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천개벽사상(後天開闢思想)>>
-후천개벽은 우주적 시간을 선천과 후천으로 나누고 현재 이전의 시대를 선천시대(낙서)로, 이후의 시대를 후천시대(정역)로 구분하여 우주 및 인간사에 전면적으로 대변혁(開闢)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사상이다. 지축의 변화로 일어나는 우주주운동이다. 이러한 사유방식은〈주역〉에도 이미 나타나고 있고 서구적인 종말론과는 달리 영겁의 회귀라는 동양의 순환적인 易의 논리에 기초한 시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간적·공간적으로 분명한 미래의 청사진을 제공함으로써 민중들에게 현세구원사상으로 큰 힘이 되었다. 이 사상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정역·동학·원불교·증산교.대순진리회.대종교. 등 민족의 자생적인 종교운동을 계기로 한국 신종교 특유의 시간적인 대망사상으로 정착되었다.
-개벽(開闢)이라는 말은 세상이 새로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거나, 하늘과 땅이 조화롭게 맞붙어 기존의 혼란한 일체 삼라만상을 갈아 없애고 세상이 正倫으로 새 출발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이 세상에서 고통받는 민중들에게는 그 개벽의 시기가 언제인가의 민중의 욕구에 응답한 것이 후천 개벽사상이며, 조선시대 유교적 정통사상에 비하여 반사회적·혁명적인 성격을 띤 현세적 천국(유리세계, 미륵사상)을 갈망하는 민중 지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현세에 도래하는 이상적 도원경인 극락선경(極樂仙境)·용화세계(龍華世界)·춘원선경(春園仙境) 등의 각종 공간적 관념이 현실적인 이상세계와 잘 결합하여 민중의 염원에 큰 호소력을 보였다.
-후천개벽사상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전승해 내려오는 미륵신앙(불교)및 도참사상(도교, 풍수지리)을 배경으로 하여 혁세(革世)하고 진인(眞人)의 출현을 대망하는 민간전승과 결합된 참위적 성격의 운세사상으로, 민중 사이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가 특정한 사회적 조건이 성숙되면 표층에 모습을 드러내 왔다. 후천 개벽사상은 한국 신종교의 공통적 이념인 신천지 도래의 운도적(運度的) 근거를 제공했으며, 이 종교와 사상들은 이 사상을 통해 민중과 사회에 대한 구원의 논리를 전개했다. 김항(一夫)의 정역(正易)의 유리세계, 동학의 최제우(崔濟愚)의 지상선경(地上仙境), 증산교의 강일순(姜一淳)의 후천선경(後天仙境), 원불교 소태산(少太山)의 이상적 불국토(佛國土), 증산(甑山) 강일순의 가르침을 모태로 한 박한경의 대순진리회 등이 모두 후천개벽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현세에 도래할 후천낙원의 이념을 바탕으로 제시된 것이다.
-후천개벽사상을 역학(易學)의 논리로 체계화시킨 사람은 김항(一夫)으로 복희역(伏羲易)과 문왕역(文王易)과의 관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그것을 체(體)와 용(用)의 관계로 보는 정통 성리학의 입장과 단순히 관념상의 장대한 시간의 선후관계로 보는 이전의 입장을 떠나 ①, 선천역인 복희역과 문왕역을 극복한(즉 변증법적으로 지양한 후천역인 제3의 易), 자신이 고안한 正易에 의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의인화된 성인(聖人-盤古)의 시대에 돌입한다는 것이고, ②, 실제 지구의 공전주기가 지축의 정위로 인하여 360일로 바뀌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③, 유리세계(琉璃世界)라고 하는 이상적인 낙원(樂園), 대동(大同)의 세상이 전개되며, ④, '역자역야'(易者曆也)라고 하여 역리 자체를 지구의 공전주기에 의거해서 설명하는 등 최제우와는 달리 후천개벽을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현실과 관계하여 논리적으로 이해한 점에 있다.
*, 김항(一夫)의 <후천개벽사상>
1, 일월개벽(日月開闢) 사상이다.
