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둘은 강 언덕 아래에서 한참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드디어 언덕 위에서 자동차 엔진 거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사라진 후 둘이 언덕 위로 올라가자 봉고차도, 남자 두 명도, 하세가와도 사라진 후였다.
기노시타는 안심하듯이 한숨을 내쉬었으나, 유미는
“하세가와가 경찰에 잡혔구나”
“그렇게 보이네. 공범을 잡으려고 일부러 하세가와 체포사실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거야”
“그가 긴잔온천 구입에 200만 엔을 사용했다고 자백하면 어떻게 하지? 우리들 모두 체포되잖아”
유미가 안색이 새파래져서 불안해 했다.
“괜찮아. 하세가와는 그런 중요한 일을 간단히 떠들어댈 사람이 아니야”
“그래도……“
“만약에 그가 긴잔온천 건을 자백했다면 경찰은 곧장 긴잔온천으로 가지, 이런 곳에서 함정을 만들지는 않아”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리더에게 알리자”
기노시타는 언덕 위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긴잔온천의 사사키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세가와의 일을 이야기하자 사사키도 놀란 듯이 목소리에 힘이 빠져서
“결국은 경찰에 붙잡힌 거네”
“경찰은 그를 미끼로 해서 공범을 잡으려고 합니다. 그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하세가와는 우리들 이야기도, 긴잔온천 일도 경찰에는 자백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러네. 이야기했다면 벌써 여기로 경찰이 왔었을 테니까”
“이제부터 저와 유미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노시타가 물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현재 하세가와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알아봐. 경찰에 잡힌 거라면 언제 기소되는지, 어느 서에 구속되어 있는지, 등을 말이야”
사사키가 부탁했다.
“내일 하루 종일 조사해 보겠습니다. 모래 이후에도 도쿄에서 활동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되니까요, 기껏해야 내일 하루뿐이네요”
“알았어. 모래 긴잔온천으로 돌아와”
사사키가 명령하듯이 말했다.
기노시타와 유미는 하루 더 스가모의 다른 비즈니스 호텔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방에 올라가 기노시타가 다시 한번 하세가와의 휴대전화로 걸어보니, 이번에도 응답이 있었다.
“여보세요”
피로에 젖은 하세가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노시타는 당황하여 전화를 끊어버렸다.
“경찰은 아직도 함정을 풀리 않았어”
그는 화가 나는 듯이 말했다.
유미는 혀를 차며
“틀림없이 하세가와의 휴대전화를 앞에 놓고 전화가 울리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어.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니까”
“경찰이란 그런 데야. 아무리 비겁한 짓을 해도 성적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하거든”
“하세가와는 협박 때문에 휴대전화가 울리면 곤 받는 걸까?’
“자금 여보세요 하는 것도 녹음된 건지도 몰라. 휴대전화가 울리는 거와 동시에 접속되어 테이프가 돌아가도록 되어 있고, 전화한 사람의 목소리가 녹음되도록 되어 있는지도 몰라”
“결국은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게 잘한 거네”
“그래서 급히 끊은 거야”
라고 대답하곤 기노시타가
“그건 그렇고, 아— 울화통 터져. 경찰이 하세가와를 체포했다면, 했다고 발표하면 그만인데, 그걸 숨기곤 쥐 잡기를 하고 있잖아?”
“경찰을 깜짝 놀라게 할 무슨 방법은 없을까?”
“경찰에 직접 전화를 해도 모르겠다면 그걸로 끝이야. 아니면 직접 뛰어들어가서 하세가와를 뺐어 올 수도 없고”
“신문에 제보를 하면 어떨까?”
“신문에?”
“그래.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해 놓고도 숨기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알리면”
유미가 제안한다.
“해 보자”
기노시타는 츄오신문 전화번호를 찾아 휴대전화로 걸었다.
교환이 나왔다.
“사회부를 부탁합니다. 경찰담당 기자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전화가 연결되어
“경찰담당인데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0월 1일의 N금융 사건에 대해 할 말이 있는데요”
기노시타가 운을 띠웠다.
“그 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요. 용의자도 체포되지 않았고요”
“그런데요, 범인은 이미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아무 발표도 없는데”
“일부러 체포한 걸 숨기고 있어요. 이런 건 경찰의 상투수단이잖아요?”
“그러나, 경찰이 체포사실을 숨길 이유를 모르겠는데. 지금 경찰은 위신이 땅에 떨어져서 범인을 체포했다고 자랑해야 할 판인데”
“경찰은 더욱 큰 사건과의 관계를 보고 있어요. 좀 더 큰 업적을 올리고 싶어하거든요”
“당신은 누군데 그런 걸 알고 있죠?”
상대기자가 묻는다.
‘여하튼, 경찰을 조사해 보세요. 용의자가 유치되어 있으니까, 당신 회사의 특종이 될 겁니다”
기노시타는 말을 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신문을 기대하며 되풀이해서 읽었으나 그런 기사는 없었다.
오후가 되어 초판 발행석간을 역에서 구입하여 펼쳐보았으나 어느 곳에도 기대하던 기사는 없었다.
기노시타는 화를 내며 츄오신문사 사회부에 전화를 걸었다. 틀림없이 경찰에게 말려들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뉴스에 나오지 않는 겁니까?”
기노시타가 강하게 항의하자 역으로 어제의 기자가
“거짓말 하지마!”
