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힘들게 군의 상병생활을 하던 중 여름. 휴가로 군대를 탈출했다.
5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해 들어갔더니 처음보는 자전거 한 대가 눈앞에 보였다.
잠깐의 의문을 가졌지만. 휴가를 나왔으니 알차게 즐겼다.(수면은 4시간만)
저녁이 되어 형이 왔고 나를 보자마자 하는말이
"닌 또나왔나? 지겹다 못해 질린다"
"공군의 장점 아니겠나, 누가 해병대 가라나?"
말을 쏘고, 간단히 흘려 주었다.
"아 맞다. 들어오다 보니까 자전거 보이던데 뭔데?"
"훗, 내가 한대 뽑았지. 니도 할거 없으면 자전거나 타다 가라. 단 5시엔 내가 탈꺼니까 가져오고"
"더버 죽겠구만 무슨놈의 자전거고 타게 해줄거면 그나마 선선한 저녁에나 태워 주던가"
"내 알빠가. 암튼 저녁엔 내 알바갈 때 타고 갈그다"
"어디길레 타고가는데?"
"서면"
"……얼마나 줏는데?"
"15만. 가격에 비해 존나 괜찮지"
"뭐. 심심하믄 함 타볼게"
"근데 뭐하다 지금 왔는데? 쉬지도 못하고 알바 가겠네"
"PC방. 아이온 존나 재밌다 니도 2D말고 3D나 해바라"
"체질이 3D는 별로 안끌리네 끽해야 FPS정도?"
그 후 형은 옷을 갈아입고 진짜 자전거를 끌고 아르바이트를 갔다.(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곳 까진 자전거 타고 1시간 30분, 부산의 길은 오르락, 내리락, 획가닥 해서 자전거 1시간 반 타면 녹초가 된다)
휴가 첫날이 지나 새벽 2시. 형이 인상을 팍팍 쓰면서 들어왔다.
"얼굴이 왜그런데?"
"아 씨XㅈXX 자전더 털렸다"
"내보고 타보라 해놓고 바로 그렇게 되노"
"야 니퍼좀 챙기놔라"
"머할라고?"
"당한대로 값아주는게 당연한거지. 내 체질도 아니고"
'보통은 아니거든. 독한쉐키'
생각을 말하지 않는 매너는 지켰다.
형은 하룻동안 인터넷을 검색하며 자전거 모델들을 찾았다.
"이놈이다.이놈으로 하겠어"
혼자서 이상한 결심까지 한다. 형제라서 더 자주 봐왔지만 '이정도 똘XX였어?' 라고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밖에선 형이 이런 똘X가 있는걸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목표가 된 자전거의 주변상황까지 레포트로 정리하며 완전범죄를 계획한다.
옆에서 슬쩍 보니 그 속에는
[CCTV상황, 사람들이 어느정도 다니는지, 가로등 불빛은 적당한가, 구속체인은 뭐로 되어있나, 작업시간은 몇시가 적당한가, 체인을 끊는데 얼마나 걸릴것인가] 가 쓰여있다.
'독한놈'
생각만이다.생각만.
그 날 새벽. 아르바이트를 다녀오며 자전거를 한 대 끌고온다.
"진짜 끌고왔네?"
"당연하지. 내일 아침에 7시에 깨아라. 이거 끌고가서 주인 못알아보게 페인트 다시 칠할거다. 손볼부분도 좀 있고"
"완전범죄네"
"할라면 제대로 해야지. 이놈은 60만원 짜리다"
"뻥튀기가 됬노"
"그럼 머하러 인터넷 뒤졌겠노.쓸데없이"
"아따 내일 7시에 깨우면 되제"
"어. 잔다"
다음날 7시에 꺠워주자 마자 자전거를 끌고 사라진 형. 오후 3시가 되어 나타났다. 가져온 자전거는
"아까 가져간거 맞나?"
"말도 마라 바꾸는데 5만원 깨졌다"
"완전 다른거 같은데"
"그래야 못알아 볼거 아니가. 생각좀 해라"
'왜 거기서 비난이 나와. 이생키는 전생에 웬수였나'
말할 용기는 없었다. 절대 후환이 두려서가 아니다.
가져온 자전거는 검은색→빨간색이 되었고 노란 물결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자세히 보니 물겨무늬는 스티커였다.)
손잡이는 일자형에서 뿔같은게 나와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물통 보관대도 달려있었고, 뒷바퀴엔 플라스틱 커버(바퀴 물 뭍었을때 튀는거 방지)도 달려있었다.
몇가지 바꾸었을 뿐인데 자전거는 처음보는 자전거로 탈바꿈 되었다.
그렇게 자전거 사건은 끝이난듯 했고, 다음날 나는 부대로 복귀 했다. 주말에 전화해 물어보니
"며칠안타면 잠잠해 진다. 원레 세상은 그러거지 하하하.니도 본받아라"
'웃지마! 철학적인 말로 행동을 정당화도 하지마! 나한테 권유도 하지마!'
뒤끝이 오래가는 형이라 생각만 했다.
그렇게 자전거 사건은 끝났고, 형이 절도로 경찰서에 갔다왔다는 소리도 안들렸다.
시간이 흘러 나는 전역을 했고,그 자전거는 우리집에서 유용하게 이동수단(형 혼자만의)으로 쓰이고 있다.
첫댓글 아 너무길어 안읽을래
이게 길다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