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행복한 가정에 실었던 원고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SmileJo-
잘 놀고 제대로 쉬어야 행복하다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조주영
일, 놀이, 휴식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요소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하모니를 이룰 때 더욱 빛난다. 일은 삶의 풍요를 가져오고 놀이와 휴식은 삶의 조화와 균형을 위한 윤활작용을 한다.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헨리포드(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설자)는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위험하고, 쉴 줄만 알고 일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모터가 없는 자동차와 같이 아무 쓸모가 없다.”고 하였다.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는 “일과 놀이가 규칙적으로 교대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생활은 즐거운 것이 된다.”고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렇지만 놀이나 휴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공을 들여 불균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일만 하고 놀지 않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J. 하우얼).”고 한다. 보다 조화롭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놀이와 휴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도끼날을 오래 사용하여 무디어지면 다시 벼려야 도끼이용에 효율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 놀이와 휴식은 삶에 지치고 무디어진 심신을 보듬고 다듬어 삶의 활력과 생명력을 더해주고 창의력과 자기개발로 이끄는 참으로 긴요한 과제이다.
골프선수 박세리는 1998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IMF로 힘들어 할 때 “맨발의 신화(연못 수풀 러프에 걸친 골프공을 양말을 벗고 맨발로 물에 들어가 쳐올린 일)”를 보여주었고, 극적인 우승까지 하여 전 국민에게 “박세리 성공 신화”, “희망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골프경력 15년 즈음, 그녀는 골프여왕이 되어 있었지만 성적부진에 빠지게 된다. 당시 그녀가 아버지에게 “다른 건 다 가르쳐 놓고 왜 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느냐?”고 한 말은 휴식의 절실함을 말해준다. 그녀의 자가진단과 처방은 “골프에 지쳤다. 이제 골프에서 잠시 빠져 나오고 싶다. 나는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였다.
그녀는 작년에 SBS 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2013년 1월 7일)』에 출연하여 휴대폰 배터리충전의 예로 “자신의 몸을 너무 혹사하여 끝내 방전되고 말았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휴대폰 배터리가 남아 있지 않음을 알리는 신호가 오면 충전을 해야 하는 데 배터리가 다 닳아 충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돌봄 요청 메시지를 무시한 결과 심신이 소진상태에 이른 것이다. 박세리 선수에게 절실했던 것은 “적당하게 일하고 좀 더 느긋하게 쉬어라. 현명한 사람은 느긋하게 인생을 보냄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그라시안).”이지 않았을까?!.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호이징아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인간은 놀이의 동물이다.”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문화가 놀이로부터 기원하며, 이전 세기에 이미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임을 예견했다. 호이징아의 예견처럼 이 시대는 놀이와 적절한 휴식이 중요한 시대다. 이런 필요성을 대변하듯 최근 휴테크(休tech)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충분한 휴식으로 재충전하고, 놀이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은 단순한 휴지(休止)이상의 의미다. 익숙한 것과는 결별하고 새로운 것과 반갑게 조우하기 위한 준비의 기간이다. “여가활동이나 놀이는 시간낭비”가 아니라 “좋은 휴식은 곧 재창조의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많은 사람들이 여유가 없다고 한다. 공부하고 일하느라 쉴 틈이 없고 시간이 없어서 놀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설령 시간이 나더라도 창조적으로 놀 줄을 모른다. 대신에 ‘대신 놀아주는’ 『1박 2일』, 『나가수』, 『런닝맨』같은 TV의 연예오락프로그램이나 『축구 경기』, 『야구 경기』등의 스포츠 관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 직접 참여하는 놀이가 아니라 보는 놀이, 머리로 하는 놀이에 익숙하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는 놀이가 아니라 돈으로 사는 놀이, 주어진 놀이에 습관화되어 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하는 것’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노는 것’은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놀면 불안해지는 병’에 걸려 제대로 놀지 못하는데,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천박한 여가문화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고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놀이를 회복해야 한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놀이의 결핍이나 제대로 못 노는 것은 세상을 배울 기회를 잃는 것이다. 직접적이면서도 풍부한 놀이경험은 자연스럽게 세상을 배워갈 수 있게 한다. 성인들에게는 “일과 삶의 조화”를 위해 놀이가 필요하다. 김정운 교수의 주장처럼『노는 만큼 성공한다(21세기북스, 2011)』. 그는『휴테크 성공학(명진출판사, 2003)』을 통해 “21세기가 원하는 경쟁력은 휴식에서 창조되고 놀이에서 발견된다!”, “휴테크는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고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최고의 전략이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놀이와 휴식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만큼 잘 놀고 제대로 쉬는 것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임을 알려준다. 수년전에 유행했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의 카피처럼, 잘 놀고 휴식도 제대로 하자. 더불어 삶의 질이 향상되고 더 큰 행복을 만끽하며 밝고 건강한 문화 창조에 기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