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둘째아이를 낳고 몸매가 펑퍼짐해진 고희정(34) 씨. 패션에 관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그녀가 이번 겨울에는 레깅스에 도전했다. 아랫배와 엉덩이에 붙은 군살이 부담스럽지만, 각선미에 자신 있었기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것.
연말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도 군살을 감출 수 있었던 그녀만의 비결은 바로 ‘니트’다. 고씨처럼 겨울철을 맞아 엉덩이까지 풍성하게 내려오는 니트 원피스를 입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올겨울엔 니트로 대표되는 털실 패션이 유행 코드가 된 셈이다.
▶니트를 빼놓고 겨울패션을 말하지 마라=이제 니트가 이너웨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할 것 같다. 겨울 들어 니트를 코트 대용으로 입고다니는 멋쟁이 여성들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 유행하는 니트 패션은 레깅스 위에 펑퍼짐한 니트 원피스를 받쳐입는 이른바 ‘항아리 패션’. 특히 상의는 코트처럼 최대한 풍성하고 길게 보이도록 하는, 품이 넉넉한 긴 스타일의 니트 원피스가 인기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굵은 털실을 사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민경인 롯데백화점 여성캐주얼매입팀 바이어는 “올겨울엔 스키니진과 레깅스에 잘 어울리는 니트 원피스를 찾는 소비자가 많다”며 “벨트나 롱부츠 등 액세서리와 다양한 코디가 가능해 실용성 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연말모임이 잦은 요즘엔 섹시한 스타일의 니트 원피스도 인기 상한가다. 상체는 여유 있으면서 밑단이 꽉 조이는 스타일의 짧은 원피스나 타이트한 실루엣에 브이(V)형으로 네크가 깊게 파인 원피스도 주목받는 상품 중 하나다. 짧은 원피스의 경우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긴 가죽 부츠와 잘 어울리는 니트 패션이다.
▶니트 패션 유행에 손뜨개질도 인기 상한가=니트류의 폭발적인 인기로 그동안 뜸하던 손뜨개집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서울 충무로 회현지하상가에 모여 있는 손뜨개 가게에는 삼삼오오 모여 손뜨개를 배우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명동에서 ‘물망초수예점’을 운영하는 정문호 사장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젊은 직장여성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전 연령층이 손뜨개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며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실이나 바늘 등 관련 제품도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선 털실로 니트를 짜는 손뜨개 관련 강좌가 단연 인기다. 이달부터 본점과 강남점에서 열리는 신세계백화점의 ‘강일순의 손뜨개’ 강좌는 연일 만원이다. 20명 정원의 강좌는 시작하자마자 모두 마감됐다고 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문화센터도 ‘가족을 위한 손뜨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강좌에선 수강생들이 여러 가지 니트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손뜨개 기법과 정확한 치수 측정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핸드니트ㆍ손뜨게’ 강좌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만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