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다음날 아침 가까운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둘은 조간신문을 봤다.
[신주쿠에서 노숙자 사망]
라는 작은 기사가 실렸다.
기사내용도 짧았다.
[신주쿠 중앙공원에서 노숙자 도오타다 아키다 씨가 가설텐트 안에서 시체로 발견. 식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됨]
이 뿐이었다.
“식중독이라니, 정말일까?”
유미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디.
기노시타는 대답도 없이 식사를 마치자 유미를 재촉해서 식당을 나섰다.
둘은 우선 스가모의 도게누키 신사로 향했다.
참배 길의 양 옆이 상점가로 역시 나이 든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 틈에 섞이니 안심이 된다.
“아키다 씨가 죽어서 물어볼 데가 없어졌네”
기노시타가 걸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하세가와는 뭘 하고 있는 거야? 왜 연락을 하지 않는 거지?”
유미는 화가 나는 듯이 투덜댔다.
“도망 다니고 있는 건가?”
“형사들한테 쫓겨서?”
“응. 곧바로 긴잔온천으로 도망가면 우리들에게 심려를 끼칠 줄도 모르니까, 다른 곳으로 도망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
기노시타가 설명했다.
“그래도 전화연락은 할 수 있는데”
“아무리 해도 전화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어떤 이유인데?”
“우리들 휴대전화번호를 잊어버린 건 아닐까?”
“그래도, 긴잔온천의 세이스이칸 이름은 일고 있겠지. 찾아보면 전화번호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유미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의문은 계속 생기는데, 도대체 그는 어디에 있는지 넌 알겠어?”
기노시타가 물었다.
“하세가와에게 여자가 있지 않았나? 우리 모두 [로망의 잔당]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가 더 중요해서 둘이서 어딘가로 모습을 감췄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유미가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내가 아는 한, 그런 여자는 없는 걸로 아는데…….”
“그래도, 그의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잖아”
“그건…… 서로의 과거 및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는 노터치가 우리의 약속이니까”
“그렇다면, 아마도 그녀와 같이 있을 거야”
유미는 단정하듯이 말했다.
“확실히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네”
“그는 젊기 때문에 여자에 빠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그러나, 그렇다면 아키다 씨한테 왔던 남자는 어떻게 봐야 하나?”
기노시타가 물었다.
“그 남자는 형사라고 생각해”
“팔찌는 어떻게 설명하고?”
“그건, 경찰이 자주 쓰는 수법이야. 귀중한 정보를 혼자만 알고, 매스컴에는 발표하지 않아. 일본 경찰은 비밀주의를 좋아하니까. 범인을 안심시키는 더러운 수법이야”
유미가 설명했다.
기노시타는 쓴 웃음을 지며
“졌다, 졌어. 너한테 물어보면 모든 게 다 설명되잖아”
그러나, 기노시타는 아직도 개운치 않았다.
하세가와가 N금융을 습격한 범인으로 체포되었다는 기사는 아무리 찾아봐도 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현대의 경찰은 중요한 단서를 매스컴에 공표하여 시민들의 협조를 받곤 했다. 정보공개 수사가 유행이기 때문이다.
유미는 일본경찰이 중요한 정보를 감춘다고 한다.
확실히 그런 경향은 있지만, 그렇다 해도 사건발생 직후라면 몰라도, 수사가 장기화되면 갑자기 갖고 있는 정보를 흘리기 시작하여 범인체포를 서두르는 것도 일본 경찰 최근모습이다.
N금융을 습격한 게 10월 1일. 이미 3주간 가까이 지나고 있다. 서서히 하세가와의 팔찌에 대해 발표할 시기가 된 게 아닐까?
“역시 뭔가 이상해”
기노시타가 고개를 갸웃하자, 유미가 웃으며
“아직도, 그 남자가 형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뭔지, 형사가 아닌듯한 느낌이야”
기노시타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형사가 아니면, 누구라고 생각해?”
“그걸 모르겠어”
“모르면 죽도 밥도 아니잖아”
“여하튼, 아키다 씨는 남자가 팔찌를 보여주니까 하세가와의 이름을 알려줬다고 생각해. 더욱이나, 더 자세한 걸 알려고 하다가 아키다 씨마저 죽어버렸어. 아주 기분이 나빠”
“그러나, 하세가와는 아직 경찰에 잡히진 않았어”
“그래서 나도 안심은 하고 있지만……”
“너무 걱정 하지마. 여하튼 그는 붙잡히지 않았으니까, 조만간 긴잔온천으로 올 거야”
“그러나, 지금 어디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어. 오늘 내로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기노시타가 자신 없이 말했다.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오늘 하루 시간이 있잖아”
유미가 격려의 말을 한다.
“그건 그런데……”
“우리들 전원이 다이쇼 로망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자고 맹세했잖아. 특히 당신과 하세가와와는 깊이 사귄 사이였잖아”
”호리를 포함, 세 명이”
"그렇다면, 힘을 내서 어떻게 하던 그를 찾아보자고”
유미가 격려를 했다.
6.
둘은 지금부터의 찾는 방법과 피로를 풀기 위해 작은 찻집을 찾았다.