라며 큰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이라니, 뭔 소리야? 애써 특종을 안겨줬더니”
“그 사건 범인은 경찰이 아직 체포하지 않았어. 지금도 미친 듯이 범인을 쫓고 있어”
“그건 이상한데. 속고 있는 거야”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난 오랫동안 경찰담당을 해왔어. 경찰 일은 잘 알아. N금융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경찰은 용의자신원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그건 이상한데”
“더 이상 되지도 않는 말로 업무방해 하지마!”
두 사람의 대화는 탁 하고 기분 나쁘게 끊는 전화소리로 끝을 맺었다.
제 3장
1.
수사본부의 도츠가와 경위에게 츄오신문 사회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데스크의 고자카이인데요, 전의 N금융 습격사건의 일로”
“아--. 경찰이 범인을 잡았느니 아니니, 숨기고 있다느니 뭐니 하던 건 말입니까?”
‘네, 그 후 다시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틀림없이 범인을 체포했다고,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고자카이는 정말로 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듯한 어투였다.
“경찰은 그런 거짓말은 안 해요. 국제문제도 아니고, N금융을 습격한 범인에 대해서는 예의 수사하고 있으나, 불행스럽게도 아직 범인의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어요”
도츠가와 경위가 설명했다.
“그런데, 왜 그리 끈질기게 전화를 할까요?”
“어떤 사람입니까? 이름은 말하던가요?”
“절은 남자인데요, 이름은 말하지 않았으나 그냥 장난으로 전화한 건 아닌듯합니다. N금융의 범인은 확실히 젊은 남자였지요?”
“눈만 나오는 방한모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20대의 젊은 남자였었다고 사무실 사람들이 증언했지요”
“그렇다면, 전화한 사람이 그들과 한 패인지도 모르겠네요”
고자카이는 말했다.
“왜 한 패라고 생각합니까?”
“의외로 체포된 사람을 걱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받았거든요”
“몇 번 말씀 드리지만 N금융사건의 범인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도츠가와 경위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그러세요?”
가메이 형사가 묻는다.
도츠가와 경위는 금방 받았던 전화내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묘한 이야기네요”
“츄오신문에 전화한 젊은 남자의 신원이 신경 쓰이는데. 고자카이 데스크는 그가 한 패가 아닐까 하고 말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몇 군데인가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지”
“그렇습니다. 우리 팀에서는 그게 어떤 그룹의 범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중의 한 명이 어떤 이유론가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생각되었고, 그룹의 또 다른 한 명이 걱정이 되어, 츄오신문에 전화해서 상황을 알아보려고 했다고 생각되네”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N금융을 습격한 젊은이라는 말이지요”
“그런 것 같아”
“그러나 우리 팀에서는 범인을 체포하지 않았습니다”
가메이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만드네”
도츠가와 경위는 말하며 그걸 칠판에 적었다.
1). 경찰의 수사를 방해할 목적의 유언비어인 경우
2). N금융습격사건의 범인이 어떤 이유로 행방불명이 되어, 패거리들이 그걸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
3). 그 범인이 경찰 이외의 사람이나 그룹에 유괴되어 감금되었고, 그걸 패거리들이
경찰에 체포된 걸로 믿고 있을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경우는 이 세가지 케이스이겠지”
도츠가와 경위가 말했다.
“첫 번째 케이스는 약간 상정하기 어려운 경우지요.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겠다면 다른 방법도 많이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상정할 수 있는 경우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케이스겠지요”
가메이 형사가 의견을 말했다.
도츠가와 경위는 긍정하면서
“나도 동감이야. 이 두 경우 중에, 두 번째 케이스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걱정되지 않아.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자동차로 이동 중에 도쿄 만에 빠졌다면 사체가 인양되면, 그것으로 사건은 해결이야. 문제는 세 번째 케이스지”
“그러나, 누가 N금융을 습격한 범인을 유괴할까요? 범인이 몇 천만 엔을 강탈했고, 그 돈을 목적으로 범인을 유괴했다면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그 범인이 N금융으로부터 뺏은 금액은 단지 200만 엔이거든요. 그래요, 우리 같은 월급쟁이에겐 200만 엔도 큰 돈이지만, 그들에겐 더욱 큰 표적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확실히 N금융사건의 범인을 노리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아. 200만 엔을 뺏기 위해 범인을 유괴하기보다는 범인에게 느닷없이 달려들어 돈을 뺏어 도망가는 게 훨씬 쉬울 텐데”
도츠가와 경위가 의견을 말했다.
“그러나, N금융빌딩 가까이에서 그와 비슷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면으로 조사해 볼 필요는 없을까?”
도츠가와 경위가 말했다.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첫댓글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만드네요.
역시 추리소설의 맛을 더 느끼게 해주시네요~~~~^^* 재밌어요~~~ㅎㅎㅎ 다음을 기다립니다~~~~^&^
역시 제 짐작대로 하세가와를 붙잡고 있는건 경찰이 아니었네요.
전 하세가와가 노숙 생활을 했지만 혹 대단한 재력가의
후계자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그렇다면 하세가와
한사람만 찾아내면 끝인데 하세가와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까지
잡으려 하는게 이상하네요.혹 팔에 문신을 한 7인의 리더와
관계 있는건 아닐까요?소설을 읽는동안 내내 그 사람의
정체가 제일 궁금했어요.아마도 이야기의 실마리는 그 사람과
연관이 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이야기에선 그 궁금증이 풀릴까요?
지금 휴대폰으로 읽다보니 눈이 좀 피로하네요.
배도 고프구요,궁금하지만 일단 점심부터 먹고 이어서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