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최근까지 사용하던 Black Panther 스네어를 중고장터에 내어놓았습니다. 검정색 크롬으로 도금된 번쩍번쩍 빛나는 이 스네어 드럼은 EP를 녹음한 나름 정이 들었던 드럼이라 고민 끝에 팔기로 했습니다. 상당히 싸게 내어 놓았는데 요새 확실히 사람들이 돈이 없는지 연락이 잘 없더군요. 심벌이랑 바꾸자는 문의가 한 건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Black Panther 14 x 5.5 Hammered Brass, EP 나비서곡 녹음에 사용되었습니다. >
그런데 어제 오후에 010으로 시작하지 않는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혹시 또 스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뭔가 감이 좀 이상해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스네어 드럼 구매 전화였고, 바로 거래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지역도 가까워서 저도 어제 바로 거래하기로 했습니다. 전철역에서 거래를 하려고 하다가, 제가 그 분 연습실로 가서 악기를 직접 드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부터 악기 다시 청소하고 튜닝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악기를 사보기만 했고 팔아보는게 처음이기도 했지만, 중고 악기 거래하면서 이렇게 긴장해보기는 처음입니다. 열심히 튜닝을 해서 최대한 먼지를 털어내고 케이스에 넣어서 그 분을 찾아갔습니다.
거래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악기 보다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시더군요. 악보도 직접 인쇄해 주시고, 직접 연주하는 것도 보여주시고, 제 스트로크 직접 보시고 스트로크를 교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거래하기로한 스네어 드럼 상태를 보고 튜닝 상태나 헤드 선택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한 40분 정도 그 연습실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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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와 스네어를 거래하신 분은 다름아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시는 드러머 강수호 선생님이셨습니다.
알려진 프로페셔널을 만나는 건 단순히 연예인을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최고의 와인 주조가를 만나고,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장을 직접 만나는 건 그 사람의 작품을 만나는 것과 다르고, 그 사람이 유명함을 전해 듣는 것과도 다릅니다. 왜냐하면 겪어볼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치를 질문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단 한번에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 만남으로 잠시 잊고 있던 것들이 다시 기억났습니다. 이 연습실에 악기를 들고 가기 위해서 튜닝을 했더니 EP 녹음할 때보다 더 좋은 튜닝이 나오더군요. 어찌나 허탈하던지.
첫댓글 오 이글을 왜 난 지금본거죠?ㅋㅋㅋ 짱이네요ㅋㅋㅋ
저도 옛날에 기타사러갔는데 파는사람이 아이씨사이다 였는데ㅋㅋㅋ
기타는 아마 드럼보다 더 할거야.
혹시 안좋은 경험이신가? 싶어서 잔뜩 긴장하고 봤는데ㅋㅋ한편의 수필을 보듯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렇게 생각치도 않은 크고작은 일들이, 만남이 사람사는 재미 아닌가 싶습니다^^
이 바닥은 정말 좁습니다.ㅎㅎ
한 다리 걸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말이죠... ^^_i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