 '가장 바보짓'이었던 금주법시대 (1920-1933)였습니다. 그러나, 이 금주법은 원래 제정 취지와는 달리 어두운 세력들을 더욱 키워주는 셈이 됐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뉴욕시엔 금주법 발효 전 술집이 1만 5천개였으나, 금주법 시기에 오히려 3만 2천개로 늘었고, 경찰은 이들 술집들을 운영하거나 장악하고 있던 마피아들의 뇌물을 받으며 부패 사슬의 한 축이 되었고, 마피아들은 그들의 구역 확장, 장악을 위해 총격전을 벌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를 '광란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 위스키 중에서도 대표적인 위치에 있는 버번은 켄터키의 버번 카운티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술을 만드는 재됴로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가야 합니다. 대표적인 버번 위스키로는 와일드 터키 같은 것이 있습니다. 또 '테네시 위스키'도 있는데, 숙성할 때 오크(참나무)통이 아닌 메이플우드(단풍나무) 통에 숙성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옥수수, 호밀 등이 주재료가 되며, 흑설탕 물엿인 몰라세스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테네시 위스키 브랜드로는 '잭 대니얼' 있습니다.

 

아메리칸 위스키는 스트레이트로도 애용되지만, 미국의 '국민 음료'인 콜라에 섞어 칵테일로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번 콕' 이나 '잭 콕' 같은 것이 아메리칸 위스키에 콜라를 섞은 칵테일이죠. 뭐 별로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제 나이 또래 분들이라면 이른바 '소콜'의 무서움에 대해 잘 아실테지요.

 

느닷없이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는 미국 위스키에 대해 이렇게 몇자 끄적이는 이유는 최근 와인전문잡지인 '와인 스펙테이터' 지가 느닷없이 '아메리칸 위스키 특집'을 냈기 때문입니다. 와인이 향으로 마시는 술이기에, 스카치가 소개된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위스키는 왜 와인 전문잡지의 특집이 되어야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와인 스펙테이터 지의 자매지로, 잎담배 전문잡지인 '시가 아피시오나도'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엽궐련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입니다. 시가는 부의 상징이며, 성공의 상징입니다. 미국에서 거품경제가 한참 닷컴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주던 무렵, 시가는 성공한 투자자들의 상징처럼 퍼졌습니다. 담배는 초조한 사람들이 피우는 것이며, 시가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즐기는 흡연문화처럼 여겨졌고, 돈 있는 사람들의 파티엔 피노느와 와인의 향기와 코히바 시가(도미니카 공화국 산 고급 시가)의 향기가 넘쳤습니다. 시가를 멋드러지게 피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고, 그리고 시가에 대한 전문잡지가 생겨나기까지 한 것이죠.

 

그런데, 전혀 사람들이 짐작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죠. 불황이 길어지면서 한 대에 10-20 달러씩 하는 코히바 시가를 피우는 사람들은 당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때 잘 나가던 와인 문화도, 병당 수십-수백달러씩 하는 고급 보르도 와인이나 혹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카버네 소비뇽을 찾는 고객도 뜸해졌습니다. 과거에 수십달러씩 하던 나파밸리나 소노마의 고급 와인을 마시던 사람들이 병당 10-20달러의 중가 와인 시장으로 몰려갔습니다. 나파 밸리에서 가장 훌륭한 포도를 재배하던 포도원들도 자기들이 재배한 포도를 팔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들의 포도를 중저가 시장으로 넘겨야 했고, 그 바람에 중저가 포도주들은 졸지에 슬픈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와인 전문잡지를 뒤지며 맛있고 멋진, 허영기 조금 낀 좋은 와인을 고르던 사람들도 당연히 줄어들었습니다. 와인 셀러를 채우는 데 쓰이던 돈이 냉장고를 채우는 것조차도 벅차게 되어 버린 시절, 와인 잡지 구독자들도 당연히 줄었습니다. 하물며, 시가를 소개하던 잡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위스키를 찾는 사람들과 시가를 찾는 사람들은 대략 겹친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과거 와인 광고만으로도 지면이 차고 넘쳤던 와인 스펙테이터 지를 요즘 들여다보면 예전엔 많이 보이지 않던 스카치, 아이리시 위스키, 진, 보드카 광고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광고주를 전문용어로 '빨아주기 위해서' 이젠 아메리칸 위스키 특집이란 이름으로 어떻게든 불황을 이겨보려고 합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들의 전문잡지인 '시가 아피시오나도'는 곧 접던지 하겠죠. 그쪽으로 실리던 광고들이 천천히 와인스펙테이터로 옮겨오는 것을 보면서, 거품에 의존해 자라왔던 신자유주의 붕괴 시대의 자화상 하나를 보는 듯 합니다.




 

시애틀에서...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