도게누키 신사 지방답게 케이크 대신 지방특산물인 떡을 팔고 있었다.
둘은 그 떡과 차를 주문했다.
기노시타는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만약을 위해 휴대전화로 하세가와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쭉 걸리지 않았던 전화였다.
“아--, 신호가 간다”
기노시타가 소리를 질렀다.
“여보세요, 하세가와야?”
기노시타가 신이 나서 묻는다.
“응”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만나고 싶은데”
“아라카와의 공사현장”
“여보세요, 아라카와의 공사현장이라고?”
“-----“
갑자기 다시 전화가 들리지 않았다.
“뭐라는 거야?”
“아라카와의 공사현장에서 만나자고 했어”
기노시타가 대답했다.
“그 장소, 뭔가 생각나는 게 있어?”
“응, 세 명이 노숙할 때 일용노동자로 일하러 갔던 건축현장이야”
기노시타가 답을 했다.
그 장소는 아타치 구의 기타센쥬로, 아라카와 강 연안에 고층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몇 일간인가 하세가와 및 호리와 함께 일하러 다니곤 했다.
“점심시간에 아라카와 강 언덕에 앉아 여자 이야기 또는 장래의 일 등을 이야기하곤 했었지”
“그렇다면, 하세가와가 틀림없잖아. 지금부터 만나러 가보자고”
유미는 신이 나 있다.
“가는 건 좋은데……”
“뭔가 미심쩍은 게 있어?”
“전화 목소리가 조금 이상했어”
“하세가와 목소리가 아니었어?”
“아니, 그 친구 목소린 맞는데, 목소리에 힘이 없었고, 금방 끊어버린 게 이상해”
“어쩌면 몸이 안 좋은지도 모르지. 정말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는 게 좋지 않겠어”
“그래. 가보자고”
다행스럽게도 스가모에서 기타센쥬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다. 전철로 니시 닛뽀리에서 죠반선으로 환승해서 기타센쥬로 향했다.
기타센쥬에서 내려 둘은 아라카와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라카와 강 언덕이 보이기 시작한다.
둘은 강 언덕에 올라 하류방향으로 걸어간다.
전방으로 중간 정도까지 올라간 고층 아파트가 보였다.
“저기서 일을 했고, 이 언덕에서 점심밥을 먹었었어”
갑자기 발길을 멈추고 기노시타가 말을 했다.
“어--, 저기 언덕에 앉아 있는 게 하세가와 아냐?”
유미가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역시, 30미터 정도 전방에 남자가 언덕에 앉아 있다. 등을 구부리고 땅을 쳐다보고 있는 젊은 남자였다.
“아--, 그 친구인지도 몰라”
“가자!”
유미가 뛰어가려는 걸 돌연, 기노시타가 그녀의 팔을 잡아 멈추게 했다.
“왜 그래?”
“도망 가!”
기노시타가 유미의 팔을 끌고 언덕 밑으로 뛰어내렸다. 유미가 작은 비명을 질렀다.
언덕을 내려서자 반대방향으로 기노시타가 계속 뛰었다.
유미는 숨을 헐떡대면서
“힘들어 죽겠어! 도대체 왜 그래?”
“----“
“기노시타는 아무 말도 없이 몸을 움츠리며 무서운 거라도 본 듯이 뒤를 돌아보았다.
“함정이야”
기노시타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뭐가 함정이란 거야?”
“하세가와가 전연 얼굴을 들지 않았고, 이곳에서 기다린다고 한다면 이곳 저곳 주위를 둘러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상한 남자가 두 명 있었어”
“정말이야?”
“하세가와한테서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중년남자가 한 명 앉아 있었어. 그리고, 언덕 위에 봉고차가 서 있고, 그 옆에 남자가 있었고”
“차는 서 있었지만……”
“그 두 명은 형사야”
“뭐 때문에 형사가 있는데?”
“그러니, 함정이지”
“그러나, 우리들은 N금융사건과는 아무 관계도 없어”
“경찰은 하세가와에게 공범이 있다고 생각해 함정을 만든 거지”
“공범이라니, 우리들을 말하는 거야?”
“그래”
“그렇지만, 하세가와는 혼자서 일을 저질렀어”
“그러나, 경찰은 공범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왜?”
“잘 들어. 하세가와는 N금융으로부터 200만 엔을 뺐었어. 그리고 그 돈을 즉시 송금해서 그에게는 1엔도 없어. 그렇다면 형사는 그에게 공범이 있고, 그 공범에게 200만 엔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해도 이상하진 안잖아”
기노시타는 장황하게 설명했다.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첫댓글 다음으로 계속될때를 기다립니다~~~~~~~~~^^*ㅎㅎㅎ
하세가와는 어떤 상황에 처한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조금만 참고 읽어 주시면 해답이 나오겠지요
뛰는자 위에 나는자 !
사건 전개가 진지해 집니다.
두사람이 생각한대로 정말 공범을 잡기 위해 잠복해 있던
경찰일까요?제가 추리 소설을 많이 읽어본 경험에 의하면
형사들은 아닐꺼라는 생각...암튼 넘 궁금해서 다음편으로
빨리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