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엎드려 쓴다. 너에게. 건넌방에선 세든 30대 중년 아주머니와 아이들 ,아이들 꾸중하는 소리. 멀리서 교회의 차임벨 소리, 끓어진다. 다시 들린다. 아무도 없는 빈집과 무서운 공포처럼 엄습해오는 적요. 부엌 쪽에서 쥐가 냄비를 챙기는 소리. 가증스럽게도 이럴 때 나는 신을 생각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머니, 아버지 다 내려가시고 T.V를 볼까하다가 그만 둔다. 어제부터 완벽한 혼자이다. 담배를 껐다. 자꾸만 어디선가 문이 닫히거나 혹은 열리는 소리가 깜짝깜짝 나의 의식을 세게 친다. 사람들. 복학수속이 완전히 끝났다. 수강신청 변경원까지 마쳤다.
오늘은 열쇠를 하나 샀다. 어쩌면 그렇게 신기하게 열리고 잠기는 지. 내 의식과 무의식을 잠가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또다시 지겹게도 엘리어트를 읽는다. 복학생은 참 피곤하였다. 전공공부에 충실하기로 한다. 원서 읽기도 열심히 결심해본다. 그것이 쉽게 재학생으로 섞여버리는 유일한 방법일꺼라고 판단하였다. 불안하다. 누구를 만나고 다방에가서 율무차를 마시고 마지못해 흡연을 하고 술을 건네고 당구를 치든지 결국은 전자오락실이다. 버스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흔들린다. 걸어온다. 집, 빈 집, 혹은 어머니가 계신 집. 발을 닦기. 엄지 발가락부터 하나 하나 . 기타를 잡고 튜닝을 한다. 불안하다. 기타를 놓는다. 나의 문학은 영원히 튜닝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이 청준의 조율사 처럼, 너무나 멀다. 나는 가까이 있다. 남의 시들을 읽고 욕설을 한다.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온다. 등뒤에서 나는 빛의 어망에 걸린다. 타협하자. 어려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