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열왕 11,1-4.9-18.20; 마태 6,19-23
+ 찬미 예수님
솔로몬 왕 이후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단되었는데요, 이를 각각 북이스라엘과 남 유다라 부릅니다. 그간 1독서에 계속 등장하던 아합왕은 북이스라엘의 7대 임금으로써, 페니키아 출신의 아내 이제벨의 꾐에 빠져 우상 숭배로 기울었고, 결국 둘 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들의 우상 숭배에 맞서 참 신앙을 선포한 이가 예언자 엘리야입니다.
한편 아합과 이제벨의 딸인 아탈야는 남유다의 7대 임금이 되었는데요, 자기 아들 아하즈야가 죽은 것을 보고 왕족을 다 죽이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오늘 제1독서의 내용인데요, 아탈야는 다윗 왕족을 모두 살해함으로써 유다의 왕권을 장악하려고 합니다. 이로써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하신 약속, 즉 “다윗의 후손의 왕좌가 영원히 이어지리라”는 약속은 수포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 할 때와 비슷한 상황인데요, 하느님의 약속이 수포로 돌아가려는 상황에서 하느님께서 이사악을 살리심으로써 당신의 약속을 이어가신 것처럼, 다윗의 왕조가 몰살될 위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역사에 개입하심으로써 당신의 약속을 이어가십니다.
그 개입은 두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는데요, 한 사람은 요아스 왕자를 몰래 숨겨두어 살린, 아하즈야의 누이 여호세바입니다. 파라오의 명령으로부터 모세를 살린 산파들, 그리고 헤로데의 명령으로부터 아기 예수님을 살린 성 요셉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여호야다’라는 사제입니다. 북이스라엘에 엘리야 예언자가 있었다면, 남유다에는 여호야다 사제가 있었는데요, 그는 하느님을 거스르던 아탈야의 통치를 끝내고, 야훼와 임금과 백성 사이에, 그들이 야훼의 백성이 되는 계약을 맺게 하고 임금과 백성 사이에도 계약을 맺게 합니다. 또한 바알 신전을 허물고 바알의 제단과 상들을 산산조각으로 부숩니다. 이는 예수님의 성전 정화를 연상케 합니다.
예레미야와 에제키엘 예언자, 그리고 아마도 이사야 예언자 역시 사제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뽑아 세우신 사람들과, 위기의 순간에 용기를 발휘한 여인들을 통하여 위기의 순간에도 역사를 이끌어 가십니다. 위기의 순간에 용기를 발휘한 여인들 역시 하느님께서 뽑아 세우신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재물에 집착하는 것 역시 우상 숭배라 말씀하십니다.
이어 “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당대에는 “다른 이가 가진 것을 질투와 탐욕으로 바라보고, 자기가 가진 것에 인색하면 나쁜 눈을 가지게 된다.”는 관념이 있었습니다. 예수님 말씀은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 네 눈이 말하고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오늘은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입니다. 1568년 이탈리아에서 왕족으로 태어난 성인은, 열세 살에 스페인 왕궁에서 시동으로 지냈지만, 궁중 생활을 볼수록 외면하게 되었고 성인들의 삶을 공부함으로써 위안을 얻었습니다. 성인은 예수회에 들어가기로 결심했고, 반대하는 아버지와 4년간 싸운 끝에, 가문을 계승할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열일곱 살에 예수회에 입회했습니다.
1591년 흑사병이 로마를 휩쓸자 예수회는 병원을 개설했고 많은 회원들이 봉사에 나섰습니다. 알로이시오 성인도 환자를 씻기고 침대를 만들며 간호하다가 흑사병에 감염 되셨습니다. 성인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며칠 후에 죽으리라는 것을 아셨고 병중에도 열심히 기도하다시가 스물셋의 나이에 선종하셨습니다. 1726년 시성되셨고 청소년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셨습니다.
성인께서 병중에 어머니께 보낸 편지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존경하올 어머니, 성령의 은총과 성령의 끊임없는 위로를 누리시길 빕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제가 받았을 때, 저는 아직 죽은 이들의 땅인 이 세상에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 산 이들의 나라에서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천국을 갈망해야겠습니다.…
주님께서 이렇게도 짧고 보잘것없는 저의 수고를 보시고 어떻게 저에게 영원한 안식이라는 보상을 주실 수 있는지, 또 이제까지 게을리 찾던 저를 천국의 무한한 행복으로 초대하실 수 있는지요.
우리의 이별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 우리 구원이신 주님과 결합하여 불사불멸의 끝없는 기쁨을 누리고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찬미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미 주신 생명을 잠시동안 거두시는 것은 우리를 더 안전한 자리에 두시고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고자 하는 은총의 선물로 꾸며 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존경하올 어머니, 어머니와 우리 온 가족이 제 죽음을 하느님의 기쁜 선물로 생각해 주십사고 간절히 희망하면서 이 모든 말씀을 드립니다. 제 희망의 성취인 항구를 향해 바다를 건너가는 동안 어머니께서 저를 축복하시어 보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들로서 어머니께 바쳐야 하는 존경과 사랑을 더 명확히 보여드릴 다른 길이 없기에, 이 편지를 씁니다.”
알로이시오 성인의 편지를 들으며, 우리의 보물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묵상하여 봅니다.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