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열왕 19,9ㄱ.11-16; 마태 5,27-32
+ 찬미 예수님
계속해서 제1독서에서 열왕기 상권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북 이스라엘 왕국의 7대 왕인 아합 왕은 ‘역대 다른 왕들보다 더 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바알을 숭배하던 이제벨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그도 우상 숭배에 빠졌습니다. 이제벨은 남편을 조종하여 야훼의 예언자들을 학살하고 바알의 신전을 세웠습니다.
엘리야는 가르멜산에서의 대결을 통해 바알은 우상일 뿐이고 참 하느님은 야훼이시라는 것을 백성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백성들은 “야훼께서 하느님이십니다.”라고 반복해서 외치면서, 왕을 따라 우상 숭배에 빠졌던 잘못을 고백하고 참 신앙을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제벨이 엘리야를 죽이려고 합니다. 아합이 더 나쁜 건지, 이제벨이 더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엊그제 성경 강의 시간에 ‘어느 시대에나 백성들을 억압하는 파라오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엘리야 시대에는 아합왕이 바로 파라오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그를 부추기는 이제벨이 있었고, 그 뒤에는 사이비 종교인, 즉 바알의 예언자가 있었습니다.
엘리야는 호렙산으로 떠나는데요, 호렙은 시나이산의 다른 이름입니다. 엘리야가 호렙산으로 떠난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모세의 중재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처음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하느님께서는 “나와서 산 위, 야훼 앞에 서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본디 야훼께서 주관하시는 어전회의의 구성원이고, 하늘과 땅을 심판하는 법정의 보좌관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거짓 예언자는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합니다. 예레미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주님의 어전 회의에 참석하여 그분의 말씀을 보고 들었느냐? 누가 그분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들었느냐?”(예레 23,18)
하느님께서 엘리야에게 “야훼 앞에 서라”라고 말씀하신 것은, 예언자로서의 이 본분에 충실하라고 하신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바람, 지진, 불이 지나가는데, 야훼께서는 그 가운데 계시지 않았습니다. 바람과 지진과 불은 성경의 다른 곳에서는 하느님의 현존의 표지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엘리야에게 하느님은 소리로 나타나십니다.
하느님은 엘리야에게 세 가지 말씀을 하시는데, 하자엘에게 기름을 부어 아람의 임금으로 세우고,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우며,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네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우라는 것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충실하지 않은 아합왕을 폐위하고 새로운 왕을 세우라고 하십니다. 엘리야는 어떻게든 아합왕을 회개시키려고 가르멜산에서 대결을 펼쳤지만, 하느님은 표징을 보고도 회개하지 않는 아합에게 더 이상 희망을 두지 말라고 하십니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 말씀을 들은 것처럼, 엘리야는 새로운 모세로서 이 말씀을 시나이산에서 받습니다.
엘리야가 옛날에 태어났길 망정이지, 요즘 활동했으면 “당신은 예언자가 왜 정치에 관여하느냐”면서 뭐라고 하는 신자들이 있었을 거예요? 예언자는 원래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인데요? 왕을 세우고 폐위시키고 왕에게 쓴소리하는 게 본래 예언자의 역할이었습니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십계명 중 제5계명을 새롭게 해석하셨는데, 오늘은 제6계명을 새롭게 해석하십니다.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행위의 근원이 되는 마음을 살피라고 하시는데요, 음욕과 사랑을 구분하라고 하십니다. 음욕은 자기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음을 병들게 하고 사랑이 자라나는 것을 방해합니다.
구약에서 엘리야가 새로운 모세였다면, 신약에서는 예수님께서 훨씬 위대한 모세이신데요, 구약의 예언자들이 백성들의 마음을 시나이 계약에로 되돌리려 했다면, 예수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새로운 계약으로 초대하십니다. 그것은 사랑의 새 계약입니다. 우리는 타인을 바라볼 때, 나의 필요나 욕구에 대한 도구로 바라보지 말고,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즉 하느님의 거룩한 피조물로 바라보아야 하겠습니다.
엘리야, 키프로스 성 요한 람파디스티스 수도원 벽화 (13세기 제작)
출처: Who was Elijah and Why Do Jews Open the Door for Him on Passover? | March | 2022 | The Jewish Experience | Brandeis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