-김항(一夫)은 다른 개벽사상이 인간사회의 전면적 변혁에만 중점을 두어 언급하는 것과 달리 우주의 운행질서 자체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역학적인 설명을 하고 있으며 이는 그의 사상의 큰 특징이다. 천지운행 특히 일월운행이 후천시대에 이르러 변화됨에 따라 종래의 역(曆)의 적용이 무의미하게 되는데 '윤변위정'(閏變爲正)으로 현행의 윤력(閏曆)이 미래에는 정력(正曆)으로 바뀐다는 의미이다. 이 원리를 밝히기 위해 그는 원역(原易), 즉 윤력도수·정력도수를 포괄한 절대적·총체적인 근본 역수를 375도라는 수치로 밝혔다. 후천개벽은 여기에서 15도가 존공귀체(尊空歸體)하는 것으로 1년이 360일로 변하는 正曆이 된다. 정역에서는 선, 후천변화에 의하여 이루어진 후천세계는 우주가 최후로 완성된 세계라 본다.〈주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복희역은 선천세계를 나타내는 것이고 주역(문왕역)은 후천세계를 나타내는 것(송나라 소강절 분류)이었는데, 김항(一夫)은 낙서의 주역(문왕역)이 선천이고 하도의 '正易'은 후천으로 되는 선후천변화원리로 본다.
2, 신명개벽(神明開闢) 사상이다.
-신명은 인간의 내적 정신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우주적 일월개벽은 인간의 주체적 정신혁명을 통해 완성된다. 역수(曆數)원리와 정신(精神)원리는 우주와 인생의 측면을 각각 나타내며 그 원리는 일치한다. 지축의 경사인 선천시대에서는 성인만이 이 원리를 체득하여 후천적 의미를 깨달았고 음양이 서로 어긋남에 따라 인륜도 패화위륜(悖化爲倫)의 경지로 떨어진다고 했고 천도에서 음양이 어긋남에 따라 인륜도 패륜(悖倫)에 떨어졌으나 후천시대에서는 지축의 정위로 인하여 음양이 균등해짐에 따라 정륜(正倫)의 시대가 열리며 후천시대에는 올바른 윤리와 정치가 크게 드러난다.
-김항(一夫)은 과거 중국의 易사상과는 반대로 선후천 개념을 다시 설정하고, 후천개벽사상을 역리적 논리형식으로 체계화하여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우주사적 원리를 규명했다. 正曆사상에 의하면 우주에는 생장기·성수기가 있는데, 생장기는 초초지력(初初之曆)에서 閏曆之曆에, 성수기는 내내지력(來來之曆)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까지는 일월(日月)이 운행하는 천지도수(天地度數)에 따라 만물이 성장했는데, 그 도수가 다 된 정력도수에 따라 만물이 성숙되어 결실된다. 이 시대에는 인간이 신명성(神明性)을 계발함으로써 완성되고 천인일여(天人一如), 신인일여(神人一如)의 세계가 되어 조화된 유리세계(대동사회)가 열린다고 한다.
-선천세계(先天世界)와 후천세계(後天世界)로 시운(時運)을 나누고, 선천세계는 운이 다해서 닫히는 반면, 후천세계는 새롭게 열릴 것이라는 역성혁명사상(易姓革命思想), 음양오행의 선천·후천사상, 말세사상(末世思想)과 연관되어 있다. 한말 민족종교에서는 음양오행사상이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주역≫에 나오는 천지비(天地否)괘가 지천태(地天泰)괘로 바뀐다는 사상이 근간으로 천지비의 괘는 천지의 운수가 막혀 있는 괘이기 때문에 군자가 물러가고 소인이 득세하는 때이며 소극적 침체된 분위기이고 사람의 정도(正道)가 막혀 있음을 나타낸다. 지천태의 시대로 접어들면 하늘과 땅이 교체되어 서로 통하게(泰) 된다. 건원(乾元)의 양기가 내려가 안(下,北)에 머무르고, 곤원(坤元)의 음기가 상승하여 외(上,南)에 머무르게 되어 음양의 두 기운이 화합하여 만물을 생성, 번창하게 하는 것으로 정역괘도에 잘 나타난다.
