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확의 육성증언(3)
<당시엔 계엄하이지만 지역계엄이라 계엄사령관이 정상적인 내각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그렇게 데모가 심해지고 질서가 문란해졌지만 심지어 내무장관이 몇 번을 찾아와 “이제 경찰은 못하겠습니다. 힘의 한계를 벌써 몇 번이나
넘어섰습니다. 계엄군이 출동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제 저희는 책임 못지겠습니다” 이런 걸 여러 번 당했는데, 내가 “절대로 안된다. 아무리
희생을 당해도 경찰이 전부 담당하라. 군은 출동 안시킨다. 학생과 군이 직접 충돌하면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그런 사태는 피해야 되겠다” 이렇게
최후의 상태까지 못나가도록 내가 지켰어. 전국비상계엄을 선포하면 내각은 행정권이 없어져버려. 계엄사령관이 대통령하고 직접 해서 모든
국정을 결정하는거야. 내각은 이름만 있지 없는 거나 똑같아.
그런데 청문회에서도 “내각이 전국계엄을 사전부터 군부와 짜고
그랬지 않느냐”고 나를 공격했단 말이야. 내가 청문회에서 그랬지. “이 세상에 어떤 내각이 자신들의 권한을 몽땅 군에 이양하고 우리는 가만히
구경만 하자. 그런 것을 사전 모의하는 그런 놈의 내각. 자기 자살을 하자고 사전모의하는 그런 내각이 어디 있느냐” 그러니 자기들도 그렇게
공격하고 나오다가 가만 보니 말이 안되는 소리거든. 그래서 청문회가 좌절된 것이야.
나는 나대로 가만히 보면 최규하씨 하고
군부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지고 보인단 말이야. 또 신군부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전두환씨의 중정부장 겸임을 반대했으니 나를 좋아할 리
없지. 이렇게 나가니 나한테는 점점 멀어지고 저짝은 가까워 지고 그 전부터 그러는 기색이 보였고. 아 이건 경계할 일이다. 나는 나대로 노력을
해나갔지. 군이 더 이상 발언권을 강화해 나가는 구실과 계기를 안주어야 겠다. 구실이 생기면 절로 군의 발언권,행동이 강화될 수 밖에 없고,
그걸 막을 수도 없어지고...견제해야 겠다. 군부 개입의 구실과 계기를 없애고 정상적인 헌법제정과 정상적인 선거로 가져가는
것이 관리정부의 사명을 완수하는 길이다. 근데 이게 누구의 협력이 돼야지. 하다하다 나중에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서 김종필, 김영삼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가 직접 만나자하면 피차 곤란할 테니까 세상이 시끄러워지고, 꼭 믿을 수 있는 대리를 나한테 보내주시오. 내가 할 말이 좀 있다고.
이래서 만난 일도 몇 번 있어요.
만나서 뭐랬냐면 이것보시오, 나라가 점점 혼란해져 가는데 당신들은 무조건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계엄해제해라’ ‘무조건 해제해라’ 그러면 나라는 어떻게 되어가도 좋단 말이요. 내말은 데모가 쪼꼼만 조용해져 다오. 그러면 내가 즉각 계엄령을
해제하겠다. 그카는데 왜 당신들은 자꾸 학생들쪽을 지지하고 점점 선동하는 거냐. 내가 경고하겠다.
어느 나라고 질서문란이
어느정도 이상 진행 되면 군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거요. 하물며 우리는 남북대결하고 있는 상황이고, 지금도 계엄이 선포되어 있는 상황에서,
질서가 문란해지면 군이 가만히 있겠소? 심지어 지금도 내각 안에서 조차 ‘이 상태에서는 정상 행정력으로는 불가능하니까 군 출동을 허용합시다“
이것이 한두번 논의된 것이 아닌데. 이제 나도 한계가 있다. 더 문란해지면 나 못 막는다. 내가 못 막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군이 직접
나선다. 군이 직접 나서면 질서는 회복되되겠지만 다음에 군이 ”이제 질서가 회복되었으니 도로 들어가겠다’ 그럴 줄 아시오. 어느 나라에서 그런
것 보았느냐. 군이 한번 전체 통제력을 잡고나면 그 다음에는 들어가려하지 않소. 당신들 그런 것 모르느냐. 군에다 구실을 주어 놓고 나중에
후회하면 소용없소. 이렇게 말하면 그 자리에서는 “알아 듣겠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래놓고 금방 돌아가서는 정반대
소리를 발표하고 난리치고, 또 선동하고...심지어는 전부 학생들에게 마시는 것, 빵 실어다 날라주고, 자금을 대주고 그랬단 말이지. 그렇게
혼란을 조장해 놓고 나중에 군이 나와서 잡았을 때 그 정치인들 어떻게 했느냔 말야...
최규하씨 저 사람이 나라의 책임자가 될
사람이 못돼. 전두환씨 입장에서는 최대통령을 이용한 거지. 그건 본인 보다는 주변에서 더 그랬는지도 몰라. 예를 들면 김옥길씨가 아침에도
점심에도 ㅤㅉㅗㅈ아와서 “학생들 움직임이 어떻고 어느 학교가 저짜고... 만나기 싫다는 거야. 귀찮은 소리. 위급한 사태에 대한 보고도
귀찮다....그러니까.. 최대통령이 아무런 결정을 안하니까 전부 내 한테 온단 말이야. 정부안에서도 다 알지. 모든 일은 신총리가 다 한다.
이러니까 틀림 없이 신총리가 실권을 잡는다. 모든 결정을 신총리가 하고 있다. 신총리가 독재한다. 이런 식이거든.
그래가지고
학생들이 데모하면서 서울역 앞에서 5만명이 모였을 때, 그 때 플래카드가 “물러가라 신현확, 불쌍하다 최규하” 이러카고 데모하는 거야. 나한테
그렇게 보고가 올라오는 거야. 그래 내가 뭐를 우째? 나를 물러가라고 하는 거야 미운 놈 물러가라, 그런다고 치자. “불쌍하다 최규하”는 뭐가
불쌍하나. 최규하 대통령하고 호흡이 잘 맞았다면 민정이양이 제대로 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나는 그래 봐. 그러나 나는 최종권한이 없단
말이야> | |