①, 김항(一夫)의 ≪정역 正易≫에서, 역수원리(曆數原理)에 따라 이제까지는 초초지역(初初之易), 閏曆之曆에 따라 움직였으며, 해와 달이 운행하는 천지도수에 따라 만물이 이루어졌음에 비하여, 앞으로는 내래지역(來來之易)에 따라 움직이며 정력도수(正曆度數)에 따라 만물이 결실된다. 이 시대에는 인간이 자신의 신명성(神明性)을 계발하여 신인일여(神人一如)의 세계가 되며 조화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
②, 최제우(崔濟愚)는 시세(時勢)의 길고 짧음, 천지변화의 차고 비는<盈虛> 시운사상(時運思想)을 변역사상(變易思想)과 더불어 강조한다. “불교·유교 누천년에 운(運)이 역시 다하였던가(교훈가)?”, “나 역시 40평생 하염없이 지내더니 이제야 이 세상에 홀연히 생각하니 시운이 들렸던가, 만고(萬古) 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이 세상에 창건하니 이도 역시 시운이라(권학가)”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시운에 따라 비었던 곳을 채우는 일이 생겨난다. 그것이 후천세계이며 그 세운(世運)은 5만년 동안 계속된다고 하여 이전의 세(世)인 상원갑(上元甲)과 구별, 하원갑(下元甲)이라고 불렀다. 후천개벽의 세계가 열리는 것은 쇠운(衰運)이 지극해지면 성운(盛運)이 온다는 음양교체의 이치에 근거하고 있다.
③, 강일순(姜一淳)의 <증산도>는 원한으로 인하여 상극(相克)이 지배한 시대가 바로 선천시대라고 보고, 후천시대는 그 원한이 풀리고 모든 존재가 서로 상생(相生)하는 시대임을 주장하였다. 상제가 직접 구천으로부터 내려와 인간세계와 신명세계를 두루 살피고(大巡) 난 다음, 모든 원한과 그 여건들을 없애버림으로써 신명들과 인간들 사이에 생겨난 상극상쟁(相克相爭)의 요소를 해소하여 후천시대의 이상세계를 건설한다는 것이다(天地公事). 천지공사로서 세워지게 되는 후천세계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의 세계이고, 사람이 으뜸으로 되는 인존세계(人尊世界)로서 신명들은 이를 위하여 존재한다.
④, 박한경의 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는 조철제(무극도)⟶박한경(태극도), 신앙의 대상이 상제인 증산 강일순이며, 신종교인 증산계열의 한 파(派)로 알려져 있다. 도전인 박한경은 1996년 사망했으며, 도주(道主) 조철제를 옥황상제로 받든다. 일반 대중에는 '도를 아십니까?'라며 다가오는 길거리 포교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대순진리회를 탈퇴하여 2002년 설립한 <대진성주회>에서는 길거리 포교에 적극적이다. 태극도(太極道)의 총도전 박한경(朴漢慶)이 태극도로부터 분립하여 서울에 본부를 두고 포교를 시작한 데서 비롯되었다. 경상남도 함안(咸安) 출신의 조철제(趙哲濟)가 1925년 전라북도 정읍(井邑) 구태인에 무극도(无極道)를 창시하였으나, 41년 일제의 '종교단체 해산령'에 의해 여타 종교단체들과 함께 강제 해산되었다. 8ㆍ15광복이 되자 1948년 부산에서 다시 종단을 일으키고, 이름을 태극도(太極道)로 바꾸었다. 1958년 창도주(創道主)인 조철제의 유명으로 박한경이 총도전이 되었으나 조철제의 아들 영래(永來)와의 사이에 주도권을 놓고 불화가 잦았다. 박한경은 1968년 4월 지지자들을 이끌고 교단을 나와 상경, 현재의 서울특별시 광진구 중곡동에 터전을 잡고 대순진리회를 창립하였다.
*, 東學(천도교)의 시천주(侍天主) 사상과 후천개벽사상
-시천주(侍天主)는 최제우(수운)가 세운 동학의 근본 사상으로 ‘천주를 모신다’는 뜻이다. 天主는 일반적으로 절대자 초월자를 의미하는데 동학(천도교)에서 한울님을 한자로 표기할 때 쓴다. 동학에서 말하는 한울님은 인간에게 벌을 주는 무서운 절대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며 인간에게 올바른 언행을 가르쳐주는 친근한 존재이다. 동학에서는 세계를 선천세계와 후천세계로 나누는데, 후천개벽은 선천세계의 시운이 다하면 후천세계가 새롭게 열릴 것이라는 사상이다. 이는 역성혁명, 음양오행설의 선천·후천 사상, 말세사상과도 관련이 있다. 동학에서는 후천개벽은 봉건적 질서의 종말을 말하고, 봉건적 질서와 서양 세계의 도전을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후천세계가 등장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때 선천시대에 억눌린 자들이 대접받게 되고, 참다운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며, 물질적 풍요가 성취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러한 새로운 세상이 내세가 아닌 현세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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